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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지고도 이긴 승부-행복해야 경영이다

[주간동아 연재] 보통마케터 안병민의 일상경영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그는 지난 런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였습니다. 세계선수권 대회와 아시안게임, 아시안선수권 대회까지 제패했으니 그랜드슬램이 코 앞이었습니다. 하지만 8강에서 만난 요르단 선수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합니다. 그러나 그는 진정한 승부사였습니다. 자신을 이긴 상대 선수를 향해 ‘엄지 척’과 함께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었고 직접 다가가 그의 손을 번쩍 치켜 올리기까지 하였습니다. 누구보다도 속이 상했을 그가 패배 후 보여준 행동. 그건 바로 지고도 이긴, 또 다른 승리였습니다. 리우 올림픽, 한국 태권도의 간판스타 이대훈 선수 얘기입니다.


리우 올림픽 명승부 중 또 하나의 장면은 여자 육상 5,000미터 예선전입니다. 결승점을 1/3 정도 남긴 상태에서 갑자기 다리가 엉켜 넘어진 뉴질랜드 니키 햄블린 선수. 그 바람에 바로 뒤를 달리던 미국의 애비 다고스티노선수도 함께 넘어집니다. 그런데 먼저 일어난 미국의 애비 선수가 그때까지 바닥에 누워있던 니키를 부축해서일으킵니다. 끝까지 달리자고 말입니다. 이에 니키 선수는 다시 일어났고 둘은 함께 달립니다.


그런데 먼저 일어났던 애비 선수가 다리를 절뚝이며 제대로 달리지를 못합니다. 아마 넘어질 때 발목을 접질렸나 봅니다. 이내 주저앉고 마는 애비 선수. 그러자 이번에는 니키 선수가 그녀의 손을 잡아줍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결국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경기 당일 처음 만난두 선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이스를 마치고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습니다. 화려한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그 어떤 선수들보다 두 선수는 훨씬 더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스포츠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단지 이겨서가 아닙니다. 이기고 지고의 ‘결과’만큼 날 것 그대로의 드라마틱한 ‘과정’이 우리를 감동케 합니다. 하지만 모든 걸 경쟁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니 “은메달이라 죄송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단언컨대, ‘미안한 은메달’, ‘슬픈 동메달’은 없습니다. 참가한 선수 모두가 저마다의 승자입니다.


몇 년 전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 축사라며 “이번 졸업생들은 명문대 많이 못 가서 실망”이라 얘기했다는 어느 학교 이사장 얘기가 신문에 실렸습니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비교육적인 축사였습니다. 이처럼 죽이지 않으면 죽는 거라 배우며 경쟁의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아이들이 만들 세상을 생각하면 아찔하기 짝이 없습니다.


경영자문 차 만났던 어느 CEO가 생각납니다. 그는 미팅 내내 잘 나가는 경쟁사를 언급하며 어떻게든 발목을 잡아 끌어내리겠다 열변을 토했습니다. 그의 눈엔 적개심이 가득했습니다. 이른바 ‘분노의 경영’입니다. 하지만 올림픽이 금메달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듯 경영의 이유 또한 경쟁사 타도에 있는 게 아닙니다. ‘상대’만 쳐다본 토끼는 ‘목표’를 바라본 거북이에게 결국 무릎을 꿇었습니다.


'세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비전&미션)’에 대한 리더의 철학이 담겨야 제대로 된 경영입니다. 그런 철학에 직원은 마음을 열고 고객은 지갑을 엽니다. 시장이 바뀌어 고객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기업이 승리하는 세상입니다.


경쟁사 타도만 핏대 높여 외치던 그 CEO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지고도 이기는 선수들을 보며 “행복해야 경영”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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