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막힘이 없다. 묻는 족족 답한다. C가 가진 방대한 지식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내 업무를 도와줄 수 있겠니?" 혹시나 하며 물었다. 기우였다. C는, 내가 필요로 하는 자료들을 금세 찾아주었다. 하나하나 검색한 결과들을 일일이 읽어보고 확인해서 추려야 했던, 번거로운 작업이다. 해외 거래처에 보내야 할 영어 메일도 ‘뚝딱’이다. 이메일에 들어가야 할 핵심 내용이라며 몇 개의 한글 키워드와 문구를 준 게 전부다. 그럼에도 메일의 전체 내용을 알아서 작성해준다.
말 타면 고삐 잡히고 싶다 했다. 이 정도면 보고서나 기획서도 써줄 수 있지 않을까? “신제품 개발 기획서의 뼈대를 잡아줘.” C가 초안을 잡는 데는 3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세부항목 별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덧붙여줘. 실제 사례도 함께 넣어서.” 내용이 다소 길어 요약문까지 부탁했다. 결과는? 주여, 이게 진정 C가 쓴 것입니까!
C는 업무에 필요한 거의 모든 콘텐츠를 만들어주었다. 새로 런칭할 신제품의 브랜드도 컨셉 별로 추천해주고, 온라인쇼핑몰에 업로드할 제품에 대한 설명과 리뷰도 작성해주었다. 유튜브용 홍보 동영상의 스크립트도 만들어주고, 해당 제품 마케팅 용으로 운영할 블로그의 주제와 내용들도 써주었다. 고객에게 물어볼 설문 내용도 만들어주고, 신제품 런칭행사에 관한 보도자료까지 작성해주니, 이따만큼 쌓였던 업무들이 봄날 눈 녹듯 순식간에 사라진다.
눈치 채셨겠다. 맞다, C는 ‘ChatGPT’다. 대화하듯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언어모델 서비스다. 단순히 질문에 답만 하는 게 아니다.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한다. 어지간한 코딩, 번역, 요약, 작문, 목록 작성은 식은 죽 먹기다.
더 중요한 건,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거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의 혁명적 변화다. 조만간 음성으로도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다. 거기에 더해, 챗GPT가 실시간 정보 수집과 학습-지금은 2021년까지의 정보만 사전학습한 상태-도 할 수 있다면? 다른 프로그램이나 플랫폼, 디지털 기기와 연동까지 된다면?
“오전 회의자료를 기반으로, 업무 진행에 필요한 세부 내용을 만들어서 회의참석자들에게 메일로 보내줘. 추가 인력 확보를 위한 스펙도 작성해서 채용 공고 내주고, 지원 상황은 일 단위로 표로 정리해서 알려줘.” 팀원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챗GPT에게 하는 말이다. 챗GPT와 함께라면 말 한 마디로 미션 클리어드!
이런 것도 가능할 게다. “내일은 아침 7시에 일어날 거야. 모닝콜 음악 틀어주고, 일어나자마자 마실 수 있게 커피 물을 미리 데워줘. 조간신문에 실린 주요 기사들은 요약, 정리해서 거실 디스플레이에 띄워놓고. 참, 우유도 떨어진 것 같던데, 동네 마트에 주문 넣어줘.” 파편화되어 있던 많은 일들이 챗GPT에게 던지는 말 한마디로 한 방에 해결되는 셈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컴퓨팅 프로그램들과 연동하여 챗-GPT가 내 지시와 명령을 수행하는 세상. 챗GPT가 바꾸어놓을 우리의 일상이다. ‘웹3’라는 스마트한 시공간을 살아갈 우리 인류의 '디지털비서'가 될 거라는 얘기다.
챗GPT 열풍이 우리에게 주는 혁신의 시사점은 두 가지다. 먼저, 변화의 속도다. 오전 다르고, 오후 다른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다. 출발 총성은 이미 울렸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신발끈 고쳐 매고 지금이라도 뛰어야 한다. 과거의 감옥에 사로잡혀 미래를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관건은 유연함 그리고 실행력이다.
변화의 방향도 살펴야 한다. 단편적인 챗GPT 활용법이 중요한 게 아니다. 챗GPT가 바꾸어 놓을 우리 일과 삶의 변화 맥락에 주목해야 한다. 컴퓨터와 말로 소통하는 세상이다. 주어진 질문에 대답하기 급급했던 인간의 역할은 이제 챗GPT의 몫이다. 하지만, 주도권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에 있다. 통찰 가득한 질문을 세상에 던지는 것. 우리 인간의 역할은 이것이다.
앞뒤 없는 흥분은 금물이다. 챗GPT는 디지털이 빚어낸 새로운 도구일 뿐이다. 요체는 챗GPT라는 도구로 빚어낼 새로운 미래다. 고개를 들어 도구와 현상 너머의 세상을 보아내야 한다. 진짜 혁신은 거기서부터다. ⓒ혁신가이드안병민
ChatGPT is an artificial intelligence language model that can communicate like a conversation, and it can analyze data to produce new content.
ChatGPT can create almost all the content needed for work, including emails, product descriptions, promotional videos, blog topics, questionnaires, and press releases.
ChatGPT can communicate through daily conversation, which is a revolutionary change in user interface.
ChatGPT can execute instructions and commands in conjunction with all the computing programs surrounding the user, becoming a digital assistant for mankind.
ChatGPT craze has two implications for innovation: speed of change and direction of change.
The key is flexibility and execution, and the role of humans is to pose insightful questions to the world.
We need to look beyond tools and phenomena to see the real innovation.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이자 [방구석5분혁신](bit.ly/5booninno)의 혁신크리에이터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 <주소가 바꿀 미래사회와 산업>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이라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