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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스케치 016] 변화는 상수다-끝없이 혁신하라

안병민의 [통찰을 스케치하다]

스티브 잡스는 100여 년에 걸친 현대적 의미의 기업 역사에서 헨리 포드와 함께 가장 특별한 두 사람 중의 하나다. 포드와 잡스, 이들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성공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혁신전도사로 불리는 연세대 신동엽 교수의 강연은 그렇게 포드와 잡스로 시작되었다. 역시 혁신에 관한 이야기였다.


▶ 세상을 바꾼 기업가, 포드와 잡스


포드 시절의 자동차는 몇몇 최고의 장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 일종의 명품이었다. 당연히 생산 대수는 적고 가격은 비쌀 수 밖에. 1904년 당시 자동차 생산 대수는 5만 대였지만 수요가 200만 대였으니 그 수요공급의 불균형은 엄청났다. 당시 포드는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닌 자전거 수리공 출신. 


“그래도 포드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모든 길 위에 말과 마차가 아니라 자동차가 다니도록 하겠다는 꿈. 서민들도 탈 수 있는 저렴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꿈. 그야말로 자동차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이었죠.” 신동엽 교수의 설명이 이어진다.


작은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던 포드는 어느 날 우연히 방문한 닭 가공 공장을 보고 무릎을 친다. 작업장 위로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갈고리들이 원을 그리며 돌아가고, 그 아래 둘러 앉은 몇몇 사람들이 그 갈고리에 걸린 닭이 앞에 올 때 자기가 맡은 부위를 차례로 떼어내 분리하는 모습. 바로 그 유명한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의 아이디어가 여기서 잉태된다. 이후 자동차 제작 과정은 수백 개의 과정으로 쪼개진다. 예전에는 자동차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절정의 고수가 만들던 자동차를, 이제는 자동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조립 라인에 서서 뚝딱뚝딱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1907년 포드의 이름을 딴 ‘포디즘’은 이렇게 탄생했다. 대량생산 시대의 막이 오른 것이다. 그 결과, 장인 중심의 제조 생산 메커니즘이 시스템 중심으로 바뀌었다. 수요 대비 항상 부족하던 생산력 문제도 일거에 해결되었다. 인류사를 바꾸어 놓은 혁명적 변화였다. ‘계획’, ‘시스템’, ‘최적화’, ‘관리’, ‘통제’, ‘규모’, ‘효율’ 등등, 포디즘을 모태로 발전해 온 경영학적 개념들은 이렇게 현대 경영학을 활짝 꽃피운다.


“1976년, 21세의 잡스도 포드처럼 꿈을 꿉니다. 누구든지 부담 없는 가격에 사서 어디든지 들고 다니며 아이들도 쉽게 쓸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꿈이었습니다. IBM의 회장이었던 토머스 왓슨이 전 세계 컴퓨터의 수요는 매년 다섯 대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측하던 시기였지요. 그러나 이런 강렬한 꿈을 꾸던 잡스가 결국은 세상을 뒤흔들어 놓습니다. 바로 ‘내 손 안의 컴퓨터’ 시대를 연 겁니다.” 


포드가 ‘양적 효율성’을 키워드로 하는 산업사회형 경영의 태두였다면 잡스는 ‘창조적 혁신’을 열쇳말로 하는 21세기 창조사회형 경영의 거장이다. 그런데 포드 이후 100여 년이 지난 지금 포드형 기업들이 몰락하고 잡스형 기업들이 그 자리를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


▶ 게임의 룰이 바뀐다?


GM, 크라이슬러, 코닥, 노키아, 소니, AIG, 리먼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초 절정 우량기업들의 몰락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도대체 이 위기는 왜 생겼으며, 그들은 왜 몰락했을까? 그리고 또 하나. 이들 포드형 기업들의 몰락에 따른 빈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시스코, 픽사같은 잡스형 기업들. 이들 새로운 초 일류들의 성장 비결은 또 무엇일까?  


늘 그렇듯이 핵심은 단순하다. 바로 패러다임의 변화다.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는 거다. 이들 포드형 우량 기업들은 지금껏 실패를 모르고 성장해 왔다. 그들의 성공에는 그들만의 성공 공식 (Success Formula)이 있었다. 그들은 그 성공 공식에 집중하고 그를 반복 활용하고 확대 적용하여 초 우량기업이란 왕관을 차지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뀐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이들은 기존의 성공 공식을 신주 단지 모시듯 떠받들며 개선에 집착하고 근시안적 변화에 치중한다. 이른바 ‘성공 공식의 내부적 효율성 강화’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그들이 성공 공식에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그 공식은 오히려 덫 (Success Trap)이 되어 더더욱 그들의 발목을 옥죄었다. 마치 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로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기존의 석기를 더더욱 날카롭게 갈려고 노력하는 안타까운 모습이라고나 할까? 근본적인 혁신이 가능할 리 없었다.


“역량 파괴적 환경 변화(Competence-Destroying Change)는 기존 역량을 무력화 시키는 환경의 변화입니다. 예컨대, 필름 산업을 삽시간에 붕괴시켰던 디지털 카메라의 출현이라든지, 정밀 기계 산업이었던 시계 산업을 전자 산업, 한발 더 나아가 패션 산업으로 바꾸어 버렸던 시장의 변화가 그 예가 될 겁니다. 신기술이 나온다든지, 산업의 경계가 파괴된다든지, 규제가 변하거나 새로운 시장이 나타난다든지 할 때 이런 역량 파괴적 환경 변화가 나타나지요.”


기존의 우량 기업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치명적 위기 상황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지금까지의 성공으로 이끌었던 경쟁력이 하루 아침에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성공의 덫은 바로 이 때, 작동하기 시작한다. 


▶ 21세기는 초 경쟁 (Hyper-Competition) 시대


21세기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20세기와 다르다. 그러나 경영이란 관점에서 보는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바로 ‘초 경쟁’이란 점 때문이다. ‘초 경쟁’이란 개념은 단순히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경쟁의 본질이 바뀌었다는 게 포인트다. 19세기 후반 현대적 의미의 기업 형태가 나타난 이후 100여 년만의 대변혁이다.


예컨대, 지금까지 세상의 기준은 축구였다. 모든 사람이 축구를 배우고 축구를 연습하고, 축구를 통해 모든 가치가 매겨졌다. 그렇게 백여 년이 흘렀는데, 갑자기 이제부턴 야구로 순위를 매기겠단다. 그런데도 방망이를 쥐기는커녕 드리블 연습을 더 열심히 한다는 게 말이나 되나? 포드형 기업의 몰락과 잡스형 기업의 흥성을 추론케 해주는 비유이자 ‘초 경쟁’이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다. 지금까지가 ‘Work Hard’로 살아 남을 수 있는 세상이었다면 이젠 ‘Work Smart’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 Rule Book, 게임의 규칙을 새롭게 읽어야 하는 건 그래서다.


신동엽 교수는 ‘초 경쟁환경’이라는 새로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알아야 할 Rule Book을 언급하며, ‘초 경쟁환경’의 특성-무경계성, 상시격변성-에 대해 역설했다. 


무경계성은 산업 테두리와 경쟁 영역 등에 있어 경계가 허물어짐을 의미한다. 예컨대, 생각지도 못한 스마트폰 때문에 우리나라 지하철 무가지 시장은 초토화되었다. 급변하는 소비자의 인식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상상하는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때문에 우리는 결코 현재의 프레임에 안심할 수가 없다. 모든 게 변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디지털 유목민의 시대라서다.


상시격변성은 지속적이면서도 급격한 변화를 가리킨다. 그야말로 ‘불안정의 안정화’다. 그러다 보니 예측가능성은 더욱 떨어진다. 기획? 매뉴얼? 시스템? 21세기의 초 경쟁환경에서는 이제 그 수명을 다한, 포드 시절의 말들이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계획은 애초 불가능하다. 계획을 하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움직이면서 최적의 대안(Best Option)을 찾아야 한다. 고정 불변의 시스템이 아니라 시시각각 일어나는 변화의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민첩성이, 그래서 필요하다. 성을 쌓는 자가 아니라 길을 내는 자가 승리한다고 했다. 칭기스칸이 이끌었던 유목민 DNA가 필요한 이유다.


▶ 초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비상 경영? 위기가 왔을 때 납작 엎드려 위기가 지나가길 기다린다고요? 그러면 납작 엎드린 채로 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제는 평상시나 비상시를 막론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성과를 내야 합니다. 항상 초긴장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유사시에 임무를 수행하는 기동특공대, 병원 응급실을 한번 벤치마킹 해보세요. 뭔가 답이 나올 겁니다.”


신 교수는 초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응책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혁신 경쟁’이다. 포드 시절의 패러다임이 기존 경쟁 우위를 계속 방어하고 확장하는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경쟁 우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한 혁신만이 답이다. 혁신 아니면 도태. 앞으로 항상 직면하게 될 선택의 갈림길이다.


두 번째는 민첩성, 즉 ‘속도 경쟁’이다. 기회나 위기는 이제 순식간에 다가와서 급속하게 전개된다. 예전의 대응방식으로는 미처 손 쓸 틈이 없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말은 오늘날 거대 기업들에게도 해당되는 인사다. 신중한 리스크 매니지먼트? 신중 경영의 대명사였던 일본 기업들의 몰락을 보라. 신중해서만은 안 된다. 신중하면서도 빨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창조 경쟁’이다. 예전에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면 1위 기업뿐만 아니라 나머지 기업들도 어느 정도 나름의 과실을 챙길 수 있었다. 최소한의 생존 여건은 보장되었던 셈. 그러나 이젠 어림없다. 퍼스트 무버, 즉 개척자가 독식하는 세상이다.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것도 제일 먼저 말이다.


신동엽 교수의 혁신 강의는 ‘역량 파괴적 환경 변화’라는 진단에 이어 ‘상시 창조적 혁신’이란 처방으로 끝을 맺었다. 그랬다. 지금보다 좀 더 긴장하고 지금보다 좀 더 허리띠 졸라매고 지금보다 좀 더 열심히 일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세상이 바뀌고 게임이 바뀐 것이다. 모든 걸 리셋 (Reset)해야 하는 이유다.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본질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면서도 상시적인 창조 혁신 말이다! “Don’t aim to satisfy! Aim to surprise!” 한동안 뇌리를 떠날 거 같지 않은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보통마케터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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