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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리더 : 꼰대가 꼰대인 걸 알면 꼰대겠니?

[방구석5분혁신.리더십]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많은 리더들이 고민한다. 직원들이 예전 같지 않단다. 특히 젊은 직원들이 더하단다. 세상 문명의 표준이 바뀌는 요즘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촉발된 사회 변화 때문이다. 직원들의 변화는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날씨는 매일 바뀐다. 해가 쨍쨍 났던 어제의 옷을 입고 소낙비 쏟아지는 오늘을 맞을 수 없다. 오늘 날씨에 맞는 옷으로 갈아 입어야지, 날씨 탓 하고 앉아선 될 일이 없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변했다. 리더도 달라져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까? 리더십 혁신을 위한 오늘의 길잡이는 '사람을 남겨라'의 저자 정동일 교수다. 



▶ 좋은 리더가 되려면 이것만큼은 피하라 


리더십 강의를 들어보면 머리가 복잡하다. 이것도 해야 된다, 저것도 해야 된다, 주문 사항이 많다. 죄다 ‘해야 할 것(What to do)’에 대한 얘기들이다. 하지만 실패하는 리더들을 보니 모두 비슷한 이유로 실패하더라는 정교수의 설명. 그래서 그 공통점을 연구했단다. 요컨대, 실패한 리더가 되지 않으려면 이것만큼은 절대 하지 말라는 얘기들이다. 하나씩 풀어본다. 


첫째, 리더십을 큰맘 먹고 진행하는 이벤트로 생각하면 안 된다. 리더십을 ‘일관된 그 무엇’이 아니라 이벤트로 생각하는 것, 실패하는 리더들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리더십을 마치 연례행사처럼 시행한다. 쇼 하듯 한다. 중요한 건 일관성이다. 숨 쉬듯 습관처럼 할 수 있어야 한다. 반복적으로 일관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리더는 리더십과 관련한 다양한 실천가이드 모든 걸 다 잘 해야겠다, 생각하지 않는다. 핵심 몇 가지만 추려서 한다. 그걸 내 습관으로 만든다. 몸에 배어버린 리더십은 그만큼 파워풀하다. 


둘째, 정답을 찾지 말라는 거다. 세계적인 성공 기업 리더들의 리더십을 리더십의 전형이나 모범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스티브 잡스처럼 돼야지.” 이런 거 안 된다. ‘일론 머스크처럼, 제프 베이조스처럼’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흉내 내는 리더십은 위험하다. 이들의 리더십을 따라한다고 결코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게 아니다. 조직이 다르고, 업종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맥락이 달라서다. 


그런 리더들을 따라하다 이런저런 실패 끝에 혼자서 내리는 결론? “리더십은 타고 나는 건가 봐.” 당연히 잘못된 결론이다. 리더십에 정답은 없다. 내게 맞는 나의 방법을 찾아야한다. 후배들이 선배에 대해 신뢰를 갖게 하려면? 다른 것 없다. 딱 두 가지다. 일관된 행동에서 오는 예측가능성, 그리고 솔선수범(Leading by Example)이다. 


셋째,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지 말라는 거다. 이를테면 눈에 거슬리는 직원이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애정 어린 마음으로 야단도 치고, 타일러도 본다. 그런데 생각해 볼 일이다. 이게 최선일까?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직원들은 상사의 의중을 100퍼센트 파악하고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그들은 또 하나의 세계이며, 또 하나의 우주다. 


그러니 그들을 고치려 할수록 나만 상처 받는다. 내 의도는 중요치 않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직원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지적질쟁이.’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고, 자기 기준대로 판단하고, 모든 걸 지적하는 나쁜 상사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직원들이란 원래 그렇다. 돌아보면 나도 직원일 때 그랬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핵심은 간접적인 영향력이다. 리더 개인의 취향이나 판단을 통한 직접적인 영향력이 아니라 시스템과 문화를 통한 간접적인 영향력을 빚어내는 거다. 


리더십에 관한 한, 노력만큼은 차고 넘치는 리더가 많다. 그러나 문제는 노력의 크고 작음이 아니다. 노력의 방향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직원들이 원하는 리더의 모습-리더십의 패러다임이 변했다 


수많은 리더들을 만나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요즘 후배들, 요즘 직원들, 이해가 안 간다는 얘기다. 옛날과 다르다는 얘기다. 맞다. 세상이 달라졌으니 사람도 바뀌는 거다. 문제는 예전과 달라진 이들을 어떻게 일에 몰입시킬 수 있을까, 하는 거다. 안타깝게도 리더들의 리더십 방식은 과녁에 도달하지 못한다. 예전 선배들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어서다. 시대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었으면 리더십도 달라져야 한다. 후배들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변화된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리더십 혁신이 필요하다. 


리더의 목적은 ‘조직의 성장’이다. 그런데 이 목적을 자꾸 잊는다. 자꾸 나를 앞세운다. 내 방식에 맞지 않으면 화가 난다. 나를 중심에 두고 나를 기준으로 삼는다. 후배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포용해야 한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구나, 유연해야 한다. 조직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더 큰 목적을 위해서다. 이게 핵심이다. 


카리스마 리더가 깃발을 들고 나를 따르라 소리 치던 시대는 저물었다. 군림하고 지시하고 명령하는 리더를 이제는 어느 누구도 따르지 않는다. 아니, 외면한다.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바뀌어야 한다. 능력만으로는 안 된다. 품성도 갖추어야 한다. 예전의 리더는 명령만 내리면 됐었는데, 이제는 챙겨야 할 게 많다. 이것저것 다 갖추어야 하는 리더. 예전보다 리더 역할 하기가 훨씬 더 힘들어졌다. 누군가 말했다. 왕관을 쓰려는 자, 왕관의 무게를 버티라고. 


“기업 10곳 중 6곳, 밀레니얼 세대 관리 어려워”. 한 신문 기사 해드라인이다. 대다수 기업들이 세대 갈등을 겪는다는 게 골자다.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이 힘들단다. 조직보다 개인을 우선시한단다. 퇴사와 이직이 많아졌단다. 젊은 직원들은 희생정신이 부족하고 불이익에 민감하단다. 이렇게만 보면 문제투성이 직원들이다. 방법은? 그들을 바꾸는 게 아니다. 리더가 바뀌어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도 타인은 바꿀 수가 없다. 달라진 리더를 보고 직원들은 그제서야 따라 바뀐다. 마치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처럼. 


우리 회사가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까? 이 질문에 ‘노(No)’라는 확신이 들면 직원들은 퇴사한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더 나쁜 건 우리 내부의 나쁜 이야기들이 외부로 퍼져 나간다는 거다. 기업의 속사정을 무기명으로 공유하는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야기가 여과없이 올라온다. 누군가 올린 우리 회사의 ‘저질 리더’와 ‘삼류 문화’ 이야기가 만약 기사화된다면? 우리 부서 일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주거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비싼 돈 들여 기업 홍보와 광고 백 날 해봐야 이런 기사 한 줄이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래서 리더는 유연해야 한다. 나의 기준을 고집해선 안 된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달라서다. 오전 다르고 오후 달라서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하급수적 변화의 시대, 과거의 지식과 과거의 경험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선 안 된다. 리더의 고민인 젊은 직원들. ‘왜 이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행동하지?’ 근원적인 원인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정 교수가 짚어주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하나. 요즘 젊은 직원들은 “너는 공부만 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자랐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공부만 하며 자란 친구들이 우리 후배로 들어와 있다는 얘기. 이런 친구들이 입사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한다. 기다림의 미학이다. 같은 식자재라도 어떤 셰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음식의 퀄리티가 달라지는 것처럼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직원들의 역량은 천양지차로 나뉜다. 


둘. 지금의 젊은 세대는 상대적 박탈감이 큰 세대다. 대학 입학과 취업, 내 집 마련에 대한 박탈감이다. 부모 찬스 등 일부 불공정을 일삼는 기득권을 보며 쌓인 분노가 크다. 합리성과 공정성에 위배된다 싶으면 맞서 싸운다. 태업으로 대응한다. 조직 운영방식이나 문화도 이에 맞추어 새로이 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셋. MZ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특정 가치를 강요받고 자란 세대가 아니다.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다. 자아와 자기인식을 중요하게 여긴다. 요컨대 ‘자유(自由)’다. 스스로 자에 말미암을 유. 세상 모든 건 나로부터 말미암는 거다. 그런 그들에게 조직의 기준을 무작정 강요해선 안 된다. 폭력이다. 그랬다간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 그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 스스로 선택하게끔 해야 한다. 



▶ MZ세대와 함께 하는 리더십 키워드는? 


결론은 단순하다. 1인칭이 아니라 ‘3인칭 리더십’이 필요하다. ‘주관성’이 아니라 ‘객관성’의 리더십 말이다. 여기, 이를 웅변하는 사례가 있다. 최근 모 연구소에서 발간한 리더십 보고서 내용 중에 이런 게 있다. “어떤 걸 충족시켜 주면 직원들이 일을 잘 하겠습니까?” 리더들이 꼽은 1위 답변은 ‘높은 급여’였다. 직원들의 대답은 전혀 달랐다. “일이 주는 즐거움”, “참여하고 있다는 소속감”을 꼽았다. 한자리에서 같이 자면서도 서로 다른 꿈을 꾼다. 완벽한 동상이몽이다. 


그렇다면 MZ세대가 중요하다 생각하는 리더십 키워드는 무엇일까? 첫째, ‘성장’이다. 저 상사와 일하면 내가 성장할 수 있을지를 따진다. 젊은 직원들이 꼽는 리더십 키워드 1순위다. 그렇다면 여기서 꿀팁 하나 방출. 중요한 회의 때 후배를 참여시켜라. 외부 미팅도 마찬가지다. 후배를 데려가라. 직접 보고, 직접 듣고, 직접 느끼게 하는 거다.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거다. 돌아올 때가 더 중요하다. 이번 미팅에서 핵심적인 포인트가 뭐였는지 스스로 고민하게 하라. 회의에 대한 복기다. 후배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상사?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거 아니다.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인 꿀팁이다. 


‘진정성’은 두 번째 키워드다. 사고는 누구나 칠 수 있다. 문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초연결 사회다. 숨길 수 없는 세상이다. 잘못했으면 솔직하게 인정하라. 진심을 다해 사과하라. 이미지 연출? 최악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고 있다. 사기 치다 걸리면 손목 하나 날아갈 각오 해야 한다. 영화 ‘타짜’ 얘기가 남 일이 아니다. 


세 번째 키워드는 ‘수평적 공유’다. 정보에 다들 목말라 한다. 정보는 곧 권력이라서다. 예전 리더들이 정보를 독점했던 이유다. 하지만 전과 다른 세상이다.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이 정보는 공유하는 게 좋을까? 애매한 상황이라면 두 가지만 기억하라. 


1)업무 상황과 맥락에 대한 정보라면? 공유하라. 2) 직원들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라면? 역시 공유하라. 


이 두 가지 이슈라면 고민할 것 없다. 무조건 공유하라. 정보 공유의 타이밍도 중요하다. 정보 공유는 뭔 일이 있을 때, 혹은 리더가 필요하다 싶을 때 하는 게 아니다. 정보는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거다. 이게 루틴이 되어야 한다. 건강한 조직문화는 그렇게 빚어진다. 


다음 키워드는 ‘참여와 선택’이다. 인사컨설팅 회사 타워스왓슨의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고성과 기업과 저성과 기업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한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라는 문항에 고성과기업 직원들의 동의율이 38%인 반면, 저성과 기업 직원들의 그것은 4%에 머물렀다. ‘변화 추진시 직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가?’라는 문항에는 고성과기업 직원들은 44%가 동의했지만 저성과기업 직원들은 17%만 동의했다. ‘현장 관리자들이 변화를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와 도구, 교육을 충분히 제공한다’라는 문항의 동의율은 고성과기업 직원이 저성과기업 직원 대비 14배가 높았다. ‘직원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문항에는 7배, ‘정보공유를 권장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한다’는 문항에는 8배, ‘고객의 소리를 공유한다’는 문항에는 동의율이 5배나 높게 나타났다.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여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성과 창출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데이터다. 



▶ 구성원 열정을 이끌어내고 잠재적 역량을 120% 이끌어내려면 


리더십은 결국 성과를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리더 혼자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리더 혼자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면 리더십은 필요가 없다. 혼자 할 수 없으니 필요한 게 리더십이다. 직원들과 함께 해야 하니 필요한 게 리더십이다. 


그렇다면 직원의 역량을 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은 선택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내가 참여하고, 내가 결정해야 열정이 생긴다. 그래야 눈빛이 달라진다. 그러니 리더여,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통보하지 말라. 만약 그랬다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다. 데시(Deci)와 라이안(Ryan)의 자기결정이론(Self 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내 행동에 대한 선택권과 통제권이 없다면 사람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학습된 무기력’ 혹은 ‘남 탓’이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수 없거니와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도 남들 비난하기 바쁘다는 얘기다. 누가 직원을 이렇게 만든다고? 모두가 그 잘난 리더 탓이다. 


‘자신이 소속된 조직에서 문제점이나 개선사항을 알게 되었을 때 말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 적이 있다’라는 문항에 직장인 88.3%가 ‘그렇다’고 답했다. ‘건강한 조직’이란 ‘문제가 없는 조직’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직’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음에도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은 물 건너간다. 아니, 망하는 건 시간 문제다. 


그럼 생각해 보자. 직원들은 왜 문제를 보고도 그냥 넘어갈까? 답은 쉽다. 말해봤다 달라질 게 없어서다. 상사에게 한 소리 들을까봐서다. 튀는 사람으로 찍힐까봐서다. 그러니 리더여, 실행할 의지가 없다면, 다시 말해 안 바꿀 거면 직원에게 물어보지도 마라. 


직원 입장에서는 용기 내어 얘기했는데 아무 변화가 없으면? 다음부터는 아무 말도 안 한다. 뭔가 얘기를 한다는 건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의미 없는 일에 공을 들일 바보는 세상에 없다. 게다가 더 큰 문제가 있다. 보고도 모른 척하는 현상은 조직 내 전염성이 크다는 거다. 그러니 자꾸 얘기하게 하라. 그리고 의사결정에 반영하라. 



‘두려움 없는 조직’은 그래서 리더십의 핵심이다. 그 유명한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 얘기다. 2012년부터 2년에 걸쳐 진행된 프로젝트다.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의 공통점은 과연 무엇인지 찾아내는 게 목적이었다. 무려 180개 팀을 인터뷰하며 데이터를 모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공하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구성요건은 다르지 않았다. 성비, 팀 구조, 같이 일하 기간 등도 변수가 아니었다. 능력이 뛰어난 팀원이 있다는 사실도 영향이 없었다. 관건은 심리적 안정감이었다. 예컨대, 이런 거다. 다음 질문들에 ‘Yes’라고 답할 수 있나? 그렇다면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조직이다. 


1) 눈치 보지 않고 아이디어를 말할 수 있나? 2) 내 실수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나? 3) 거리낌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나? 4) 리더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나? 


스스로 주인 되어 일할 수 있게 하는 것.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하는 것. 리더로서 만들어야 할 업무환경이자 조직문화이다. 그렇다면 이제 소통의 문제가 남는다. 어떻게 그들과 소통할 것인가? 소통의 목적은 하나다. 신뢰 구축이다. 


딱 한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면? 1대 1 만남이다. 시간이 없다고? 업무의 우선순위를 재설정하라. 내가 안 해도 되는 일이라면 믿고 맡겨라. 그렇게 시간을 만들어라. 모든 직원들을 다 만나기가 힘들다면? 선별적으로 하라. 리더로의 성장 가능성이 높고 번아웃되어 있는 직원들을 우선적으로 만나라. 이런 직원들은 일도 잘하기에 다른 회사에서도 환영하는 직원들이다. 퇴사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이들을 만나서 물어야 한다. 여기 핵심 질문 4개가 있다. 


1) 요즘 무슨 고민해? 2) 지금 맡고 있는 그 일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어떤 지원을 해주면 좋을까? 3) 내년엔 어떤 업무를 한번 해보고 싶어? 4) 커리어 목표는 어떻게 잡고 있어? 


직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직을 꿈꾸며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상사는 직원의 마음을 잘 모른다. 영원히 함께 하겠거니 혼자 착각에 빠져있다. 공감능력이 떨어져서다. 이런 이를 우리는 ‘꼰대’라 부른다. 요즘은 워낙 여기저기서 ‘꼰대, 꼰대’ 노래를 부르니 다들 ‘꼰대’ 소리만 들어도 화들짝 놀란다. ‘꼰대포비아’가 따로 없다. 나를 꼰대로 보지 않을까 하는 공포다. 그럼 여기서 잠깐 자가 진단. 


1) 적게 듣고, 많이 이야기하고, 같은 말을 두 번 이상 반복한다 2) 자기 견해만 옳다고 주장한다 3) 감성이 메말라 문화생활을 멀리 한다 4) ‘요즘 젊은 것들은~’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한다 5) 함부로 반말을 하기 시작한다 6) 유머감각이 떨어진다 7) ‘내가~~했을 때는’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8) 후배가 친근하게 다가오면 ‘얘, 버릇 없네’라는 생각이 든다 9) 솔직하게 말해보라, 했지만 막상 솔직하게 말하면 기분이 상한다 10) 후배들 앞에서 부쩍 나라 걱정을 많이 늘어놓는다. 


8개 이상이라고? 꼰대 오브 꼰대다. 꼰대력 킹왕짱, 제대로 꼰대이다. 


▶ 직원의 열정을 뽀개는 상사의 말과 행동 


요즘 직장인들은 직장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곳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아실현의 공간이라 여기고, 자신의 꿈과 목표를 성취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답은 쉽다. 


21세기 수평문화에 적합한 리더십? ‘이네이블러(Enabler)’다. 다른 사람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키워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이네이블러다. 


“저 상사 덕분에 내가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어.” 이런 소리를 듣는 사람이 이네이블러다. 그러니 변혁적 리더십, 카리스마형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 등 리더십의 스타일에 빠지지 마라. 다른 것 없다. 직원을 성장시켜라. 


“영국 수장인 윌리엄 글래드스톤을 만나면 누구든 수상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돌아갔다. 하지만 그의 경쟁자인 벤저민 디즈레일리를 만나면 누구든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방을 나섰다.” 당신이라면 어떤 리더와 일하고 싶을까? 전자라고? 그럼 계속 그렇게 사시라, 험험. 


이론이고 뭐고 필요 없다. 현장의 직원들이 직접 내는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자. 직원을 불타오르게 만드는 상사의 말과 행동에 대해 물었다.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나를 믿고 맡겨줄 때, 나와 함께 해줄 때, 부하직원의 실수를 감싸고 책임을 져줄 때, 부하직원의 경력 개발을 지원해줄 때, 인생의 멘토로서 지혜와 정보를 줄 때, 솔선수범할 때, 상사 본인이 책임감을 보여줄 때. 이럴 때 직원들은 열정이 불타오른다 답했다. 거창하지 않다. 이 중에서 뭔가 훅 당기는 게 있다면, 그리고 일회성이 아니라 오래도록 할 수 있겠다 싶은 게 있다면, 그것부터 한번 시작해보라. 좋은 리더로서의 출발점은 거기부터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 리더십도 그렇다. 직원의 열정을 일깨우는 리더의 말과 행동이 있다면 그 반대도 당연히 있게 마련이다. 역시 직원들의 생생한 표현을 가져왔다. 이유 묻지 말고 시킨 일이나 일정 안에 끝내라고 닦달할 때, 니들 맘대로 해놓고 나보고는 도장만 찍으라고? 라며 야단칠 때, 부하직원들 앞에서 비참하게 깰 때, 자꾸 말을 바꿀 때, 업무에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업적만 다 가져가려 할 때, 무조건 자기가 해봤다며 의견을 묵살할 때, 부하직원을 이용할 때, 자기만 살려고 할 때, 부하직원에 무관심할 때. 이럴 때 직원들의 열정은 흔적도 없이 바스라진다. 반면교사가 따로 없다. 이렇게만 안 하면 된다는 얘기다. 


정리한다. 리더십은 긍정적 영향을 통해 자발적 추종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다. “저 리더를 보면 나도 모르게 쫓아가게 돼.” 하는 능력이다. 리더로서 가져야 할 긍정적 영향력의 원천? 능력이 아니다. 직급이 아니다. 일의 목적이다.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하려 하는지, 명확한 일의 목적을 가지고 그 실현을 위해 진심을 다해 솔선수범하는 리더. 달라진 세상의 모범적 리더의 모습은 이러하다. 


일의 목적과 함께 리더가 갖추어야 할 또 하나의 역량이 ‘질문’이다. 직접적인 영향력이 아니라 간접적인 영향력이 필요하다 전술했다. 그러니 지시하지 말라. 명령하지 말라. 자극하라. 자극의 방법이 곧 질문이다. 후배들에게 지속적으로 질문하라. 


“그걸 효과적으로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업무 처리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고 내년에는 어떻게 변할 것 같나?” “자네가 고객이라면 어떤 제품을 원할까?” 


리더의 질문을 통해 일의 주인이 된 직원은 스스로 열정을 불태운다. 기억해야 한다. 리더는 주인공이 아니다. 질문하는 사람이다. 선수가 아니다. 감독이다. 리더의 역할은 그래서 딱 두 개다.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것, 그리고 직원들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방향을 설정하는 것. 



리더는 다른 이를 통해 성과를 달성하는 사람이다. 내 능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다른 이들의 능력에 지렛대가 되어야 한다. 누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그건 상관없다. 나로 인해 직원이 성장하고 그로 인해 조직이 발전한다면 그걸로 됐다. 리더십은 그래서 지독한 짝사랑이다. 행복한 짝사랑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이자 [방구석5분혁신](bit.ly/5booninno)의 혁신크리에이터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 <주소가 바꿀 미래사회와 산업>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이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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