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블N버스™의 인문학-개와 고양이 구별법

[국제신문 연재] 화요경제 칼럼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개와 고양이를 구별하는 법? 인간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다. 척 보면 안다. 기계는 다르다. 개와 고양이의 차이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방법은 연역과 귀납, 두 가지다. 개와 고양이의 일반적인 특성(원리)을 알려주면 연역법이다. ‘이것은 개, 저것은 고양이’ 식으로 다양한 실제 사례(사실)를 보여주면 귀납법이다. 


둘 중 어느 게 나을까? 디지털 세상에서만큼은 귀납의 승리다. 이론과 논리만으로 둘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서다. 정의하기 힘든, 예외적인 경우가 너무 많아서다. 빅데이터의 생산, 처리, 분석, 보관이 가능해진 지금의 컴퓨팅 환경도 한몫 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것도 바둑 이론을 꿰뚫어서가 아니다. 방대한 양의 기보 데이터가 입력되어서다. 


연역에 대한 귀납의 승리는 ‘전체’에 대한 ‘개별’의 승리다. ‘중앙’에 대한 ‘변방’의 승리다. ‘일사불란’을 넘어선 ‘십인백색’의 승리다. 시대정신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다. 개별 존재로서의 특별함을 지닌 ‘나’란 존재가 부상하는 이유다. 


아니나다를까,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던 고객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기업 맥주가 아니라 소규모 양조장에서 빚어낸 수제 맥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내가 직접 만들어먹는 ‘하우스 막걸리’도 인기다. 사진, 음악, 도시, 음식 등 취향을 저격하는 독립잡지들도 생겨났다. 내 손글씨를 폰트로 만들어 쓰는 사람들은 또 어떻고. 


TV 시청자들도 변했다. 시청 시간과 장소, 프로그램을 직접 선택한다. 원하는 방송을 직접 만들기까지 한다. 객체에서 주체로의 변화다. ‘나다움’의 부상이다. 


‘디지털’이란 무기를 얻은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나를 중심에 둔, 내가 만드는 세상이다. 내가 직접 만들어 쓰는 또 다른 돈? 암호화폐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반이다. 블록체인은 분산장부 기술이다. 제 3의 공공기관이 독점하던 거래의 확인과 인증 권한을 개인에게 분산시켰다. 블록체인 기술은 중앙이 통제하던 시대에 종언을 고한다. 개인과 시장이 통제하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다. 



대체불가능한 토큰 ‘NFT(Non-Fungible Token)’는 디지털 소유권을 인증해주는 등기권리증이다. 복제가 쉬워 원본 증명이 힘들었던 디지털 파일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원본인지 아닌지,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누구나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디지털 파일에 원본 가치를 부여하니 ‘창작자 경제’가 꽃을 피운다. 누구든 나의 작품을 사고 팔 수 있게 된 거다. 


‘NFT 게임’도 있다. 사용자가 게임 내 자산을 통제하고 소유하는 개념이다. 게임 사용자는 획득한 아이템을 토큰으로 바꿀 수 있다. 토큰은 또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해당 게임 플랫폼에서만, ‘소유’가 아닌 ‘사용’의 의미만 갖던 게임 아이템이 현금과 다를 바 없는 자산으로 거듭난다. ‘탈중앙화 게임’의 탄생이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돈을 지불하던(Pay to Play) 사람들이 이제는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한다(Play to Earn). 


중앙에서 변방으로 향하는 원심력의 파장은 리더십도 피해갈 수 없다. 수직적 권위주의를 기반으로 한 중앙집권적 조직체계도 변화의 대열에 합류했다. 모두가 주인 되는 탈중앙화 자율조직 ‘다오(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eation)’ 얘기다. 다오에서는 직급과 연차에 상관없이 내가 가진 토큰을 기반으로 조직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분산된 리더십’ 조직인 셈이다. 


현실인 듯, 현실 아닌, 현실같은 가상 세계 ‘메타버스’는 내가 원하는 세상을 내가 직접 만들겠다는 인류 꿈의 끝판왕이다. 사람들은 메타버스 안에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내가 만든 화폐로, 내가 원하는 활동을 하며,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 


앞다투어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과 개념들의 인문학적 지향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탈중앙화! 디지털대전환은 곧 ‘구심력 시대’에서 ‘원심력 시대’로의 전환인 거다. 적응의 방법은 단순하다. 나로 사는 거다. 나답게 사는 거다.  


스스로 자(自)에 말미암을 유(由). 세상은 나로부터 비롯된다. 바야흐로 ‘자유’의 시대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이자 [방구석5분혁신](bit.ly/5booninno)의 혁신크리에이터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 <주소가 바꿀 미래사회와 산업>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이라 역설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MZ세대 소비 탐구:‘나’를 중심에 둔 ‘가치’ 소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