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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출판마케팅-책이 아니라 '콘텐츠'

[주간동아 연재] 보통마케터 안병민의 일상경영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단군 이래 최고의 불황’이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입니다. 출판 쪽도 예외가 아닙니다. 업계 분위기는 먹구름입니다. 지금껏 출판사의 중요한 업무는 기획을 통해 '원고'를 만들고 제작을 통해 '책'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책을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책을 잘 ‘파는’ 것도 중요해졌습니다. 서점 내 진열만으로는 책이 발견되지 못하는 세상이라서입니다. 출판사 자체의 마케팅이 중요해진 배경입니다.


작금의 출판은 '연결'의 비즈니스입니다. 사람과 책을 '연결'해주고 저자와 독자를 '연결'해주는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아무리 좋은 책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연결'이라는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책은 한낱 종이뭉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출판계에서 마케팅 차원의 다양한 논의들이 생겨나는 건 그래서입니다.


예컨대, 고객정보를 확보하고 분석함으로써 고객을 제대로 정의하고 발견하고 그들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영향력있는 포털 서비스들을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소셜에서의 카드뉴스 등을 통해 우리의 책을 '맛 보게' 하는 것 역시 의미있는 일입니다. 뭐가 되었든 출판계 역시 마케팅으로부터 이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야임을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바야흐로 ‘출판도 마케팅’인 세상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대증요법이 아니라 근본적인 처방입니다. 먼저, 출판이라는 업의 본질에 대한 재정의입니다. 출판은 더 이상 좋은 책을 잘 만드는 걸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포인트가 '책'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책이라는 물성의 상자를 깨고 나오면 출판업의 전략적 방향 역시 전혀 다른 차원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미래의 출판사는 '연예기획사'의 또 다른 버전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저자'와 함께 '책'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와 함께 책, 강의, 토크쇼 등 '전 방위적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마케팅하고 매니징하는 회사, 즉 '지식•지혜기획사'의 모습입니다. 마치 JYP가 '트와이스'를, YG가 '빅뱅'을 키워낸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가구를 파는 게 아니라 공간을 파는 거"라 이야기하는 한샘의 최양하 회장의 이야기는 그런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 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새로운 관점으로 들여다 볼 일입니다.


마케팅 개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중요합니다. 마케팅은 더 이상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기술이 아닙니다. 시장이 바뀌고 고객이 달라졌습니다. 마케팅의 열쇳말은 그래서 '고객행복'입니다. 즉, 고객의 뜨거운 목마름을 시원한 물로 풀어주는 게 마케팅입니다.


그런데 수많은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고객의 갈증과 상관없이 제품이 먼저 출시됩니다. 그걸 팔려고 하니 마케팅이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순서가 잘못되었습니다. 마케팅의 출발점은 기획단계부터여야 합니다. 다 만든 책을 잘 파는 게 마케팅이 아니라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고객이 원하는 책을 기획하는 것부터가 마케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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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했습니다. 보다 많은 독자들이 책과 함께 보다 나은 인생을 빚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영혁신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몇 권의 책을 쓴 저자로서 대한민국 모든 출판사들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출판도 마케팅입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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