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024년 준비를 위한 나침반 읽기-10대 트렌드

[방구석5분혁신.경영]

2024 트렌드 짚어보기 : 용의 눈 (DRAGON EYES)


그리도 뜨겁던 여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파고드는 공기가 꽤나 서늘해졌다. 아닌 게 아니라 겨울이 코 앞이다. 짧아진 가을 탓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숙제처럼 해야 할 일이 있다. 내년도 트렌드 읽기다. 다양한 영역에서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트렌드 서적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딱히 새로울 게 없는, 트렌드라 하기에도 애매한 내용들도 많다. 하지만 모래 속 진주를 찾아내는 건 각자의 몫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전망하는 2024 트렌드. 핵심은 ‘용의 눈(DRAGON EYES)’이다. 내년이 용의 해라서다. 인공지능의 시대, 가장 인간다운 역량으로 화룡점정한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다. 그 안에 담긴 10개의 트렌드를 하나씩 짚어본다.




1. 분초사회 : 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


2024년 10대 키워드 중 1번은 ‘시간’에 대한 이슈다. 모든 사람들이 분초를 다투어 시간을 아끼며 사는 요즘이다. TV 시청만 해도 그렇다. TV를 보며 TV만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함께 본다. 신문이나 책을 보며 TV를 보기도 한다. 한번에 한가지 일만 하며 살지 않는다는 거다.


지하철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본다. 그걸로 하는 일? 하나가 아니다. 카톡도 확인하고, 인스타그램도 접속하고, 유튜브도 보고, 메일도 확인한다. 눈이 휙휙 돌아갈 정도다. 저글링이 따로 없다. 지하철 얘기가 나왔으니 하나 더 하자. 전철을 환승 할 때면 어느 칸에 타는 게 환승역에 제일 가까운지도 미리 살핀다. 이만큼 시간을 귀히 쓰는 시대다.


“13분만 더 기다리면 도착할 겁니다.” 늦어지는 배달음식 때문에 전화를 하면 들을 수 있는 대답이다. 10분도 아니고 30분도 아니다. 13분이다. 예전 ‘코리안타임’이란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시간은 칼 같이 맞추어야 하는 세상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배우는 말? ‘빨리 빨리’다. 외국에서도 한국 사람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자판기에 손을 넣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십중팔구 한국사람이다. 단순히 성미가 급하다는 걸로는 설명이 안 된다. 시간에 훨씬 더 민감해졌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유?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서다. 소유경제에서 경험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소유’를 통해 나를 표현했다. 소유와 소비를 통해 나의 존귀함을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필요한 게 돈이었다. 그런데 경험경제로의 급격한 무게중심 이동. 나의 표현방법으로 소유가 아니라 경험이 뜨고 있다는 얘기다. 남들이 하기 힘든 경험을 하는 나의 모습을 인증샷으로 남기는 이유다. 이런 경험의 과시에도 물론 돈이 든다. 하지만 또 하나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게 있다. 시간이다. 


예전에는 돈이 시간보다 훨씬 중요한 자원이었다.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돈을 아끼려 했던 시절이다. 이제는 아니다. 돈과 시간의 가치가 대등해졌다. 아니, 시간이 돈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게 되었다. 엄청난 변화다. 


사람들은 더 이상 ‘최저가 검색’을 하지 않는다. 돈을 좀 더 내더라도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다른 일 하겠다는 거다. 그만큼 시간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시간을 보는 단위가 잘게 쪼개진 이유다.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시사점? 고객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해야 된다는 거다. 예컨대 공항에 여유있게 도착한 고객들의 시간을 보다 쓰임새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거다.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즐거운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성과를 낸다. 고객의 시간을 어떻게 가져올지도 고민해야 한다. 예전엔 고객의 지갑을 놓고 싸웠다. 이제는 고객의 시간을 놓고 싸운다. 시간점유율 싸움이다. 어떻게든 오래 머물게 해야 하는 거다. 유통에서 특히 중요한 이슈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쇼핑몰에 들어온 고객이 최대한 오래 머물게 하려는 노력들이 눈물겹다. 


2. 호모 프롬프트 : Rise of ‘Homo Promptus’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길 때만 해도 남의 일이었다.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건 바둑뿐이어서다. 지금은 아니다. 콘텐츠 생성 혁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AI가 못할 일이 없다는. 바야흐로 AI 전성시대다. 


프롬프트는 컴퓨터에게 입력하는 지시, 명령, 질문을 일컫는 단어다. 인공지능은 프롬프트에 따라 다른 결과를 출력한다. 인공지능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하느냐가 중요하단 얘기다. 


인공지능에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어지간한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낸다. 그럼 이 그림은 누가 그린 걸까? 물론 AI가 그린 그림이다. 하지만 사람이 해당 프롬프트를 입력하지 않았다면 천하의 인공지능도 그려내지 못했을 그림이다. 인공지능의 역할은 사람의 붓이라는 얘기. 창의력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개념이 부상하는 배경이다.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기계에게 쉽고, 기계에게 어려운 것은 인간에게 쉽다. 모라베의 역설이다. 인공지능이 대세가 된 세상, 우리 인간의 역할을 일깨워주는 얘기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 인간의 일은 그거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일까? 스스로에 대한 인식과 판단이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명령을 수행한다. 하라니까 하는 거다. 일의 의미와 맥락을 모른다. 일을 잘 하는 건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래서 중요한 게 메타인지다. 자신의 인지적 과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 말이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평가하고, 나를 초월할 줄 아는 능력 말이다. 


인공지능이 수행한 결과물을 우리는 그대로 활용할 수 없다. 2% 부족한 그 무엇이 아직 있어서다. 그걸 채우는 게 인간의 몫이다. 이런 역량을 기르려면? 아날로그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소양이다. 디지털은 이제 널렸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쓰고 컴퓨터를 쓰는 세상이라서다.


가난한 송강호 씨네 가족들이 무료 와이파이 신호를 잡으려고 난리 치는 장면.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이다. 부자 이선균 씨네 아이는 컴퓨터 게임하며 놀지 않는다. 푸른 잔디가 깔린 넓은 정원에 인디언 텐트를 쳐놓고 화살을 쏘며 논다. 어느 샌가 디지털은 빈자의 공간이 됐다, 부자의 공간은 아날로그다. 유통 쪽에서는 일반화된 현상이다. 인터넷은 가성비를 따지는 공간이다. 오프라인은 아니다. 고급백화점엘 가서 퍼스널 쇼퍼의 도움을 받아 금액에 상관없이 쇼핑을 하는 공간? 아날로그다. 


핵심은 기계의 능력을 초월한 인간적인 능력이다. 인공지능의 활용이야 당연한 얘기지만, 이게 인간적 능력의 대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인간적인 역량이 중요하단 의미다.


3. 육각형 인간 : 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육각형 인간’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된다. 모자람 없이 완벽하다는 뜻이다. 분야 가릴 것 없이 6개 기준이 모두 완벽하면 정육각형이 된다. 예컨대, 외모, 성격, 학력, 자산, 직업, 집안이 모두 완벽한 거다. 육각형인간이란 키워드는 이런 ‘넘사벽 인간’에 대한 열망이다.


완벽한 사람을 지향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생각해 볼 부분은 노력으로 이룰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선망이 커지고 있다는 거다. 대표적인 게 집안이다. 외모다. 이런 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부모님의 원수를 갚으러 산에 들어간다. 하지만 스승이 받아주지 않는다. 청소 등 오랜 기간의 노동이 끝나면 정성에 감복한 스승이 그제서야 무술을 가르쳐준다. 고진감래. 예전 즐겨 읽던 무협지의 기본 줄거리다. 요즘 인기를 끄는 웹툰, 웹소설의 줄거리는 다르다. 환생, 빙의, 타임슬립이 키워드다. 가령 트럭에 치었는데 깨어나보니 초능력자가 돼 있다든지, 다른 시대로 미끄러져 들어갔는데 그 나라의 공주님이 돼 있다든지. 그 능력을 갖기까지의 노력과 고생은 훌쩍 뛰어넘는다. ‘육각형 인간’으로서의 결과만 남는 거다. 


‘육각형 인간’ 현상의 배경은 무엇일까?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거다. 예전엔 기회가 많았다. 나만 열심히 노력하면 어느 정도 올라갈 수 있었다. 더 이상은 아니다. 부모 도움 없이는 서울에 집 한 채 사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신화의 종말이다. 그러니 노력해서 뭘 얻는다는 스토리보다는 한 방 로또처럼 뭔가가 주어지는 스토리에 더 열광한다. 


비교의 이슈도 있다. 젊은 세대가 비교에 민감해졌다는 거다. 예전엔 나라가 못살아도 모두가 못살아서 행불행의 개념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생활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 하지만 사람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수준이 아니다. 타인과의 비교다. 부익부 빈익빈. 차이도 크게 벌어지는 데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스스로를 비교한다. 소셜미디어는 욕망의 늪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만인과의 비교가 소셜미디어에서 이루어진다. 가상공간 속 ‘육각형 인간’들을 보며 사람들은 더 절망한다. 타인과의 무한 비교와 무너진 신분 상승의 사다리 속에서 노력의 열정과 자존감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자화상. ‘육각형 인간’ 현상의 그늘이다. 


4.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 Getting the Price Right: Variable Pricing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준다. 경제학의 기본 상식이다. 기업의 고민은 그래서 깊다.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가격 체계에 대한 고민이다. 예전의 가격 체계는 일물일가의 원칙이 적용됐다. 한 가지 물건에는 한 가지 가격이 있었다. 고정 가격 체계다. 휴일이건, 평일이건, 새벽이든, 저녁이든 설렁탕집 설렁탕 가격은 똑같다.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게 항공권 가격이다. 항공권은 시즌마다, 비행편마다, 좌석마다 가격이 다 다르다.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의 유형은 다양하다. 먼저 시간이다. 조조할인 말이다. 사람이 없는 시간, 극장에 일찍 가면 저렴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가격을 깎아주는 방법도 있다. 스마트폰은 신모델이 나오면 기존 모델 가격을 깎아준다. 웹툰은 일주일을 기다리면 무료로 볼 수 있다. 


채널별 가격 차별화 전략도 있다. 같은 아이스크림도 편의점과 대형할인점과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의 가격이 다 다르다. 기름값도 그렇다. 그러니 주유소, 헬스장 등 산업군 별로 가격 비교를 해주는 서비스가 인기다. 고객 별로 가격을 차별화하는 것도 전략이다. 학생 할인이나 지역주민 할인 같은 식이다. ‘구독 첫 달은 무료’ 같은 방식도 있다. 언번들링 가격 체계도 눈 여겨 볼 만 하다. 번들링 되어 있는 가격을 하나하나 해체 분리해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지불할 수 있으니 고객 입장에서도 좋다.


NC다이노스 야구팀은 모회사인 엔씨소프트의 AI 기술로 가격을 결정한다.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한 뒤, 경기가 진행되는 요일과 날씨, 상대팀, 상대팀 선발투수, 전적, 승률 등을 고려해 홈경기의 티켓 가격을 조정하는 식이다. 아마존, 우버 등 외국기업들의 사례도 차고 넘친다. 수요와 공급 데이터를 분석하여 발 빠르게 가격을 변동시킨다.


소비자와 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가격 체계. 보다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면서도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트렌드 키워드. 버라이어티 가격전략이다.


5. 도파밍 : On Dopamine Farming


‘도파밍’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활동에서 재미를 추구하며, 재미와 한시도 떨어지길 원하지 않는 행태를 가리킨다. ‘디깅’이 재미를 떠나 대상에 몰입하는 경향이라면, 도파밍은 재미가 우선순위다.


인간은 원래 재미를 좇는 존재다. 호모 루덴스, 유희의 인간이어서다. 근데 요즘 재미를 추구하는 행동들이 극단적이면서도 다양해지고 있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비 내리는 소리, 이런 걸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ASMR이다. 요즘은 피지 뽑는 소리, 잔털이나 치석을 제거하는 소리, 여드름 압출하는 소리가 인기다. 우주에서 지구로 자유낙하 하는 중계방송에도 사람들이 몰린다. ‘사일런트 디스코 파티’도 있다. 각자 헤드폰을 끼고 춤 추는 파티다. 소리 없이 조용한데 각자가 광란의 댄스 파티를 벌이는 거다. 이런 식의 영상들이 소셜미디어에 넘쳐난다. 


매체 환경 변화가 큰 이유다. 예전엔 ‘방송’이었지만, 지금은 ‘통신’이다. 방송의 공공성에서 통신의 개별성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이다. 유튜브나 틱톡의 채널들은 저마다의 주목 경쟁을 벌인다. 타인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는 못할 짓이 없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점점 많아지는 이유다.


분초사회도 언급했지만, 최근 영상 경향은 쇼츠라고 해서 짧은 콘텐츠가 인기다. 15초 이내에 결말을 봐야 된다. TV에서 방송되는 16부작 드라마. 일단 유튜브에서 요약본을 보고서야 본편을 볼지 말지 결정하는 시대다. 짧은 시간에 승부를 보려면 행위들이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자극에도 내성이 생긴다는 거다. 


시사점은 재미의 중요성이다. 또 있다. 자극적인 쾌락이 빚어내는 도파민뿐만 아니라 세로토닌이 빚어내는 행복 사이의 균형이다. 


6. 요즘 남편 없던 아빠 : Not 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


30대-40대 초반, 80년대생 남성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키워드다. 과거의 아빠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가치관을 갖고 있어서다. 


옛날 LG전자의 디오스 냉장고 광고. 심은하 배우가 나와 그 유명한 카피를 날린다. “여자라서 행복해요.” 요즘 가전제품 광고에는 젊은 아빠들이 나온다. 청소나 설거지 같은 살림을 돕고 아기들과 놀아주는 장면들이다. 가정 내 아내와 남편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음을 웅변하는 모습들이다. 


예전의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이었다. 남편은 아내의 가사 노동을 ‘도와준다’ 표현했다. 지금은 아니다.  가사는 함께 하는 거다. 특히 육아와 관련한 출산과 수유는 여성이 할 수밖에 없다. 나머지 부분에서는 남편의 역할이 더 커졌다는 얘기다. 청소와 설거지를 넘어 아침에 어린이집 버스에 아이를 태워보내고, 저녁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도 아빠의 몫이다. 과거에는 ‘없던 아빠’의 출현이다.


이 나이대 남자들의 중요한 문제 하나가 게임이다. 아내들이 말하는, 남편이 절대 해서 안 되는 것 1위가 도박이고, 2위가 게임이다. 게임을 놓고 갈등이 심하다. 게임만 그런 게 아니다. 남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취미를 포기해야만 할 수 있는 게 결혼이 되었다.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거나 비혼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배경이다. ‘결혼할 결심’이 서질 않는 거다.


과거 부모님들-베이비부머 세대-만 해도 ‘가장’이란 표현을 썼다. 아버지가 출근하면 애들이 다 나와서 인사를 드렸다. 아빠가 숟가락을 들기 전까지는 아무도 밥을 먹지 못했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큰일이 났다. 이런 걸 보고 배웠는데, 막상 본인이 가장이 되어보니 가장이란 직급(?)은 없는 거다. 


아이 유치원 학예회에 아빠들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영상 촬영을 하러 가는 세상이다. 예전엔 회사 일로 결혼기념일도 잘 못 챙겼다. 이제는 해야 한다. 그러니 가정과 직장의 분위기가 예전과는 딴판이다. 젊은이들이 더 쉽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개인적 지지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요즘이다.


7. 스핀오프 프로젝트 : Expanding Your Horizons: Spin-off Projects


스핀오프. 누에고치에서 실을 잣듯이 파생되다, (원심력으로) 분리하다라는 뜻이다. 콘텐츠 제작의 영역에서는 원작을 중심으로 작품이나 캐릭터가 파생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요새 콘텐츠 쪽에서는 스핀오프가 중요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넷플릭스 같은 기업이 등장하고 나서 극장을 찾는 관객이 급감했다. 영화는 엄청난 투자가 들어가는 비즈니스인데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안정적인 수요를 가진 콘텐츠가 필수다. 그러니 검증된 콘텐츠의 스핀오프가 늘어난다.


이런 스핀오프 개념이 브랜드라든지 조직 관리라든지 기업 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명품 브랜드(프라다)가 스핀오프 브랜드(미우미우)를 만드는 거다. 미래 고객 포섭을 위해서다. 비즈니스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을 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스핀오프를 시도하기도 한다. ‘눈높이 교육’으로 유명한 대교라는 회사가 있다. 아이들 교육 분야에 특화된 기업이자 브랜드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시대. 보육과 교육이라는 핵심 역량을 고령자에게 적용시켜보자는 생각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분사시켰다. 스핀오프다.


개인의 스핀오프도 늘어만 간다. 야근도 줄고 하니 개인 시간이 늘어났다. 요새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는 이유다. 일종의 부업이지만 단순한 부업과는 다르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경제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내 커리어의 발전과도 궤를 같이 해서다. 


유명 유튜버 가운데는 직장인도 많다. 직장 생활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유튜브를 해보다가 잘 되면 사표 내고 전업한다. 얼마전 코로나 때에는 ‘조용한 사직’이란 표현이 나왔다. 이제는 ‘조용한 부업’의 시대다. 개인의 경력 개발로 보면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일일 수 있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숙제다. 일체 금지시킨다? 인재들이 떠나갈 거다. 그렇다고 마냥 방관할 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업무에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까?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8. 디토소비 : You Choose, I’ll Follow: Ditto Consumption


디토. ‘나도’ 혹은 ‘이하 동문’이라는 뜻의 단어다. 디토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영화 ‘사랑과 영혼’을 떠올렸다고? 요즘 젊은 친구들은 뉴진스의 노래 ‘디토’를 떠올린다. 


소비 분야에서 나타나는 디토 소비. 혼자서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누군가를 따라가려는 소비 행태다. 디토 중에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다. 나에게 영향력이 큰 누군가의 구매와 투자를 따라가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일 수도 있고, 내 주변의 인플루언서일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 속 캐릭터의 패션을 따라하기도 한다. 내가 지향하는 철학과 같은 결을 가진 기업을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 좀 비싸더라도 내 철학을 반영한다면 가는 거다. 


디토 소비 역시 ‘분초사회’ 트렌드의 영향이 크다. 정말 분초를 아끼고 시간을 아껴야 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내가 다 결정하기보다는 누군가 추천하면 바로 따라간다. 선택 과정에서의 가성비를 따지는 거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가치와 철학이 더욱 중요해졌다. 


9. 리퀴드폴리탄 : ElastiCity. Liquidpolitan


인구 감소에 따른 우려가 크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은 다름 아닌 서울이다. 서울은 ‘천만 도시’였다. 지금은 960만 수준이다. 작년만 봐도 서울 인구가 제일 많이 줄었다. 그렇다고 서울 소멸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전국에서 아니 전세계에서 몰려와서 놀고 먹고 일하고 즐기다가 돌아가는 아주 역동적인 도시라서다. 


그런 측면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도시가 양양이다. 양양은 전형적인 인구 소멸 지역이다. 고령화 비율도 높고, 출산율도 낮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양양 인구의 1.6배나 되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서핑을 하고, 파티를 한다. 그렇다면 양양은 소멸하는 지역일까? 젊은 친구들에게 양양은 핫플레이스고, 힙플레이스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주 개념으로 도시를 보아서는 안 되는 건 그래서다. 


해당 지역에서 주거하는 정주인구뿐만 아니라 통근자, 통학자, 관광객 등 지역에 일정 시간 이상 체류하는 사람까지 지역의 인구로 보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생활인구’ 개념이다.


지역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적 자본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다양한 사람들의 시너지가 흘러넘치는 도시의 유연한 변화. ‘리퀴드폴리탄’의 의미다. 액체처럼 유연하고, 활발하게 교류하는 자기 정체성을 가진 도시여야 살아날 수 있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정체성’이다.  


대한민국에 영화제만 220개다. 남들이 한다니까 그저 하는 거다. 지역 축제도 마찬가지다. 2천 개가 넘는 축제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다. 개성 넘치는 차별화된 축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시그니처가 필요하다. 상점이 되었든, 장소가 되었든, 스토리가 되었든 우리 지역만이 갖는 차별화 포인트 말이다. 지역 기업가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에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어야 한다. 도시 기획자는 상권과 타깃 소비자의 특성을 분석해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소비자를 연결시켜 해당 지역 안에서 독특한 고객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 주민 커뮤니티의 역할도 중요하다.


10. 돌봄경제 : Supporting One Another: ‘Care-based Economy’


인간은 돌봄을 요구하는 존재다. 엄마 아빠의 돌봄 없이 잘 산다는 건 쉽지 않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돌봄 기간이 길수록 종의 지능이 높다. 까마귀 같은 새들은 다른 조류보다 훨씬 더 오래 새끼를 돌본다. 까마귀 지능이 높은 이유다. 간단한 나뭇가지나 도구도 쓸 줄 안다고 한다. 인간은 까마귀에 댈 바가 아니다. 거의 10년 넘게, 부모로부터 희생적인 돌봄을 받는다. 돌봄은 호모사피엔스가 이렇게 번성할 수 있게 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인 셈이다. 


문명이 발달했다고 돌봄의 효용이 사라진 건 아니다. 너무나 바쁜 사회가 됐고, 너무나 개인화된 사회가 됐다. 돌봄의 수요는 더 커지고 있다. 고령자도 있고 환자, 장애인, 영유아도 있다. 성인도 돌봄을 필요로 한다. 과거에는 돌봄을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일종의 시혜였다. 지금은 아니다.


돌봄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배려 돌봄을 넘어 마음을 돌보는 일이 중요해지면서 인공지능 스피커 같은 정서 돌봄 서비스도 등장했다. 관계 돌봄은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 서로 기대는 거다.


사회의 발전 수준은 약자를 어떻게 대우하는지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돌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아이들에 대한 돌봄은 부모의 커리어 발전으로 연결되며, 고령자에 대한 돌봄은 인간 존엄성 유지와 직결된다. 직원에 대한 돌봄 역시 조직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모든 사람들이 성별, 지위와 상관 없이 주체나 대상으로서 돌보거나 보호 받을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그래야 짜임새 있는 사회적 역량을 가진 '독립된' 개인들로 구성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제대로 된 돌봄을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잘 돌볼 수 있다.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건강을 높이는 밑거름이 된다. 돌봄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다.


이상, '분초사회'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시간의 가치 인식 변화, AI와 인간의 상호작용,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회적 압박, 가격 전략의 변화, 재미 추구와 행복에 대한 균형, 역할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정 모습, 산업 전반에 걸친 스핀오프 확산, 디토소비를 통한 최적의 선택 도출, 유동적인 공간 개념과 지역 발전 방향성 그리고 돌봄 경제 등 2024년도의 10가지 주요 트렌드를 짚어보았다. 보다 밝은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혁신가이드안병민

매거진의 이전글 ‘탈중앙화 세대’가 마라탕을 좋아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