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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혁신찾기] ‘저기 멀리’가 아닌 ‘지금 여기’

*저자가 직접 하는 저서 대해부-'숨은 혁신 찾기' 편 (방구석 5분혁신-안병민TV)

https://youtu.be/aJU6dM5JiK0


*YTN 뉴스 신간 소개 <숨은혁신찾기> 영상


혁신가이드 안병민의 네 번째 저서 <숨은 혁신 찾기>(bit.ly/숨은혁신찾기) 머릿말입니다.


1

수십 만년 전 수렵 채집 시대는 평등의 세상이었습니다. 좋은 것이 있으면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게 윤리적인 행동이어서가 아닙니다. 늘 이동하며 사는 삶이었기에 개인적 부의 축적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그랬다간 무리에서 금세 쫓겨났을 겁니다. 하지만 농경시대로 접어들면서 부와 정치적 권력의 고른 배분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힘 센 남자들이 바깥일을 하고,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자들이 안살림을 챙기게 된 것도 이 무렵입니다. 부의 세습을 위해 여성의 정조 또한 강조되던 시절입니다.


17세기의 산업혁명은 또 한번의 커다란 변화를 빚어냅니다. 화석연료를 통한 노동력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물리적 힘이 약한 여성의 노동력 또한 중요해졌습니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늘어나고 정치적 평등, 성적 평등이 다시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 배경입니다. 이처럼 “가치관이란 건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라는 게 이언 모리스(Ian Matthew Morris) 스탠포드대 교수가 <가치관의 탄생>이란 책을 통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시대가 변하면 가치도 변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2

1907년, 헨리 포드의 이름을 딴 ‘포디즘(Fordism)’은 대량생산 시대의 막을 열었습니다. 자동차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절정의 전문가가 혼자서 만들던 자동차를, 자동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조립 라인에 서서 뚝딱뚝딱 만들어내게 된 겁니다. 그 결과, ‘장인(匠人)’ 중심의 제조 생산 메커니즘이 ‘시스템’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계획’, ‘최적화’, ‘관리’, ‘효율’등, 포디즘을 모태로 발전해 온 개념들은 현대 경영학을 활짝 꽃피웠습니다.


하지만 21세기의 ‘잡스 경영’은 전혀 다릅니다. ‘직관’, ‘창의력’, ‘상상력’, ‘영감’으로 표현되는 스티브 잡스의 경영이 세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습니다. 포드가 ‘양적 효율성’을 키워드로 하는 산업사회형 경영의 태두였다면, 잡스는 ‘창조적 혁신’을 열쇳말로 하는 21세기 창조사회형 경영의 거장입니다. 포드 이후 100여 년이 지난 지금, ‘포드형 기업’의 몰락과 ‘잡스형 기업’의 부상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경영의 방식도 결국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님을, 시대 변화에 부합해야 함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3

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갑니다. ‘터치’와 ‘클릭’만으로도 원하는 물건이 다음날 새벽, 현관까지 배송되니 인터넷쇼핑이 대세입니다. 마당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침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반려견을 위한 겨울 패딩조끼가 50만원에 팔리는 세상입니다. 사람들 눈에 띄려 더 크게, 더 화려하게 만들던 간판. 그걸 없애는 가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여론을 좌지우지하던 TV와 신문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유튜브를 앞세운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의 약진 때문입니다. 품질과 기능을 광고하던 기업들이 철학과 진정성을 이야기합니다. 매출과 수익만을 좇던 기업들의 ‘사회적책임’ 선언이 잇따릅니다.


인공지능이 바둑으로 사람을 이깁니다. 그림도 그리고, 작곡까지 합니다. 의료계와 법조계까지 인공지능의 영역 확장은 거칠 것이 없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가 스크린을 터치하고,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가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편집하고, ‘소셜 신인류’가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되는 요즘입니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이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세상입니다.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바뀌는, 혁명적 변화입니다.


시대가 변하면 가치도 변하듯, 문제가 바뀌면 정답도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시장과 고객이란 문제가 달라지니, 마케팅과 리더십을 포함한 경영의 해법도 따라서 변합니다. 변화의 내용 때문이기도 하지만, 변화의 속도 역시 우리를 어지럽게 합니다. 시속 5km로 걸어가던 세상이 초속 3십만km의 광속으로 날아갑니다. 그러니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오답이 됩니다. 아니, 오전의 정답이 오후의 오답이 됩니다. 작금의 경영화두는, 그래서 ‘변화관리’, 즉 ‘혁신’입니다. 기하급수적 변화에 즈음하여 수많은 기업들이 ‘혁신, 혁신’ 노래를 부르는 건 그래서입니다.


4

변화에 뒤쳐지지 않으려 많은 이들이 혁신을 공부합니다. 대기업의 혁신 사례를 찾아보고, 유명 석학의 혁신 논문을 찾아 읽습니다. 하지만 뭔가 허전합니다. 와 닿질 않습니다. 수영을 책으로 배울 수 없듯 혁신도 개념으로 익힌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직접 물에 들어가 팔을 젓고 다리를 차야 합니다. 교과서 속 개념을 외워서가 아니라 내 몸이 물을 느끼고 반응할 때 비로소 내 몸이 앞으로 나아갑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혁신을 공부하는 이유는 혁신 시험 쳐서 좋은 점수 받으려는 게 아닙니다. 실제 내 일과 내 삶의 경영혁신을 이뤄내기 위함입니다.


5

어느 스님이 유명한 고승을 찾아가 청합니다. "진리를 가르쳐주십시오." 고승이 반문합니다. "밥은 먹었느냐? "예, 밥은 먹었습니다." 이에 고승이 대답합니다. "그럼 그릇이나 씻어라."


'진리'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내 눈 앞의 '일상'입니다. 그러니 '지금(now)', '여기(here)'에 최선을 다할 일입니다. 혁신의 출발점이 거기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경영혁신을 쓰고 말함에 있어, 가급적 일상의 사례들을 활용하려 했던 이유입니다. 논문 속 어려운 이야기, 나랑 상관없는 거대기업의 이야기는 내 것이 되기 힘듭니다. 그건 ‘그들의 혁신’입니다. 외우고 받아쓴 지혜(Book Smart)가 아니라 온몸으로 부대끼며 일상에서 체득한 지혜(Street Smart)가 진짜 내 것입니다.


어제 점심 먹으러 갔던 동네식당에서, 친구와 재밌게 봤던 영화 속에서 혁신의 조각들을 발견합니다. 경영과 마케팅, 리더십은 그렇게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동안 연재했던 수많은 경영혁신 칼럼들은, 일상에서 건져올린 전략과 지혜, 창의와 통찰, 본질과 철학에 빚진 바가 큽니다. 그래서 칼럼 제호도 ‘일상경영’, ‘경영수다’, ‘세상 읽기’ 등 ‘멀리 저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단어들을 붙였습니다.


6

어릴 적 학교 소풍의 백미였던 ‘보물찾기’를 기억합니다. 보물찾기 시간이 되면 시선의 각도가 달라집니다. 아니, 달라져야 합니다. 일상의 시선으로는 선생님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여기저기 한참을 들쑤셔 보지만 보물은 쉬이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그러다가 찾은 보물은 어이 없게도 바로 내 눈 앞 바위 밑에, 내 등 뒤 나무 가지 사이에 있었습니다. 다시 보니 보물은 발에 채일 정도로 널려 있었습니다. 그걸 보지 못했고, 그걸 찾지 못했던 것뿐입니다.


혁신도 마찬가지입니다. 혁신이란, 거창한 기획과 막대한 예산이 있어야만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매일 신던 까만색 구두를 벗고 빨간색 스니커즈를 신는 것도 혁신입니다. 오늘 저녁 퇴근길, 어제까지 다니던 이 길 대신에 새로운 저 길로 가보는 것도 혁신입니다. 기존의 방법과 다른, 일상의 모든 시도들이 혁신입니다. 그러니 혁신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지금 바로 내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외면하지 않고 힘껏 껴안는 게 혁신입니다. 변화에 맞춤하는 새로운 시선으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포용하는 게 혁신입니다. 요컨대, 일상이 혁신입니다.


그럼에도 그걸 세심하게 보아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무심하게 지나치고 마는 이도 있습니다. 깨어나야 합니다. 혁신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야 합니다. 남들은 찾지 못하는, 숨어있는 혁신의 조각들을, 크든 작든 내 일을 꾸려가는 이 땅의 모든 리더 분들과 함께 찾고 싶었습니다. 혁신이 갖고 있는, 전복과 일탈과 파괴와 단절의 역설적 통찰을 함께 찾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붙인 책 제목이 <숨은 혁신 찾기>입니다.


7

특별하거나 드물지 않고 평범한 것. 보통(普通)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우리 삶은 그런 보통들이 모인 총합입니다. ‘아무 것도 아닌’ 게 모여 ‘아무 것’이 되는 겁니다. 혁신도 그렇습니다. 작디작은 보통의 혁신들이 쌓여 크디큰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혁신은 작아도 작지 않습니다. 평범해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하찮아도 하찮지 않습니다. 작아 보이고, 평범해 보이고, 하찮아 보여도 혁신은 크고, 비범하며, 특별합니다. 숨은 혁신 찾기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 책 <숨은 혁신 찾기>에는 경영혁신에 대한 저의 이런 생각을 풀어 담았습니다. 1장에서는 혁신의 토대가 되는 지혜와 전략을 살펴봅니다. 2장에서는 혁신을 빚어내는 창의와 통찰을 짚어봅니다. 3장에서는 본질과 철학이라는 혁신의 뿌리에 주목합니다. 물론 무 자르듯 구분할 수는 없는, 경계를 넘나드는 글들입니다. 한 편의 글 안에서도 전략을 이야기하고, 통찰을 쓰고, 철학을 강조했으니까요. 하지만 나름의 선을 갖고 세 그룹으로 분류를 하였습니다.


마케팅과 리더십에서부터 경영혁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디어에 실렸던 글들을 새로이 풀어 엮었습니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다시 읽으며, ‘오늘’의 이야기를 덧붙이고, ‘어제’의 이야기를 덜어내었습니다. 맥이 닿는 대목은 이어붙이고, 뜬금없는 부분은 잘라내었습니다. 이 쪽에 있던 아이를 저 쪽으로 보내고, 저 쪽에 있던 녀석을 이 쪽으로 당겨왔습니다. ‘퇴고’와 ‘편집’의 미학입니다. 시간의 감옥에 갇혀있던 글들을 다시금 현재로 소환해내는 나름의 노력입니다. 독자제위의 글 읽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꽃단장까지는 아니라도 깔끔하게 새단장을 했습니다. 그렇게 세심하게 손을 보아 쓸 만한 아이들만 골라내어 묶었습니다.


물론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출판사를 비롯하여 주변의 많은 분들이 뜻과 힘을 모아주셨기에 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랜 시간, 졸고를 위해 귀한 지면을 아낌없이 내어 주셨던 유수의 언론미디어들에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 전합니다.


8

경영은 비단 CEO나 리더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대기업의 비즈니스 리더만 혁신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내 일과 내 삶의 CEO이자 리더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때맞추어 새봄입니다. 내 일과 내 삶의 경영혁신을 원하신다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독자제위의 일과 삶이 지혜와 전략, 창의와 통찰, 본질과 철학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어제와는 다른 오늘,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빚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이 경영이고, 경영은 혁신입니다!


2020 새봄을 맞으며


-혁신가이드 안병민 드림-


*인디캣님이 만들어주신 <숨은혁신찾기> 리뷰 영상


*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많다>,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혁신가이드안병민TV>를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


bit.ly/숨은혁신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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