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멀어지는 중입니다》2편
우연이 유감인 순간이 있다. 마치 새벽 1시의 지금처럼. 오늘은 새벽 5시부터 일어나 각성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더니 저녁에는 창문을 열어 밤공기를 음미하는 순간이 되어서도 잠이 들 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밤 10시부터 8차선 대로변에서 어르신 한 분이 대한독립 만세를 열정적으로 외치는 바람에 경찰에 고성방가로 신고를 해야 되나 고민을 하다 보니 생각의 회로가 돌아 다시 각성 상태로 돌아간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신고는 하지 않았다.) 괜스레 설렘과 걱정으로 침대에서 잠을 설쳐 결국 소파에 앉았다. 마침 EPL 경기가 진행되고 있어 티브이를 틀고 골 장면을 즐기며, 노트북으로 대학원 숙제도 하고 손가락도 근질거려 타닥타닥 타자를 치며 몇 자 끄적여보기로 했다. 그리고 정말 우연찮게도, 다음으로 쓰고 싶었던 주제가 잠이라는 걸 깨달으니 신이 나를 놀리는 건가 싶었다. 하핫.
사실 잠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책을 보고 주변 사람들을 보면 잠이 얼마나 중요한 지 간접적으로 인지하게 되었다. 수면의 중요성을 가볍게 인식은 하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라는 책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뇌피셜로 가지고 있던 수면에 대한 지식이 근거 있는 정보로 취급되는 순간을 선사해 줘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잠을 자지 못해 괴롭거나 급기야 환각으로 인해 사람을 살해하는 내용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와닿았던 건 내가 느꼈던 하루의 감정과 기억을 완화시키고 저장시킨다는 사실이다. 일상과 워낙 와닿는 내용이라 공감이 많이 가기도 했지만 나 스스로도 괴롭고 울고 싶을 때 잠을 정하는 걸 보면 무의식적으로 잠을 활용해 스트레스 수준을 낮출 수 있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괜히 잠이 보약이란 말이 생겼을까. 잠을 무시하지 마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잠을 잘 자고, 적당히 잘수록 사람 성격이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건강과 직결돼서 그런 거 아닐까? 책 내용을 잘 정리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수박 겉핥기식으로 언급했지만 독서를 하는 사람이라는 나는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책을 보고 잠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도 있지만 그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생생하게 느끼는 경우가 조금 더 흔한 거 같다. 내 남편은 수면의 질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본인도 좋은 잠을 자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한다. 잠이 올 때 바로 잠들려는 노력을 하고, 샤워도 꼬박꼬박, 나름의 양치와 물 섭취 등의 루틴을 통해 잠들 준비를 한다. 가장 부러운 건, 잠들기까지 간혹 한 시간 이상 걸리는 나와는 달리 최대 15분이면 깊은 수면 상태로 들어간다. 한 때 스마트 워치로 수면의 질을 측정하는 게 유행이어서 둘 다 해봤는데 나는 다행히도 보통 수준의 수면의 질로 평가되었지만 남편은 아주 좋은 상태로 나타났는데, 그 이상 부러운 게 없었던 나날들이 있곤 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잠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내가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딱히 노력하진 않는 것 같다. 자기 전에 술도 즐기고, 핸드폰으로 영상도 보고 글도 읽고. 워낙 격한 꿈을 자주 꾸다 보니 - 기록을 다 해놓지 않아서 그렇지 내 꿈을 영화화했다면 난 천만 관객을 끌어들이는 작품이 3개는 나왔을 것이다 - 그만큼 자주 깨기도 하고 쉬이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참 재미있는 건, 한평생 만족스럽지 않은 수면을 취하다 보니 내가 질 나쁜 잠을 자고 있다고 인식하지도 못하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간혹 수면 센터에 가서 검사도 받아보고 조언도 좀 구하고 싶다가도, 뻔히 의사 선생님의 조언 잘 실행하지도 않을 거 괜히 쌍방으로 괴로운 상황만 초래하는 거 아닌가 싶어 자제 중이다.
아무리 잘 잠들지 못한다고 한들 열한 시 정도면 잠이 들던 내가 오늘은 오랜만에 새벽 두 시까지 깨어있어 본다. 옛날에 밤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정신이 말똥말똥한 게 어색하기도 하다. 잠이 솔솔 올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생각에 잠겨, 조만간 질 좋은 잠을 잘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아직은 이 생각이 들진 않는다. 어르신의 고성방가가 다시 시작되었고 응원하는 축구팀의 네 번째 골이 터지고 키보드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흘러가니 오히려 유럽의 오후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나뿐이 아닐까. 그래도 한 시간 안에는 어르신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들어가 주무시고, 나도 고요히 어둠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잠 못 이루는 서울의 밤.
의도치 않게 밤공기를 즐겨보는.
오늘도 普通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