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이드 안병민의 통찰스케치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블록체인이 뭐지? 단순히 가격이 올라가고 떨어지는 자산의 차원만은 아니다.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 요컨대, 블록체인은 더하고 빼는 기술이다. A와 B가 무언가를 주고 받았을 때 그 과정이 기록되는 중립적인 공개장부, 그게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과 블록체인금융. 이번 글의 글감이다.
A라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대학, 같은 과를 졸업한 100명의 사람에게 1억원을 주겠단다. 오프라인 상에서의 약속이라면 계약서를 작성하여 100명 모두에게 배포해야 계약이 성립된다. 블록체인에서는 이 과정이 단순화된다. 인터넷을 통해서다. 계약 내용이 블록체인 상에 기록되고, 누구나 계 약 내용을 열람할 수 있다. 공개장부인 셈이다.
A의 마음이 바뀌어 계약 내용을 바꾸고 싶다면? 100명의 사람을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만나봐야 별무소용이다. 이미 돈을 지급하겠다는 계약내용이 모든 사람이 가진 공개장부에 기록되어 버려서다. 바꿀 수 없다. 비가역적이다. 이 개념이 블록체인이다.
카카오톡을 떠올리면 쉽다. 카카오톡은 더 이상 1대 1로만 이야기하는 공간이 아니다. 단체 그룹방이 생겼고, 오픈 채팅방이 생겼다. 이런 톡방에서 말 실수를 하면 박제되기 십상이다. 지울 수 없으니 돌이킬 수도 없다. 웹3 서비스도 데이터를 공개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한다. 투명성이 제고되면서 커뮤니티가 강화되고 있다.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가치다.
▶ 2022년 블록체인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자
기술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자. 예전 인터넷이 보급될 때의 속도와 지금의 블록체인의 보급속도는 무척이나 유사하다. 1990년부터 10년간의 인터넷 사용자 증가세와 2014년부터 10년간의 블록체인 사용자 추이가 거의 같은 궤적을 보인다. 어찌 보면 블록체인은 새로운 인터넷이다. 특히 MZ세대는 토큰 등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서비스에 대한 학습 속도가 빠르다. 이들은 향후 블록체인금융의 핵심 사용자가 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는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에 디지털 자산의 소유 정보를 새겨 넣은 것)를 통해 꽃을 피워가고 있다. 제너레이티브 아트(여러 디자인 요소들을 알고리즘을 통해 무작위로 배치하여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 분산투자, 민팅(내 작업물을 NFT화하는 작업) 플랫폼, 탈중앙화 자율 조직인 다오(DAO) 플랫폼 등 일반 사용자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NFT의 대표적인 사례 BAYC는 강력한 커뮤니티 멤버십으로 자리 잡았다.
사용자가 실생활에서 걸으면 걸은 만큼 토큰으로 보상받는 ‘Move to Earn’ 형태의 서비스도 재미있다. 유저는 보상으로 얻은 가상화폐로 운동화NFT를 구매할 수 있다. 그 신발NFT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갑에 들어오고, 유저가 얼마나 걸었는지에 따라서 토큰을 보상 받는다. 단순히 서비스로만 이용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커뮤니티 내에서 이걸 어떻게 이용해야 하며, 이걸 통해 어떻게 보상 받을 수 있는지,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이른바 ‘X2E 모델’(X2E는 돈 버는 게임인 P2E(play to earn)에서 파생된 용어.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가리킨다)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들의 지속가능성은 사실 매우 떨어진다. 재밌는 게임이 출시되더라도 잠깐 인기가 있다가 이내 거품이 빠지는 것처럼. 하지만 모델 자체는 여전히 강력하다.
블록체인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메인넷이 필요하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킬 수 있는 운영체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커다란 네트워크가 메인넷이다. 대표적인 메인넷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코스모스 등이 있다. 현재 블록체인의 서비스 속도는 굉장히 느리다. 초당 40만 수준의 비자(VISA)의 트랜잭션 처리능력과 비교하면 턱도 없다. 사용 수수료도 싸지 않다. 다른 체인과의 연동성 문제도 있다. 이런 단점들을 극복하는 게 메인넷의 숙제다. 메인넷의 발전 방향은, 그래서 속도와 확장성이다.
탈중앙화금융(Defi) 서비스도 활발하다. 사용자가 획득한 토큰을 예치하여 이자 개념의 토큰을 받는 방식이다. 게다가, 토큰의 환금성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껏 특정 서비스를 통해 획득한 포인트는 현금으로 교환할 수 없었다. 다른 곳에서 쓸 수도 없었다. 예컨대, 스타벅스포인트는 스타벅스에서만 쓸 수 있는 것처럼. 근데 이제는 다르다. 탈중앙화된 교환시장을 통해 유저들은 내가 획득한 토큰을 빠르게, 다양하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토큰이 환금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최근의 테라 사태와 셀시우스의 뱅크런 사태가 그렇다.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쉽게 예치, 보관, 교환할 수 있는 파생상품 리스크 때문이다. 탈중앙화금융 프로토콜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진 건 그래서다.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빠르게 성장한 탈중앙화금융과 가상자산 파생상품의 리스크는 커졌다. 웹3 기반의 서비스 영역인 DAO(탈중앙화 자율조직으로 블록체인을 통해 중앙 집권적 주체 없이 특정 규칙이나 참여자들의 투표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 X2E, NFT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NFT의 성장세가 거세다. 멤버십 형태로 특정 기능이나 특정 재화에 대한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멤버십 NFT, 온라인에서 내가 어떤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증명하는 NFT, 부동산 등 다양한 현물자산에 대한 보유 및 소유를 증명하는 NFT까지, 실생활과 연계된 사용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NFT의 진화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 웹3 시장, 주소 기반의 지갑이 필요하다
웹3 시장에서의 핵심 개념이 있다. 게임, 거래소, 자산운용, NFT, 유틸리티 서비스 등, 모두 각기 다른 서비스지만 동일한 기능이 존재한다. 가상자산을 관리하고 보관하는 ‘주소’ 기반의 ‘지갑’이다. 싸이월드의 도토리를 입금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상의 특정 지갑 주소가 필요하다.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이 입금될 수 있는 지갑 주소가 필요하다. NFT를 거래하려면 나의 지갑 주소를 만들어야 한다. 웹3 서비스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주소 기반의 지갑인 셈이다.
싸이월드의 도토리, 내가 거래하고 싶은 NFT, 거래소의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은 모두 서비스에서 생성한 ‘주소’로 송금될 수 있어야 한다. ‘송금’은 생성된 지갑 주소로 ①입금 ②출금을 확인하고 ③DB에 반영하는 모든 과정을 뜻한다. 쇼핑몰 무통장 입금을 위해서는 가상계좌가 필요한 것처럼 블록체인 서비스에서도 주소가 필요하다.
지갑은 가상자산을 송금받는, 블록체인상의 공개된 키값을 뜻한다. 이더리움, 비트코인 등은 각각의 코드로 구성된 돈이다. 한국의 ATM기기에 일본 엔화를 입금하면 입금되지 않는 것처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메인넷 운영 체제는 각기 기술 특징이 다르다. 각각 다른 개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다. 실제 생성되는 주소 형태도 다를 수밖에. 블록체인 지갑 주소는 어떤 메인넷을 채택하냐에 따라 각기 다른 키값들로 생성된다.
특히 웹3 게임의 경우, 아이템 획득, 구매, 교환 등의 행위를 블록체인 상에 기록하기 위해서는 ‘지갑’이 필수다. 내가 게임을 한다면 내 이름으로 회원 가입을 할 것이다. 내 계정에 매칭되는 가상자산 지갑 주소도 생성된다. 암호화된 키 값으로 지갑 주소를 발급받으면 나는 이 지갑 주소를 통해 해당 게임의 플레이어임을 증명할 수 있다.
내가 게임에서 사냥을 하고 아이템을 획득하면 해당 아이템은 NFT화되어 내 지갑에 들어온다. 이 NFT를 오픈시, 코인베이스 같은, 해당 게임 외부의 거래소로 가져가 거래할 수도 있다. 지갑을 생성해서 관리하는 서비스기업 입장에서는 실제 이것들이 어떻게 입금됐고, 어떻게 전송되고 있는지 관리하는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최근의 P2E게임 서비스가 이런 메커니즘으로 운영된다. 게임플레이를 통해 취득한 아이템은 사실 내 것이 아니다. 소유권이 아닌 이용권의 획득이다. 내가 리니지를 통해서 칼 등 특정 아이템을 획득하면 내 캐릭터가 해당 아이템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던 거지, 온전히 나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이템이라는 게 결국 게임사의 데이터라서다.
하지만 블록체인 상에서는 달라진다. 해당 소유권이 게임회사의 DB에 저장되는 형태가 아니라 유저 개인의 블록체인 지갑에 주어지게 된다. 온전한 소유권 이전이다. 이는 곧 내가 보유한 아이템을 판매하고 양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NFT에 대한 로열티가 높아지는 이유다. 내가 받게 되는 보상들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되어서다.
이제 게임시장은 NFT를 단순히 ‘확률형 아이템’ 형태로 발행하던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NFT 개수가 늘어나 가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공급을 보장하는 희귀NFT를 발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건 그래서다. 지갑을 보유한 플레이어들은 DAO같은 탈중앙화 커뮤니티를 통해 게임 운영 생태계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 게임플레이에 대한 정책을 설정할 수도 있다. NFT를 활용한 담보 대출을 한다든지, NFT를 이용한 새로운 기능들을 만들 수도 있다.
P2E게임은 한국에서는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는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게임 내 재화의 환금이 금지되어 있어서다. 대부분의 한국 게임기업들이 P2E게임을 국내 버전과 글로벌 버전으로 나누어서 배포하는 이유다.
대표적인 P2E게임 기업으로 위메이드가 있다. 플레이를 통해 '흑철'이라는 아이템을 채굴할 수 있다. 누구나 흑철을 채굴할 수 있다면 흑철의 가치가 떨어진다. 흑철의 채굴 기준을 만들어 놓은 이유다. 흑철 채굴이 가능한 레벨도 설정해두었다. 그 레벨에 도달했을 때 채굴이 가능하고, 그 레벨보다 더 높은 레벨이 되면 취득한 아이템을 코인으로 전환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도 게임 플레이어 지갑의 가상자산 주소 생성은 필수다. 실제 위메이드에서는 ‘위믹스월렛’이라는 지갑을 제공한다. 플레이를 통해 보상받는 자산은 내 지갑에 입금된다. 예컨대, ‘미르4’라는 게임을 통해 획득한 아이템은 위믹스월렛에 입금되고, 나중에 위믹스토큰으로 교환하면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다가 아니다. NFT화된 아이템은 다른 예술품NFT와 교환하거나 판매까지 할 수 있다. 게임 아이템의 사용확장성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껏 게임은 취미 혹은 기호의 영역이었다. 이제는 아니다. 흑철을 채굴하면 코인으로 바꿀 수 있다. 수익화도 가능하다. 위메이드에서는, 흑철을 판매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으면 흑철을 추가로 지급하는 이자 정책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게임캐릭터를 잘 키워 높은 레벨의 힘 센 캐릭터를 갖고 있다면, 그것도 여러 개를 갖고 있다면, 그건 단순히 좋은 캐릭터를 많이 갖고 있는 게 아니다. 흑철을 누구보다 쉽게, 고정적으로 채굴할 수 있는 계정을 갖고 있는 거다. 요컨대, 배당이 발생하는 금융상품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게임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금융상품이 되는 거다. 대부분의 게임사가 P2E게임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는 이유다. 자체 거버넌스 토큰을 바탕으로 게임을 통한 결제 및 금융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메타버스 시장 진출까지도 목표로 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이미 강력한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다. 기여도에 따른 보상을 활용하면 더욱 끈끈한 팬덤문화를 빚어낼 수 있다. P2E에서 F2E(Fan to Earn)로의 진화다. 팬, 서포터, 매니아의 활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아이템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를테면 애플의 주식과 스티브 잡스의 서명이 들어간 최초의 아이폰, 둘 중 어떤 것이 더 가치 있을까? 당연히 후자다. 누가 구매할 지도 중요하다. 애플 주식과 달리 스티브 잡스 친필 서명이 들어간 최초의 아이폰은 대체가 불가능하다. NFT의 속성이다. 이 가치를 인정하고 구매하는 사용자는 애플의 찐팬일 거다. NFT는 그렇게 커뮤니티로 이어진다.
앞으로 P2E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확대될 거다. 예측컨대, 커뮤니티를 보유한 수많은 서비스들은 토큰 보상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이다. 이는 곧 각각의 서비스 커뮤니티가 위메이드의 흑철처럼 새로운 금융상품의 성격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이처럼 블록체인서비스는 우리 삶의 모습을 엄청나게 바꿔놓을 거다. 그만큼 잠재력이 크다.
더 중요한 건 블록체인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것. 우리가 맨 처음 인터넷에 접속할 때 야후를 쓰던 시절과 같은 수준인 거다. 그러다 보니 블록체인을 잘 아는 사용자와 블록체인을 일절 모르는 사용자 간의 간극도 매우 큰 게 현실이다. ‘디지털 디바이드 (디지털 정보 및 기기에의 접근성 차이가 야기하는 계층 격차)’를 넘어 이제는 ‘블록체인 디바이드’가 문제다.
예컨대, A금융사가 거래에 대한 NFT나 코인을 제공한다고 해보자. 기존 A사 고객 중에는 블록체인을 전혀 모르는 고객도 분명 존재할 거다. 그들에게 이런 프로그램이 어떤 효용이 있는지 제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블록체인 친화적인 유저들만 혜택을 독점할 거다. 이런 정보 불균형이 누적되면 CS상의 문제 발생 위험도 따라 커진다. 실사례도 있다. 최근 가수 선미가 NFT를 발급했다. 실제 팬들과 크립토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다르다 보니 정작 팬들은 해당 NFT를 구매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 블록체인금융 서비스 도입,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서비스를 개발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살펴보자. 이더리움은 이제 금융상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더리움을 예치해두면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예치라는 게, 이더리움이 내 지갑에 그대로 있는 게 아니다. 해당 서비스 기업의 지갑으로 출금 처리된다. 내가 가진 100이더에서 50이더를 예치했다면 내가 실제 거래할 수 있는 자산은 50이더가 되고, 나머지 50이더는 외부로 출금되는 거다. 서비스 기업 대표지갑으로의 출금이다. 지갑 구조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사용자가 서비스에 가입을 하면 자동으로 개인정보에 맞춰 지갑이 생성된다. 무통장입금 때 가상계좌가 발급되는 것처럼 유저 정보에 매핑된 지갑이 제공된다. 여기에 내가 이더리움을 입금하면 내가 발급받은 사용자 지갑에 이더리움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고객사의 대표 지갑으로 집금된다. 마치 쇼핑몰에 무통장입금을 할 때처럼, 가상계좌를 발급받아 입금을 하면 법인계좌로 직금되는 방식이다. 정확하게는 내가 가진 자산을 양도해서 운영을 맡기는 형태다.
서비스기업의 대표 지갑에 집금하는 형태의 운영 이유? 블록체인의 한계때문이다. 거래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 문제 말이다. 개별 지갑들이 주고 받는 모든 거래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들어서다. 대표지갑에 집금해 둔다면, 이후 서비스는 DB단에서 처리할 수 있다. 수많은 사용자 지갑 보안체계를 각기 구축하기보다는 고객사 대표지갑으로 한 곳에 모아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사용자가 출금요청을 하면 개별 계좌에서 출금되는 게 아니라 대표지갑에서 출금되는 거다. 현재 금융권의 운영방식과 유사한 형태다.
사용자가 직접 지갑을 생성해서 다양한 탈중앙화 제품과 연동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한 서비스도 있다. 카카오클립이 대표적이다. 카카오톡 내에서 클립이라는 지갑을 생성해서 입금을 하면 대표지갑에 입금되는 게 아니다. 정말 나의 지갑에 그대로 클레이가 남는다. 개인지갑에 대한 독립적인 사용성을 보장해주는 거다. 각각의 지갑이 독립적으로 다양한 탈중앙화 서비스와 연계될 수 있는 이유다.
집금과 비집금 형식의 지갑서비스는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다. 어떤 서비스를 개발하느냐, 서비스의 방향이 무엇이냐에 따른 선택의 문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는 은행을 직접 만드는 것과 같다는 거다. 귀한 NFT가 안전하게 입금되고, 누가 가져가지 못하게 잘 보관하고, 고객이 원할 때 출금하고, 장부를 이중화하는 일련의 작업들은 실제 은행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단 얘기다. 관련 서비스 개발에 있어 고려할 점들이, 그래서 많다.
먼저, 내부 통제다. 사용자 출금에 맞춰서 출금 주소를 확인하고 출금 승인 절차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다. 나아가서 출금시 혹여나 블랙리스트로 출금되고 있지는 않은지, 불법도박 범죄 해커의 주소로 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등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하다. 금융권 수준의 해킹 방어 시스템도 필요하다. 출금에 대한 N차 방어 시스템도 갖추어야 한다.
특히 블록체인 보안이 중요하다. 영구적인 자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중앙에서 통제하는 메커니즘이 아니기에 확인되지 않은 지갑주소로 출금되면 돌려받을 수 없다. 그래서 실제 토큰을 발행할 때도 어떤 메인넷 기반으로 토큰을 발행할 것이며, 발행된 토큰 코드에 어떤 기능을 포함할 것인지 등 기술안정성 확보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토큰을 발행했다는 뜻은 어찌 보면 돈을 찍어낸 것이다. 내부자의 탈취 위험이 발생한다. 이해관계자 간의 자산 관리 시스템을 면밀하게 갖추어야 하는 이유다. 토큰을 최초에 어디에 보관할 것인지, 내부자 간에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내부자 간의 계약 관계가 있다면 이 계약 관계는 어떻게 명시할 것인지 등 챙겨야 할 부분들이 많다.
토큰의 발행과 보관에서 안정성을 확보했다면 이를 바탕으로 토큰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서비스의 구축 개발이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 토큰을 연계한 서비스를 만들지, 어떻게 사용처를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실제 이런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는 지갑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금융위에서 지정하고 있는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센스도 취득해야 한다. 최근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졌다.
물론 가상자산 규제 대상 여부는 해당 NFT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요컨대 자산 가치를 지닌 NFT라면 규제 대상이다. 단순히 암호화된 인증서 수준의 NFT라면 아니다. 우리 NFT가 결제와 투자 등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고려하면서 사업을 설계해야 한다. NFT뿐만 아니라 직접 가상자산을 관리하는 사업자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라는 계획이면 앞서 언급한 내부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 '세뱃돈 문화'가 사라질 것이다
불과 몇 년 뒤면 ‘설날 세뱃돈’ 문화가 사라질 거다. 세뱃돈 대신 다양한 디지털자산을 핀테크 어플을 통해서 주고 받을 거다. 이더리움 지갑 주소로 NFT를 보내줄 수도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앞으로 기존 시장과 융합, 결합될 것이다. 탈중앙화서비스는 기존의 중앙화서비스와 공존하면서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보다 강력해질 규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함께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