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리더십]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흔히들 ‘소통 능력이 있다’ 하면 말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착각은 금물. 말을 잘 하는 것은 언어 능력이지 소통 능력이 아니다. 소통 능력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의 삶은 관계의 연속이다. 부부 관계, 친구 관계, 부모 자식 관계, 직장 동료 관계, 학교 선후배 관계 등등 수많은 관계들이 우리네 삶을 가득 채운다.
이런 관계들이 틀어져서 삐걱거리면 어떻게 될까? 그럴 때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고통을 느낀다. 행복이 깨진다는 이야기다. 우리 삶에 있어 건강한 인간 관계 구축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썼다. 연세대학교 김주환 교수의 강연을 통해 짚어보는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맞다, <회복탄력성>의 저자이자 <드라이브>의 역자로도 유명한 김주환 교수다.
▶ 나의 가치는 내 인간 관계의 총합이다
건강한 인간 관계의 관건은 두 가지, 바로 ‘사랑’과 ‘존중’이다. 그간 심리학에서 무수히 많이 다루어졌던 화두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호감’과 ‘신뢰도’란 이슈로 연결된다. 리더십의 핵이다. 사람은 정보나 지식의 전달만으로는 잘 바뀌지 않는다.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결과적으로 건강한 인간 관계를 만들기 위한 소통 능력은 자연스레 사랑과 존중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재미있는 연구 결과 하나. 미국 워싱턴 대학교의 존 고트만 교수는 결혼을 앞둔 연인의 대화를 3분간 분석해보면 결혼 후 4년 안에 파경을 맞을 가능성에 대해 94%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수학을 전공한 심리학자답게 그는 3,000쌍이 넘는 부부의 대화 내용, 말투, 표정 등을 분석하여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는 이를 바탕으로 이혼가능성을 예측하는 공식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데 이혼하는 커플들에 있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두 가지 요소가 뭔지 아세요? 바로 경멸과 냉소입니다. 이혼의 대부분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사라졌기 때문에 생겨납니다. 배우자를 존중하세요. 그러면 존중으로 되돌아옵니다.”
부모 자식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경하애(上敬下愛)'라는 말이 있다. 거칠게 옮기자면,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공경, 즉 존중의 마음은 위로나 아래로나 모두 필요하다. 우리가 키우는 개를 예로 들어보자. 개를 기르는 사람들은 개를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개를 존중하지는 않는다. 당신은 당신의 자녀를 사랑하는가? 그 사랑에 존중이 더해지지 않으면 당신의 아이들은 결국 애완견이나 다를 바가 없다.
소통은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요소다. 삶에 있어서의 모든 가치는 관계에서 비롯된다. 내 가치는 바로 내 인간 관계의 총합이나 다름없다. 어떤 연구 결과는 심장병 유발 예측의 중요한 변인으로 ‘친구 숫자’를 꼽기도 한다. 여자보다 남자가 일찍 죽는 이유? 바로 공감 능력 차이에 의한 인간 관계의 폭과 질의 차이 때문이다.
소통 능력이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이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쩌면 학교에서 정말 제대로 가르쳐야 할 것은 영어나 수학이 아니라 이런 소통 능력일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 인간 관계를 잘 맺고 유지하고, 조절하고, 갈등을 관리하는 능력. 이 모든 게 결국 소통 능력이다.
▶ 긍정과 자율은 창의성의 씨앗이다
창의성은 기발한 것을 생각해 내는 상상력과는 다르다. 주어진 자원(resource)을 재구성(reorganize)하여 새로운 의미 부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게 바로 창의력이다. 코넬대학교 앨리스 아이센 교수팀은 3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긍정적 정서가 창의성을 현저하게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관련하여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미국의 대형 종합병원인 헨리포드 병원의 내과 의사 44명에게 사탕 한 봉지씩을 주었더니 창의성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고, 의사 본연의 업무인 환자에 대한 진찰에서도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심지어는 직업 만족도, 봉사 정신 등에서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사탕 한 봉지의, 아니 긍정적 정서의 놀라운 힘이다.
“결론은 이겁니다. 사람들은 긍정적 정서와 행복감을 갖게 되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빨라집니다. 창의성도 올라가고 상상력도 풍부해집니다. 자신이 지닌 능력을 최대화하려면 스스로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킬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마다 긍정적 정서를 스스로 유발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고진감래’의 프레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지금의 고통을 조금만 참으면 달콤한 과실이 주어진다는 삶의 방정식 때문이다. 힘들게 공부해서 성적이 오르면 좋은 대학엘 가게 되고, 야근도 불사하며 좋은 성과를 내면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고 보너스도 받게 되는 삶. 여기서 스스로에게 진지한 질문을 하나 해보자. 이런 보상의 패러다임은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일까?
앨빈 토플러와 함께 세계적인 미래학자로 손꼽히는 다니엘 핑크는 그의 저서 <드라이브>에서 경제적인 인센티브가 창조성을 파괴한다고 힘주어 얘기한다. 김 교수가 소개하는 기업 경영 사례 하나. “그렇게 잘 나가던 소니가 왜 몰락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1995년의 성과주의 도입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합니다.” 성과주의가 도입되면서 팀 워크가 와해되고 직원들의 내재동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런 측면에서 ‘일의 보수는 돈이 아니라 일 그 자체’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요소는 외적 조건이 아니라 내재동기라는 이야기다.
“아이들이 왜 게임에 빠져드는지 아세요? 바로 게임은 내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 속 캐릭터는 물론이거니와 게임 속에서의 모든 의사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관건은 자율성이다. 많은 기업들이 도전 정신 함양과 극기란 미명 하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런 저런 등산 행사를 진행한다. 직원들을 이끌고 해병대 극기캠프에 참가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글쎄’다. 왜 그럴까? 바로 직원들 스스로 자발성을 갖고 참가한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 강한 동기 부여를 받는다. 공부를 하는 아이들에게, 업무를 보는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하는 이유다. 그들이 스스로 공부에서, 업무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좋은 성적에 대한 대가로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이나, 수고했다며 건네는 승진 카드와 보너스가 오히려 자율성을 망가뜨릴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 소통 능력 향상? 긍정적 정서를 습관화하라
”지금까지 소통 능력이란 게 무엇이고, 또 왜 중요한지 알아보았고요. 두 번째로 창의성과 내재동기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먼저 행복의 기본 수준을 높이라는 겁니다. 나 자신을 긍정적 시각으로 보고 나의 강점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주변 사람들과 행복을 공유하세요. 리더십이란 게 딴 게 아닙니다.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리더십입니다. 결국 긍정적 정서를 습관화하는 게 요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일어나는 특정 이벤트에 의해 내 행복이 좌우될 것이라 생각한다. 예컨대 ‘복권에 당첨된다면, 또는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다면 난 행복해질 거야’ 같은 생각이 그것이다. 하지만 보스턴 대학교 심리학자 브릭맨 교수팀의 연구 결과, 외부 사건에 의한 행복감이나 불행감의 효과는 일시적이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곧 평소의 행복 수준으로 되돌아 간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결국 많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한 사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평소의 ‘행복 민감도’를 높여놓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은 높은 수준의 자율성과 자기효능감을 가진다. 내가 노력하면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진정한 행복의 핵심은 이처럼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발휘하며 사는 것이다.
많은 심리학 연구 결과들이 이런 긍정적 정서 향상을 위해 명상, 선행 베풀기, 즐거운 추억 회상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고, 이런 방법들이 일정 수준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최고의 방법은 바로 ‘감사하기’다. 감사는 나의 긍정적 정서뿐만 아니라 상대의 긍정적 정서도 자극하고 향상시킨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있다. 내가 웃으면 그 웃음이 전염되는 것처럼 내가 화를 내는데 주변 사람이 행복할 리 없다. 남의 행복을 깨부술 권리가 내게는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나와 상대방의 긍정적 정서를 높여주는 감사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인 셈이다. 범사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 행복한 리더는 행복한 소통가다
강의를 마무리 짓는 김 교수의 한 마디. “To be a leader is to make others happy. 리더가 된다는 것은 결국 남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겁니다. 상대의 강점, 장점을 발견해서 그것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세요. 이게 오늘 강의 주제인 소통 능력이자 여러분들이 행복해지고 그 행복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시키는 비결입니다.”
그 동안 나는 어떤 리더였던가? 지시하고 통제하고 질책하는 리더는 아니었던가. 바뀌어야 한다, 내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감사와 격려와 긍정의 리더! 그 ‘해피 바이러스’가 내 가족들에게, 나와 함께 일하는 직원과 동료들에게,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 나갈 때 내 행복의 크기도 그만큼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행복하게 소통하라!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