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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앙하라 : 리더가 알아야 할 3가지 'R'

[방구석5분혁신.리더십]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인간적인 것만 살아남는 세상이다. 세상을 놀래켰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역설적인 사실이다. 그래서 인문학이 중요하다.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라서다. 정신과 의사 양창순 박사는 “해부학 교과서와 달리 인간의 몸은 다 다르더라” 이야기한다. 의사로서의 인문학적 이야기다. 몸만 해도 이렇게나 신비로운데 이런 몸을 지배하는 뇌는 얼마나 더 신비로울까? 


알파고는 스트레스가 없다. 알파고는 이진법을 통해 사고한다. 인간은 다르다. 인간 머리 속의 0과 1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존재한다. 사람이 늙고 병에 걸리는 이유 중 하나. 머리 속이 복잡하다는 거다. 머리가 복잡하다는 이야기는 곧 스트레스를 의미한다. 그러니 불로장생은 요원한 일이다. 


인공지능과 다른 인간만의 속성 중 또 다른 하나가 희망이다. 인간만이 꿈을 꾸고, 희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한다. 희망과 의미. 따져보면 인간은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이 두 가지만 있으면 그 거칠고 험한 삶을 살아낸다. 그렇게 우리 인간은 세상을, 그리고 역사를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세상이 복잡해지니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대인관계다. 


우주를 다녀온 우주비행사에게 에스콰이어誌가 인터뷰를 하며 물었다. "이제 우주도 정복했는데 우리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남은 미개척 분야는 어디일까요?" 우주비행사의 대답은 간단했다. ‘인간관계’라는 답변이었다. 맞다. 증상은 다 달라도 원인은 하나다. 대인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갈등, 그게 문제다. 


조직 내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 그중 86%가 인간관계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인간관계가 스트레스인 이유를 더 들여다보면 ‘기질적으로 맞지 않는다’란 답변이 제일 많다. 다른 거 없다. 그냥 꼴 보기 싫다, 라는 이야기다. ‘이유 없이 그냥 좋다’는 말만큼이나 참 답이 안 나오는 이야기다. 


“일이 힘든 거나 월급이 적은 건 참아도 모욕과 멸시는 못 참아.” 


많은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감정노동’ 개념은 여기서 출발한다. ‘감정노동’이란 단어는 인간관계에서 받는 상처와 그 치유의 중요성에 대해 이제 우리 사회가 눈을 떠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찌 보면 이 시대의 리더들 또한 감정노동자다. 리더라는 자리 자체가 참 쉽지 않은 자리라서다. 혹자는 리더의 자리를 산봉우리에 비유한다. 올라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눈과 비를 제일 먼저, 제일 많이 맞는 위치란 설명이다. 리더의 자리는 그래서 영광스러우면서도 참 고통스럽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이유다. 


리더가 받는 스트레스는 결코 작지 않다. 위치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 외에도 조직 내·외부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는 덤이다. 하지만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스트레스를 이기는 방법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이다. 그 어려운 걸 늘 해내는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와는 달리 이 단순하고 쉬운 걸 오늘날 많은 리더들이 못해내고 있는 거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많은 리더가 ‘모든 짐을 다 안고 가려’ 한다는 점이다. 리더는 모름지기 강해야 한다는 편견에 의한 희생자다. 


인격은 종종 ‘자율성’과 ‘연대감’의 총합으로 설명한다. 내가 누리는 자유만큼 내 책임도 인정하는 사람을 우리는 인격자라 칭한다. 다른 사람과의 우호적 협업을 통해 상호간의 관계를 성숙시키는 사람 또한 인격자다. 다시 말해, 자기경영과 인간관계 경영, 이 두 가지 경영을 잘 하는 사람이 인격자이고, 리더인 셈이다. 


그렇다면 인간관계 경영이라는 게 뭘까?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를 움직여 성과를 창출하는 거다. 그렇게 보면 인간관계 경영은 리더십으로 이어진다. 


동양에서는 음양의 이치를 이야기한다. 본질은‘균형’과 ‘조화’다. 세상 만물, 세상 만사에 음양이 있는 것처럼 우리 몸 자체도 ‘관계’다. 그리 보면 뇌 자체가 ‘사회적’ 기관인 셈이다. 뇌 안에 있는 세포 수는 우주에 있는 별보다 많다. 그래서일까,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일 뿐만 아니라 감정의 동물이다. 변화무쌍한 감정의 움직임이 뇌 안에서 만들어진다. 감정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인간관계 경영은 곧 뇌 경영과 다를 바 없다. 


프로이트는 이야기했다. 생각이 엔진이라면, 감정은 연료라고. 이성이 인간을 만들어낸다면 감정은 인간을 이끌어간다, 라는 루소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동기부여’와 ‘감정’의 어원은 같다.  ‘Movere’, 즉 ‘움직이다’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하려면 감정에 호소해야 하는 건 그래서다. 결국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공감 신경세포를 작동시키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감정이다. 똑똑한 게 능사가 아니다. 공감하는 능력이 이제 경쟁력이다. 흔히 말하는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공감 능력 부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매슬로우가 정의하는 욕구 중에서 감정과 가장 맞닿아 있는 게 바로 소속의 욕구, 사랑과 인정의 욕구다. ‘나르시시즘’이란 개념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대목이다. 이 나르시시즘이란 게 나만의 욕망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시선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나르시시즘은 두 가지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먼저 자기애, 자기사랑이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며, 세상과 사람들도 자기를 그렇게 여겨주기를 바라는 심리다. 또 하나는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거다. 나르시시즘을 통해 우리는 인간 다양성에 대해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스스로의 존재감이 상처받거나 폄훼당하는 것을 못 견뎌 한다.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고 또 필요한 이유다. 


‘나를 무시한다,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사람들간의 관계에 있어 대부분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모든 사회적 갈등과 범죄의 심리적 원인은 바로 이 인정의 심리가 충족되지 않아 생겨나는 ‘인정 투쟁’의 결과라는 헤겔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른바 ‘수동공격성’의 발현지점도 바로 여기다. 수동공격성이란 자신의 나르시시즘에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일컫는다. 대놓고 직접적으로 반항하거나 거절하는 건 아니지만 아주 교묘하게, 드러나지 않게 태업하는 거다. 리더라면 수동공격성과 관련하여 머리 속에 떠오르는 직원이 한둘 쯤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진정한 감성경영은 그래서 나르시시즘 경영이다.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Recognition)해주고, 존중(Respect)해주며, 성과에 대해서는 보상(Reward)해주는 거다. 성공하는 리더들의 인간관계는 이렇게 세 개의 R로 돌아간다. 


여기에 덧붙여 쇠를 녹여 황금을 만드는 연금술처럼 내 주변 사람들과의 메마르고 건조한 인간관계를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과 은총의 관계로 바꾸는 비법을 살펴보자. 


1) 대인관계는 상호작용이다 


대인관계는 쌍방향적 소통을 기반으로 한다. 상대의 말과 행동의 시발점은 나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내 성격이 어떤지, 내가 어떨 때 행복하고 어떨 때 슬픈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말투와 표정, 행동을 관찰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라면 누구라도 그 정도는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한다. 다니던 회사마다 이상한 동료와 상사들이 많다며 밥 먹듯이 이직을 일삼던 어느 직장인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새로 옮긴 회사에서는 그런 사람이 없더란다. 스스로도 신기해서 동료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던 동료 왈, “네가 바로 그런 이상한 사람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야.” 


스스로를 잘 모르는 사람은 봉변을 당하고,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의외로 쉽다. 내 장점은 반으로 줄여 생각하고, 내 단점은 두 배로 늘여 생각하면 된다. 


2) 칭찬은 관계의 윤활유다 


칭찬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칭찬이 쉽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의 사고 체계 자체가 칭찬을 할만한 긍정적인 요소보다 비난의 대상인 부정적인 요소들을 더 잘 찾아내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한 음식을 잘 골라내야 오래 살 수 있는 것처럼 내게 좋은 것보다는 내게 해로운 것을 빨리 구분해내는 건 선사시대부터 지금껏 생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생존을 위한 자연의 섭리인 셈이다. 


그래서 추천하는 방법이 ‘인간관계를 외국어 배우듯이 하라’는 거다. 우리가 외국어를 공부할 때에는 그 언어를 잘 모르니 상대방의 말 한마디와 표정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이게 바로 경청이다. 경청이 생활화되면 무심코 내뱉은 내 말 한 마디에 상대가 상처를 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반대로 작은 칭찬 하나로 상대를 춤추게 할 수도 있음도 알게 된다. 


또 하나, 외국어를 공부할 때면 내 말을 상대방이 다소 못 알아들어도 양해가 된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며 늘 부하직원을 닦달하는 리더라면 염두에 둘 부분이다. 


3) 분노는 부드럽고 단호하게 표현하라 


디즈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의 하나는 분노와 슬픔 등 우리 감정 하나하나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라는 거였다. 말 그대로 분노는 매우 정상적인 감정이다. 위협을 받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 따라서 분노의 감정을 부인하거나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신과 남을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분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화가 나면 눈에 뵈는 게 없다 이야기한다. 단지 관용적 표현만이 아니다. 화가 나면 실제로 시야가 좁아지고 생각의 틀이 작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분노로 눈이 뒤집히면 앞뒤 재고 따질 여유가 없다. “분노라는 병은 그래서 모든 악 중 최고다.” 그 옛날에 이미 ‘분노조절장애’라는 게 생기리라 예상했던 걸까, 세네카의 말이다. 


분노의 감정을 올바로 다스리려면 화를 표현하되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화를 내기 전에 내 분노가 정당한지 살펴볼 분별력도 필요하다.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감정도 학습과 경험에 의해 조절이 가능하다. 연습하고 또 연습할 일이다. 


핵심 키워드는 ‘인정’이다. 모든 사람들은 ‘인정’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내가 그런 것처럼. 그래서 중요한 건 나를 미루어 남을 생각하는 거다. 가령 내가 먼저 상대방을 실망시켰을 때 우린 그가 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가 가끔 실수하고 넘어지더라도 상대방이 그 모습을 비난하고 질책하지 않고 묵묵히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기를 바란다. 결국 성공하는 리더의 인간관계 경영의 핵심은 ‘역지사지’다. 맞다. 입장 바꾸어 놓고 생각해보면 이해 안 될 일이 없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 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우리는 결코 나눌 수 없다. 남을 행복하게 해주려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하듯이 남을 인정하고 칭찬해주려면 나 스스로를 먼저 인정하고 위로해줄 일이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고, 상대방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감정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면 복잡한 실타래처럼 꼬여있던 인간관계는 이미 절반 이상 풀린 거다. 


그러니 스스로를 추앙하라. 맞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명대사 그대로, 추앙하라. 스스로를 추앙하라. 추앙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드라마 속 대사를 덧붙인다. ‘넌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된다.’ 응원하는 거, 그게 추앙이다.    


리더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상대방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이 시대 인간 관계의 처방전, 다시 한번 곱씹어본다.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이자 [방구석5분혁신](bit.ly/5booninno)의 혁신크리에이터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 <주소가 바꿀 미래사회와 산업>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이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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