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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극복의 리더십 :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

[방구석5분혁신.리더십]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모두들 힘들다 성화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총체적 위기다.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자리잡은 위기 때문에 위기극복 또한 상시적 과제가 되어버린 터. ‘위기 극복의 리더십’이라는 오늘의 주제는, 그래서 참 시의적절하다. 그런데,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그 해법을 찾는 시간! 바로 <동양고전에서 배우는 위기 극복의 리더십>이다.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의 박재희 원장과 함께 한 강연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 위기 극복의 화두이기도 한, 궁하면 통한다는 말, ‘궁즉통’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궁즉통 (窮卽通)’은 주역에 나오는 말이다. 원래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라 해서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란 의미를 담고 있다. 달이 차면 이지러지고, 해도 중천에 이르면 기울게 되는데 사물의 이치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것이 다함에도 변하지 않으면 소멸할 것이요, 막혔다고 여겨지던 것이 변화하여 서로 통하게 하면 영원할 것이다. 우리의 삶과 사회도 좋은 시절이 있으면 또 어려운 시절로 가기 마련이다. 궁하고, 막히고, 다하면 ‘변해야’ 한다. 위기 극복에 대한 모든 통찰이 사실 궁즉통, 여기에 다 들어있다.


▶ 그럼 먼저 공자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공자는 일찍이 ‘군자고궁 소인궁람 (君子固窮 小人窮濫)’이라 했다. 군자는 역경을 맞아 더욱 단단해지고 소인배는 위기를 맞으면 넘쳐 흐른다는 뜻이다. 좋을 때는 누구나 다 좋다. 하지만 ‘힘들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듯 군자도 역경을 맞으면 오히려 빛을 발한다. 배우자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나와 끝까지 함께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좋은 배우자다.


▶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날카로운 지적이다. 추사는 병조참판, 지금으로 치면 국방부 차관까지 올랐다 정쟁에 휘말려 유배를 갔다. 제주도에서의 9년 간의 귀양살이. 쉽게 말하면 역경이다. 하지만 그는 역경에 굴하지 않았다. 제주도 유배기간 내내 그는 쉬지 않고 붓을 잡아, 쓰고 그리는 일에 매진했다. 최고의 걸작품인 ‘세한도’가 이 시기에 그려졌다. 추사체라 불리는 그의 독창적인 서체도 이때 완성되었다. 수제자인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주며 써준 공자의 글은 바로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날이 차가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고, 세상이 더러워진 후에야 군자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歲寒然後 知松栢之後彫 世濁然後 知君子之不變).’ 그는 역경에 더 단단해졌다. 김정희 스스로가 바로 공자가 이야기한 군자였던 셈이다. 



▶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 나무로 만든 계단과 나무로 만든 부처가 있었는데, 나무 계단이 보기에 영 세상이 불공평한 거다. 똑같은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사람들이 자기는 막 밟고 다니고, 목부처에게는 공손하게 절을 하니 말이다. 그래서 어느 날 목부처에게 투덜댄다. “야, 너나 나나 다 나무인데 왜 사람들이 너한테만 머리를 조아리냐?” 이어지는 목부처의 대답이 걸작이다. “나는 이 부처 얼굴이 되려고 칼을 숱하게 맞았거든.” 


▶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었기에 지금의 대접을 받는다는 목부처의 대답이 그럴 듯하다. 


이렇게 역경을 통해 더욱 단단해진 사람이 또 있다. 다산 정약용이다. 그의 삶은 대략 3기로 나눌 수 있는데, 제 1기는 벼슬을 살며 잘 나가던 시절이요, 제 2기는 귀양살이 하던 환난의 시절이요, 제 3기는 고향 향리로 돌아와 유유자적하던 시절이다.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인생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눈 여겨 볼 것은 2기다. 바로 시련의 시기인데, 다산은 시련에 굴복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귀양살이라는 정치적 탄압까지도 학문을 하라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 학문적 업적을 이뤄낸 인내와 성실, 그리고 용기. 다산 또한 공자가 이야기한, 역경을 통해 더 단단해지는 군자였다. 


▶ 대학(大學)에 나오는 ‘기천 (己千)’이란 말도 같은 맥락인가. 


춘추시대(春秋時代)의 유학자 증자(曾子)는 대학(大學)에서 ‘기천(己千)’정신을 강조했다. ‘남이 한 번 해서 잘하게 되면 자기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 번 해서 잘 하게 되면 자기는 천 번을 한다. 어떤 일에서라도 이 방법을 잘 해낸다면 아무리 우매한 자라도 반드시 총명해질 것이고 아무리 유약한 자라도 반드시 굳세어져서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게 기천(己千)정신이다.  


예컨대 다산의 형인 정약전. 그는 글 읽는 선비였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자산어보》 같은, 어류에 대한 박물지를 쓸 수 있었을까. 이게 다 기천정신 덕분이다. 될 때까지 파고 또 팠던 거다. 이게 바로 기천 정신이다. 


▶ 어찌 보면 역경이란 게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란 생각도 든다. 


맞는 말이다. ‘역경 지수’ 개념을 만든 폴 스톨츠(Paul Stoltz) 박사는 역경을 등산에 비유하며 세 종류의 사람을 언급했다. 가다가 힘들면 포기하는 Quitter, 어느 정도 올라가다 산 중턱에 안주하여 텐트를 치는 Camper, 그리고 끝까지 도전하여 정상까지 올라가는 Climber가 그거다. 조직의 80%가 Camper라고 하더라. 결국 Climber가 역사를 바꾼다. 역경이 있었기에 Climber는 더욱 빛난다.  


장석주 시인도 노래하지 않았나. 대추 한 알이 저절로 붉어질 리가 없다고. 그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번개 몇 개가 들어가서 붉게 익는 거라고. 그렇게 보면 역경은 정말 하늘이 우리에게 내려준 선물이다.  


▶ 맹자도 역경에 대해 강조했다 들었다. 


맹자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천장강대임어시인야 (天將降大任於是人也) 필선고기심지 (必先苦其心志) 노기근골 (勞其筋骨) 아기체부 (餓其體膚) 공핍기신 (空乏其身).’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내리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 뼈와 근육을 힘들게 하며, 육체를 굶주리게 하며, 그 몸을 빈궁하게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생어우환 사어안락 (生於憂患 死於安樂)’, 즉 우환을 통해 사람은 살며, 편안함 속에서 죽는다고도 했다. 역시 역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 공맹과는 또 다른 축을 이루었던 노자를 통한 가르침도 있을까. 


공맹을 통해 역경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면 노자를 통해서는 역경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무위자연을 이야기한 노자는 ‘역경 극복’이란 화두와는 거리가 좀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속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무릎을 치게 된다. 바로 ‘역발상’이다.  


노자는 ‘반자도지동 (反者道之動)’이라고 하여 거꾸로 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라 설파했다. 세상 사물은 극에 달하면 그로부터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그것이 곧 道(도)의 움직임이라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여기서 노자의 빼어난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준다면. 


‘무위자연 (無爲自然)’이란 것도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소극적 의미가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을 행하라는 적극적 의미를 품고 있다. 아무 것도 안 하기가 사실 더 힘들다. 스스로 깨달아 제 자리를 찾게끔 하려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의 미학이다. ‘수무상형 (水無常形)’이란 말도 있다. 물은 고정된 모습이 없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융통성 있게 변화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대기만성 (大器晩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큰 그릇은 늦게 완성된다. 이 모두 역발상에서 나오는 삶의 지혜이자 위기 극복의 팁이다. 위기, 시련이란 것도 남들과는 다른, 이런 역(逆)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또 다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 공자, 맹자를 통해 역경의 긍정적 가치를, 노자를 통해 역발상에 의한 역경 극복의 지혜를 배웠다. 역경에 대처하는 보다 ‘전략’적인 가르침은 없나. 


’전략’하면 아무래도 손자병법이다. 손자는 ‘출기불의 공기무비 병자귀속 (出其不意 攻其無備 兵者貴速)’이라 하여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상치 못 한 시간에 출격하고 예상치 못한 곳을 공격하며 예상치 못한 속도로 싸우라는 얘기다. 시간(Timing)과 공간(Space), 그리고 속도(Speed). 전략을 이루는 실로 완벽한 조합이다.  


그러나 손자는 더 중요한 것을 가르친다. 승리의 요소에는 단지 이런 테크니컬한 전략뿐만 아니라 절박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절박함은 진정성에서 나온다. 손자가 이야기한 진정성은 보국보민 (保國保民), 즉 나라와 백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리더로서의 책임감이다. 


▶ 원론적인 전략 개념보다는 리더의 ‘현장’에 대한 절박한 진정성, 사명감이 중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만 가지고는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내가 속한 조직,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리더로서의 뜨거운 열정과 사명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멸사봉공하는 솔선수범의 진정성이다.  


또한 전략은 책상 위 매뉴얼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 나온다. 왜,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흔히들 얘기하지 않나. 이 말의 원전이 손자병법이다. ‘산전(山戰), 수전(水戰), 택전(澤戰), 육전(陸戰)’, 말 그대로 산과 물, 늪과 땅에서의 전투를 모두 치렀다는 말이다. 장군(將軍)은 끊임없이 현장에 ‘접속’해 있어야 한다. 승리의 전략은 거기서 나온다. 


▶ 마지막으로 이 난세에 기업의 경영자나 리더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맹자의 ‘대장부 (大丈夫)’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 (不動心)과 ‘옳음’을 실천하고자 하는 ‘호연지기 (浩然之氣)’로 무장하고 의로움을 앞세울 때 이로움은 따라온다. ‘선의후리 (先義後利)’가 그것이다. 이런 모든 내용을 담아 맹자가 정의한, 이른바 대장부론은 언제 봐도 가슴을 뛰게 만든다. 너도나도 힘든 이 위기의 시기에 다들 천천히 곱씹어 보시길 권해 드린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거천하지광거 입천하지정위 행천하지대도(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

천하의 넓은 곳에 떳떳이 거처하고, 천하의 바른 자리에 떳떳이 서고,

천하의 가장 큰 길을 떳떳이 가는 사람이 대장부다. 


득지 여민유지 부득지 독행기도(得志 與民由之 不得志 獨行其道)

내 뜻을 세상이 알아주면 세상 사람과 함께 나의 뜻을 펼쳐 나갈 것이요

세상이 날 알아주지 않으면 홀로 나의 길을 가리라. 


부귀불능음 빈천불능리 위무불능굴(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 威武不能屈 )

어떤 부귀영화도 나의 이 뜻을 음란하게 하지 못할 것이요

어떤 가난과 고난도 내 뜻을 바꾸게 하진 못할 것이며,

어떤 위협과 협박도 나의 뜻을 꺾지는 못할 것이다. 


차지위대장부야(此之謂大丈夫也)

이런 사람을 진정한 대장부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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