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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칼럼 08] 가정을 '경영'하다

[국제신문 연재] 안병민의 세상읽기

국제신문 2020년 1월 23일자 26면에 실린 <세상읽기> 연재칼럼입니다.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경영자가 수행하는 전략, 관리, 운영 활동. 경영에 대한 여러 정의 중 하나다. ‘기업’이란 단어 대신에 ‘가정’이란 말을 넣었다. 가정의 비전과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경영자가 수행하는 전략, 관리, 운영 활동. 어색함이 전혀 없다. 경영은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란 얘기다. 가정도 경영의 주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기업경영’과 ‘가정경영’에는 유사점이 많다. ‘가치와 성장’과 ‘사랑과 행복’이라는, 각각의 비전과 목적이 있다는 점,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지속가능경영을 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또한 경영자의 리더십에 따라 조직문화가 달라진다는 점,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 등 유사점은 차고 넘친다. 


기업 경영의 출발점이 미션과 비전임을 우리는 안다. 가정경영도 마찬가지다. 비전과 미션은 곧 방향과 이유다. 우리 가족이 함께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 왜 그리로 가려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게 말고삐다. 말고삐를 놓고 타는 말은 정처 없다. 그저 가는 거다. 그냥 가는 거다. 삶의 낭비이자 탕진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가훈을 떠 올리면 쉽다. 우리는 가훈을 통해 우리 가정의 핵심가치를 정립하고 지향한다. 가족 구성원들의 의사 결정 기준이 그렇게 만들어진다. 


다음 단계는 실전 응용이다. 기업경영에 활용되는 다양한 개념과 툴을 가정경영에 활용하는 거다. 예컨대, ‘가정의 행복’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정에도 사업계획이 필요하다. 우리 가족이 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지, 그 과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수립한 계획은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실행은 계획대로 잘 되었는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는지, 부가적으로 필요한 노력은 또 무엇인지, 평가하고 개선해야 한다. 


또 있다. 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와 코칭이란 개념은 자녀 교육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재무회계 관리는 가정경제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프로젝트 관리, 위기 관리, 자원 관리 등 기업에서 쓰이는 경영의 모든 전략적 도구가 가정에도 유용하다. 계획 수립, 실행, 평가 등 기업경영의 모든 단계가 가정경영에도 그대로 접목된다. 

경영은 의사 결정의 종합 예술이다. 아무런 구심점 없이 제 멋대로 움직이는 조직은 백전백패다. 모든 기업에 CEO가 있듯이 모든 가정에도 경영자가 필요하다. ‘나는 일이 많아서’ 또는 ‘나보다 배우자가 더 잘 해서’ 같은 한가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남편과 아내, 아빠와 엄마가 함께 나서야 한다. ‘남자는 바깥 일, 아내는 집안 일’이라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벗어 던져야 한다. 요컨대 ‘가정경영’이란, 부부 혹은 부모가 공동 CEO가 되어 가족들과 함께 비전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동태적 과정인 것이다.


가정을 경영하듯 기업을 경영한다면 모든 기업이 망할 지도 모른다, 라는 말이 있다. 가정경영에 대한 무관심을 지적하는 표현이다. 내 가정을 부도나 도산의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내가 나서야 한다. 바깥 일, 직장 일에만 치중했던 시간과 노력을 가정에도 투자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양적인 균형’이 아니라 ‘질적인 조화’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얼마나 밀도 있는 시간을 보냈냐’가 핵심이다. 가정은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 모두의 행복 터전이자 토대다. 행복한 가정 경영을 위한 전제 조건은 그래서 주인의식, 즉 CEO마인드다.


가족. 영어로 FAMILY. “FAMILY=Father, Mother, I Love You.” 가족이란 영어 단어에는 ‘아빠, 엄마 사랑해요’라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한다. 그만큼 소중한 가족의 가치와 의미를 우리는 많이들 잊고 산다. 별만 바라보며 걷다 발 아래 웅덩이에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마침 정초다. 가족과 함께, 못다 나눈 사랑과 행복의 대화를 나누자. 가정경영의 시작이다.ⓒ혁신가이드안병민



*국제신문 2020년 1월 23일자 26면 <세상읽기> 연재칼럼 http://bit.ly/2TOOCdL


*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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