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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 : '연결'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상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주인공이 쇼핑몰에 들어선다. 그러자 주변의 광고들이 그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의 신상정보뿐만 아니라 심리상태까지 파악해서 맞춤형 세일즈토크를 날린다. 기네스 맥주 광고가 그를 알아보고 “당신 기분을 보니 오늘은 맥주 한 잔이 필요할 것 같군요”라며 말을 건네는 식이다. 눈치 챘을 듯 하다. 2002년 개봉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말이다. 감독인 스필버거는 이 영화의 제작을 위해 1999년부터 전문가들과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미래에는 전자태그와 센서를 일상 생활의 물건에 탑재한 사물인터넷이 구축될 것이다. 모든 사물에 컴퓨터가 있어 우리 도움 없이 스스로 알아가고 판단한다면 고장, 교체, 유통기한 등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바로 이런 사물인터넷이 인터넷이 했던 것 그 이상으로 세상을 바꿀 것이다.” 스필버그가 <마이너리티 리포트>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었을 1999년, MIT의 오토아이디센터 캐빈 애쉬튼 소장은 세상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 직감하고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사물인터넷’이란 용어는 이렇게 생겨났다.

 
스마트폰, PC를 넘어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 시계 등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을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라고 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각종 기기에 통신, 센서 기능을 장착해 스스로 데이터를 주고 받고 이를 처리해 자동으로 구동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교통 상황,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무인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나 집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전제품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그 정도의 기술에 넋을 놓고 있을 있을 여유가 없다. 관련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물인터넷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성균관대 이윤덕 교수와 함께 그 맥을 짚어본다.


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인간 對 인간에서 인간 對 사물, 사물 對 사물로 확장되고 있다.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세상이다. 사물인터넷은 사람, 사물, 공간, 데이터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정보가 생성, 수집, 공유, 활용되는 초연결 인터넷 세상을 의미한다. 사물인터넷은 그래서 ‘연결’이고 연결은 곧 네트워크다. 다시말해 네트워크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사물인터넷이 나타났다.

 
옛날에는 데이터에 접속하려면 컴퓨터 앞으로 가야 했다. 디바이스에 종속되어 있던 세상이었다. 하지만 2000년 들어오며 세상이 바뀌었다. 이른바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 ‘내 손 안의 컴퓨터’가 구현되니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모든 디바이스가 네트워크에 연결되기 시작했다. 인구의 10배수의 디바이스가 (사람의 개입 없이) 인터넷에 접속된다. 사물들이 ‘직접’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이야기다.  


2020년대에는 '지능인터넷’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네트워크에 인공지능이 탑재되는 거다. 그러면 내 주변의 사물들이 나의 오래된 친구가 될 것이다. 나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들이 나와 소통한다. 지금은 사물들의 언어(컴퓨터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때가 되면 사람들의 언어(자연어)를 이해하고 사람들의 언어로 사물들이 말을 건넬 것이다. 애플의 시리가 그 초기 단계의 예다.  

 
눈 앞에 닥쳐 온 사물인터넷 시대. 이제 관건은 누가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 하는 거다. 그 마지막 승자가 되기 위해 이동통신 회사와 단말기 제조사,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앞으로 수많은 사물들이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여러 차원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전쟁이 시작될 거다.

 
변화는 이게 다가 아니다. 사실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의 변화다. ‘네티즌’이라 불리던 사람들은 모바일 시대의 개막과 함께 ‘모비티즌(Mobitizen)’과 ‘유비티즌(Ubitizen)’으로 진화했다. 사물인터넷과 함께 이들은 다시 ‘스마티즌(Smartizen)'으로 또 한번의 진화를 앞두고 있다.  


새로운 디바이스를 사면 매뉴얼을 먼저 찾던 이전 세대와 달리 지금 세대들은 매뉴얼을 보지 않는다. 매뉴얼이 사라지고 있다. 있다 해도 네트워크 저 편의 또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 실로 혁명이다.  


이들 신인류는 신기술에 대한 수용성과 친화력이 엄청나다. 지속적인 연결과 상호작용에 대한 욕구 또한 강하다. 이들은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모든 정보를 빠르게 얻길 바라며 즉각 카피해서 전파하고 다른 이들에게 자랑하기를 즐긴다. 그리고 늘 재미를 추구하고 함께 공감하고 싶어한다.  

 
지금껏 1,000만년 이상 과학기술 기반의 지식 발전이 우리 사회와 시장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사람의 생각을 만드는 경로가 변했다. 그게 급속한 신인류 진화를 주도했다. 생각은 사회적 교류와 복제로 형성된다. 이런 교류의 속도가 이젠 차원이 달라진 셈이다.

 
뉴욕의 패션 트렌드가 한국까지 들어오는 건 이제 순식간이다. 뉴욕에 있는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거나 국내에 있는 누군가에게 전송하는 순간 뉴욕 패션은 곧바로 한국의 패션이 된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연결된 사회에서는 사회의 진화 역시 초고속일 수 밖에 없다. 초연결사회의 새로운 인류 ‘스마트 신인류’는 이렇게 등장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산업혁명(오프라인), 정보화 혁명(온라인)을 거쳐 모든 것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초연결혁명(온오프라인 융합혁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모바일 기반에서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가 연계된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가 창출되는 것이다. 시스코는 사물인터넷이 2020년까지 전 세계 기업 총이익을 21% 성장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전망한다.

 
관건은 결국 ‘연결’이다. 스마트폰의 전원을 켜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네트워크를 찾는 거다. 네트워크에 접속되지 않은 스마트 디바이스는 깡통과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해 ‘스마트하다’라는 의미는 ‘커넥션을 유지한다’는 거다. 연결이 안 되면 스마트란 개념은 의미가 없다. 이런 연결된 디바이스에 지능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가치가 생성된다. 연결된 디바이스들이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거다. 이런 일련의 과정과 플랫폼이 바로 사물인터넷이다.


초연결시대라는 말을 한다. 개념은 간단하다. ‘언제’, 그리고 ‘어디서나’ 연결된다는 의미에서의 유비쿼터스. 여기에 새로운 축이 하나 더 붙은 거다. ‘어떤 디바이스나’ 라고 하는 축 말이다. 다시 말해 언제나, 어디서나, 어떤 디바이스로나 연결되는 것, 이게 바로 초연결시대의 핵심적인 콘셉트이다.

 
정리하자면 사물인터넷 세상은 사람의 개입 없이 사물들이 자체적으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세상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철수가 영희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초대를 한다. 스마트폰은 이를 인지하고 집에 있는 홈네트워크에 접속한다. 이에 따라 냉장고와 오븐은 오늘 저녁 식사 메뉴 준비를 하기 시작하고 오디오는 두 사람이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을 준비하는 거다. 철수의 개입 없이 이 모든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그런데 갑자기 영희에게서 문자가 온다.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오늘 데이트가 힘들겠다는 연락이다. 네트워크에 접속된 사물들은 다시 바빠진다. 두 사람을 위한 음식과 음악이 아니라 철수를 위로해 줄 음악과 그에 적합한 메뉴가 새롭게 세팅된다.    


사물들이 연결된다는 것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하나의 네트워크가 생성되는 거다. 이 네트워크가 새로운 서비스의 플랫폼이 되는 거다. 사물인터넷이 창출하는 새로운 가치다.

 
그런 가치는 다양한 차원에서 생겨난다. 먼저 개인 차원에서의 가치다. 앞서 살펴본 철수와 영희의 데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자동차도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서비스로서의 디바이스로 변신한다. 사물인터넷에 의한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자동차 운전에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헬스케어 산업도 있다. 항상 갖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개인의 심박수와 운동량을 측정하며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의 주치의 역할을 해준다.

 
사회 현안 문제 해결이라는 가치도 있다. 주차장에 들어서는 자동차가 사물인터넷 서비스의 도움으로 헤매지 않고 빈 공간을 바로 찾아 주차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주차공간 확보에 낭비되는 시간의 절감량과 주차 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량을 사회적 차원으로 환산한다면 그 양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사람들은 전체 수명 중 4년을 빈 주차공간을 찾는데 보낸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사회적 낭비로 버려지던 자원들이다.  


쓰레기  처리에 사물인터넷을 도입한 나라도 있다. ‘스마트 쓰레기통’은 쓰레기통에 센서를 부착해 쓰레기 양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수거업체에 전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쓰레기통을 비우지 않아도 되는 곳에는 수거 차량이 들르지 않도록 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한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CCTV라든지 노약자에게 제공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사고 예방과 조치에 큰 역할을 한다.

 
사물인터넷은 산업경쟁력도 제고해준다. 사물인터넷이 접목되면 기존의 제조산업이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 영국롤스로이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롤스로이스는 항공기와 선박엔진, 가스터빈을 제조하는 중공업 회사다. 이들에게 서비스는 제조에 부가적으로 따라붙는 개념일 뿐이었다. 하지만 롤스로이스는 생산하는 모든 엔진에 센서를 부착했다. 센서는 엔진을 가동하는 부품과 시스템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압력, 온도, 진동, 속도 정보를 본사에 전송한다. 본사에서는 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여 문제가 감지되는 경우 바로 조치에 들어간다. 롤스로이스는 사물인터넷 개념을 활용하여 단순 제조회사에서 첨단 서비스회사로 변신한 것이다.

 
사물인터넷으로 운영되는 스마트농장도 같은 맥락이다. 농장의 비닐하우스에 센서를 설치해 온도·습도·생육 상태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합한다. 이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작물이 잘 자라는 최적의 환경'을 찾은 뒤 모든 비닐하우스에 적용하고, 이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거다. 여기에 토질, 기후 변화, 세계농작물 거래 현황까지 분석해 다음에는 어떤 농작물을 재배하면 좋을지 조언까지 해주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기술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라는 거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기 이전에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늘 생각해야 한다. ‘스마티즌’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미래에는 자동차·냉장고·TV 등은 물론이고 의류까지도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이다.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 개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사람과 사물, 서비스 등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가 구현된다는 의미다.  


모든 게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모든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나의 일상을 보여주며 다른 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어한다. 이들에게 재미는 삶에 있어 중요한 가치다. 재미가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이들 스마티즌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분야별 플랫폼을 구축한(또는 하는) 회사가 성장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초연결사회를 겨냥하여 챙겨야 할 화두는 단순하다. 기술이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이 중심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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