《조용히 멀어지는 중입니다》3편
예전에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주위 사람들의 성향, 그리고 그 성격에 대한 선호도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항상 흥미롭게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대체적으로 사람의 평가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 아닌지에 따라 평판이 많이 갈린다는 것이었다. 그중 태반은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렸을 적에는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 의문을 품을 때가 자주 있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헷갈려했던 건 (지금도 여전하지만) 이기심에 대한 의미였던 것 같다. 국립국어원을 찾아보면 이기심이란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마음”이다. 예전에는 단순하게 나만을 생각해서 무엇을 하나 더 챙기려고 하고, 좋은 것만 내가 독차지하려는 행동만이 이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몇 년이 흘러 머리가 커지면서, 어쩌면 조금 더 포괄적인 이기심의 형태를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사람은 생각보다 다양한 형태로 이기심을 표출하기도 한다. 내가 종종 얘기하는 형태가 하나 있는데, 이 행동은 항상 논쟁을 일으키곤 한다: 그건 이타심을 빙자한 이기심이다. 예를 들어, 내가 누군가에게 물을 권할 수 있다. 물을 권하는 게 그 사람을 생각해서 주는 걸 수도 있겠지만 내가 목이 말라서 남들도 목이 마를 거라는 다소 잘못된 가정하에 줄 수도 있고, 심지어 내가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은데 혼자 마시기에는 민망하니 남에게 같이 마시자며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물로 한 모금 축일 수도 있다. 이러한 행동은 과연 이타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분명 다른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타적인 행동일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을 중점적으로, 또는 자신의 이익을 감추고 취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기적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종종 그 물을 마시라고 강요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남을 위주로 생각하고 나를 깎아먹으며 했던 행동은 이타적인 것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되돌이켜 보면 나를 중심으로 나름의 이익을 챙기려는 행위에 불과했던 것이다. 물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한테 물을 줌으로써 나는 ‘좋은 사람’이며, ‘잘난 사람’ 임을 입증하고 싶어 해 안달이 났었다. ‘남을 챙겨주는 나의 아름다운 모습’이 어쩐 자기 자신이 아름답다는 욕망을 채우기 위한 미련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이타심을 발휘하면서 뒤에서 욕도 먹어보고, 불편해하는 사람들을 눈으로 보고, 결국에는 면전에 대고 거절을 당하고 나서야 내가 생각했던 이타적인 행동이 실체를 파고들어 보면 이기적인 행동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타심이 마냥 좋다고, 칭찬으로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름의 역사가 나에겐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이기심과 이타심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간혹 숨어있는 이중적인 면모를 표현하는 단어를 찾을 수 있나 ChatGPT와 얘기를 하다 알게 된 게 하나 있는데 언제나처럼 내가 정리하지 못하고 있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는 정보를 찾아 공유해 줬다. Scott Barry Kaufman과 Emanuel Jauk의 “Healthy Selfishness and Pathological Altruism” (건강한 이기심과 지나침 이타심)이라는 논문에서는 모든 이기심이 나쁘진 않으며 모든 이타심이 좋지 않다는 것을 얘기해 준다. 자기 돌봄과 배려 사이를 건강하게 균형을 맞춰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인데, 다시 한번 가지고 있던 생각을 매우 흥미롭게 정리해 놓은 글이다 (에리히 프롬을 언급하니, 안 좋아할 수가! 그리고 논문을 읽어보면 해당 내용은 소개글일 뿐이니 전체 내용에 관심 있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이기심은 단순하게 본다면 나쁘진 않다는 거다. 남에게 해를 가하면서 나의 몫을 챙긴다면 그건 우리가 아는 그 ‘이기심’이지만 나를 먼저 존중함으로써 남을 존중하고, 그 과정에서 나를 위해주고 남의 거절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게 건강한 이기심이 아닐까? 이기심은 생각보다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도 있지 않나 (의미는 매우 다르지만.. 하하)
오늘 글을 정리하면서 이 주제가 왜 생각이 났었는지 떠올려보면 이젠 내가 물을 강요당하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이 나를 더 생각해 주기 때문에 하는 행동들이 분명 대다수이겠지만 개인적인 입장으로 때로는 부담스럽거나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배려도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 무슨 이유든지 간에 - 자기 자신을 열심히 깎아내며 남을 챙겨가는 사람이 있다면 이타적인 것을 꼭 좋은 의미로만 보지 말고, 나를 챙길 수 있는 용기도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되돌아보고 생각해 주면서 남을 생각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으며, 거절을 당하더라고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아량이 생겼으면 좋겠다. 사실 이 글을 나를 위해 썼다. 다짐하고 싶어서.
아! 오해하지는 말라. 이미 충분히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고 이 중요성을 잘 알거나 오히려 너무 잘 챙겨서 장기간 관점으로 봤을 때 오히려 손해를 보고 사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혼밥이 세상에서 제일 편한 건 알겠지만, 주변 사람들과 밥 한 끼 먹을 마음의 여유는 꼭 챙겨라. 그게 너무 곤혹스럽더라고 말이다.)
이기적인 마음이든,
이타적인 행동이든,
결국에는 균형이 중요하다.
쓰잘데기 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 나는
오늘도 普通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