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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혁신찾기] 대가들의 대화에서 혁신의 뿌리를 캐다

20200427 정인재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님과 최진석 교수님의 대담에서 발췌했습니다. 혁신가이드로서 제가생각하는 혁신의 본질과 뿌리가 녹아있기에 따로 챙겨둡니다. 같은 맥락에서 제가 잡은 키워드가 '캐주얼'이고, 그래서 천착하는 게 바로 '노자'입니다. 오늘도 상선약수!


*주자학에서는 인간이든 국가든 따라야 할 정해진 이치, 즉 정리(定理)가 이미 있다고 말합니다. 이와 달리 양명학에서는 주체의 내면이 현실과 시대의 상황에 맞게 만들어가는 합리적 이치, 즉 조리(條理)를 강조하죠. 주자학은 외부에 있는 이치를 따르다 보니 명분에 집착하게 됩니다. 이제는 바깥에 있는 명분을 따르는 것보다, 각자가 내면의 양지를 잘 살펴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시대죠. 이게 바로 양명학입니다.


*주자학에서는 이 세상에 눈금이 이미 그려져 있다고 보고 인간은 이 눈금을 발견해서 거기에 맞춰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양명학에서는 인간이 스스로 양지(良知)를 개발해 눈금을 그리면서 사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주자학은 ‘백성은 우매하니 가르쳐야 한다’고 해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인 거죠. 하지만 양명학에서는 백성들이 자기 나름대로 판단능력이 다 있다고 보고 백성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라고 가르칩니다.


*장자에 이런 말이 있어요. ‘길은 걸어 다녀서 만들어지는 것이다(道行之而成)'. 양명학과 장자는 아주 상통한 면이 있습니다. 주자학은 근대적인 중앙집권체제에 맞아요. 시민의식이나 자율성, 자기 책임 같은 문제는 양명학에 더 가깝고. 따라서 지금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양명학이 더 개발돼야 한다고 봅니다. 현대 시민사회에서는 양명학적으로 사는 것이 맞는데 아직 주자학적인 전통이 많이 남아 있지요.


*우리에게 전통적인 유교의 핵심은 사실 주자학입니다. 우리나라는 주자학의 나라였습니다. 주자학에서는 이치, 진리가 정해져 있어요. 주자학에 충실하면 위정척사(衛正斥邪)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견이 다른 상대를 다른 것으로 보지 않고 틀린 것으로 배척하죠. 포용이 용납될 수 없어요. 


*나 자신이 새로워져야 세상이 새로워지는 거지요. 내가 가지고 있는 낡고 고정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국가가 틀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살라고 하거나, 특정 이념을 정해놓고 그곳으로만 가게 하지 말고, 국민에게 자유를 줘야지요. ‘못하게 하지 말고, 하게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미래를 봐야지요. 과거에 갇힌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합니다.


*국가가 틀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살라고 하거나, 특정 이념을 정해놓고 그곳으로만 가게 하지 말고, 국민에게 자유를 줘야지요. ‘못하게 하지 말고, 하게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미래를 봐야지요. 과거에 갇힌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합니다.


*정리(定理)를 추종하는 단계에서 조리(條理)를 자발적으로 행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거죠. 이미 정해진 이치를 따르는 게 아니라 각각의 다른 상황에서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내면이 가장 합리적 창조를 시도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모델을 따라서 사는 삶을 넘어 모델을 만드는 삶으로, 선례를 따르는 삶에서 선례를 만드는 삶으로 바꿔야 합니다. 


*타인이나 사회를 새롭게 하고 싶으면 먼저 나부터 새로워져야 합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이 시대에 제일 필요하다고 봐요. 내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나라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 사회는 다들 개혁을 말하면서 자기 개혁을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그저 타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선진국 높이로 도약하려면 자기 혁신, 자기 개혁의 습관이 매우 필요합니다. 자기 혁신의 결과가 창의성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직업의 개수가 대략 1만4000개 정도고, 일본이 2만5000개, 미국이 3만5000개 정도 되나 봐요. 직업의 개수는 그 나라가 허용하는 수준이고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봐요. 못하게 하는 것이 많으면 직업의 개수도 당연히 적겠죠. 국가가 국민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게 하느냐 못하게 하느냐도 가늠할 수 있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없으면 못 나가요. 정해진 틀만 따라라. 너희의 아이디어는 위험하다, 안전하게 하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틀을 벗어났을 때 창조성이 생기고 새로운 것이 창출되는 것이지 틀 속에 갇혀 있으면 아무것도 안 돼요. 교육도 틀 속에 집어넣어 똑같이 만들어내려 하니 창의성이 부족하죠.


*중국은 주자학으로 송나라를 안정적으로 잘 관리했어요. 이후에 시대가 변해 주자학으로는 더는 국가의 효율적 운영이 어려워지니까 양명학으로 바꿨습니다. 중국은 이런 식으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주자학, 양명학, 고증학 등으로 철학을 바꿔나가죠. 시대에 따라 그 시대에 맞는 철학을 생산해 나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조선 초기에 수입한 주자학을 500년 동안 지켜요. 철학을 생산한 사람들은 생산 과정에서 자신들이 설정한 비밀번호를 알죠. 그래서 시대에 맞게 바꾸는 능력을 발휘해요. 그런데 우리는 수입해 왔기 때문에 비밀번호를 몰라요. 이 때문에 한 번 들어온 것을 죽어라 지키기만 한 겁니다.  


*산업 혁명이 무르익어 거기에 맞는 새로운 사회 구조가 자리 잡았을 때가 1820년 정도인데, 그때를 역사에서는 ‘대분기’라고 합니다. 대분기 때의 선진국은 아직도 선진국이고, 그때의 후진국은 아직도 후진국이에요. 이게 잘 안 바뀝니다. 선진국은 선진국적 높이의 시선을 유지하고, 후진국은 후진국의 시선에 갇혀 있기 때문이죠. 


*정치인이든 엔지니어든 예술가든 학자든 그 사람을 제대로 만드는 핵심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아는 겁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아는 것의 진실성 정도가 그 사람의 성취와 높이와 크기와 행복을 결정합니다. 그 사람의 성숙은 그런 질문들을 하면서 직면하는 방황과 고뇌들이 결정합니다. 이것은 최소한 저한테는 매우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런 질문들을 붙들고 놓지 않은 사람이 정치하면 제대로 된 정치를 하고, 예술을 하면 매우 수준 높은 예술가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들을 하지도 않고, 분명한 답도 갖지 못하면 무엇을 하든 기능적인 단계 이상을 하지 못합니다. 지금 정치인들도 스스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지를 묻기 시작하면 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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