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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 단순함의 미학-버튼에 주목하라

[주간동아 연재] 보통마케터 안병민의 일상경영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다음 주 화요일 부산 가는 비행기편 좀 알아봐 줄래?”

“새로 노트북을 하나 사려고 하는데 100만원 정도로 해서 적당한 게 있을까?”


친구한테 건네는 이야기냐고요? 천만에요. 이건 ‘봇(Bot)’에게 건네는 이야기입니다. 봇은 로봇의 줄임말로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사람이 원하는 작업을 수행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가령 비행기 티켓을 하나 끊는다고 가정해보지요. 예전에는 비행기표를 구하려면 항공사나 여행사로 전화를 걸거나 판매데스크로 직접 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그런 번거로움은 사라졌습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시간대를 알아보고 바로 결제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웹(Web)의 세상입니다. 그런데 ‘내 손 안의 컴퓨터’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 속으로 훅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책상 위 컴퓨터 앞에 앉아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켜고 어플리케이션을 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터치 몇 번으로 원하는 시간대의 원하는 비행기 티켓이 내 폰으로 쏙 들어옵니다. 바로 앱(App)의 세상입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주지하다시피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람이 하던 수많은 작업들이 이제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전망입니다. 흔히 ‘봇’이라 불리는 ‘채팅봇’도 사실 인공지능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사람과 바둑을 두듯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사람이 원하는 작업들을 척척 처리해주는 겁니다. 이를테면 ‘나만의 수행비서’라고나 할까요.


홈페이지를 찾아 메뉴들을 ‘클릭(Click)'하며 원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했던 ‘웹’의 시대를 지나 스마트폰의 앱을 ‘터치(Touch)’해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는 ‘앱’의 시대를 거쳐 바야흐로 우리는 ‘말(Chatting)’만 하면 모든 게 이루어지는 ‘봇’의 시대를 살아가게 된 겁니다. 눈이 휙휙 돌아갈 정도로 빠른 광속도의 변화입니다.


하지만 그 변화의 한 가운데서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웹에서의 클릭’과 ‘앱에서의 터치’, ‘봇과의 대화’가 기술 발전에 따른 우리 일상사의 변화를 상징하는 표현들이라면 여기 또 하나 추가해야 할 게 바로 ‘버튼’입니다. 최근 SK텔레콤은 버튼만 누르면 원하는 생필품을 자동으로 주문, 결제해서 배송해주는 서비스, ‘스마트 버튼’을 출시했습니다. 미리 몇 가지 설정만 해두면 라면이나 휴지 등 60여 종의 생필품이 버튼을 꾹 누르는 동작 하나로 우리 집에 배달되는 겁니다. 서비스 가능 품목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겁니다.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내는 진풍경 중 하나입니다. 바야흐로 ‘버튼 인터넷’ 세상입니다.


버튼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무엇보다도 직관적입니다. 복잡하거나 골치 아픈 프로세스가 없기에 아이들이나 노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자 장점입니다. 어찌 보면 버튼은 ‘클릭’과 ‘터치’, 그리고 ‘대화’를 한데 버무려 놓은 무척이나 단순한 툴입니다. 그러니 간편하고 그래서 강력합니다. 설치도 쉽고 비용 또한 저렴합니다.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UX)’이 중요한 이 시대, 앱과 봇에 이어 버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보통마케터안병민


*표지일자 2016.10.12 1058호 (p55) http://weekly.donga.com/3/all/11/756580/1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이자 [방구석5분혁신](bit.ly/5booninno)의 혁신크리에이터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 <주소가 바꿀 미래사회와 산업>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이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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