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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게임 : 게임 이론으로 풀어보는 역사

[방구석5분혁신.경영혁신]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현재와 미래의 행동 지침을 제공하는 중요한 교육 도구다. 역사를 통해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이해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어서다. 그래서 오늘은 역사를 돌아본다. 게임 이론 연구자 한순구 교수와 함께다. 승자가 되는 사람은 누구이고, 패자가 되는 사람은 누구인지 게임 이론의 시선으로 살펴본다. 


게임 이론: 인간의 경제적 결정과 동기


‘황혼 이혼’은 장기간 결혼 생활 후 노년기에 이르러 이혼하는 현상을 말한다. 황혼 이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시기와 시점에는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2004년 일본의 연금 개혁은 60세 이상 황혼 이혼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개혁 이전에는 이혼 시 부부의 재산을 나누더라도 연금은 부부가 나누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연금 명의자가 전부를 가져갔다. 하지만 2004년, 이혼을 하면 연금도 분할되도록 법이 변경되었다.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 법은 2007년부터 시행되었다. 지속적으로 늘어만 가던 황혼 이혼율이 정확하게 2004년부터 3년간 감소하다 2007년부터 다시 늘어났다. 몇 년만 참으면 상대의 연금까지 분할 받을 수 있으니 이혼을 미룬 거다. 연금 분할이 황혼 이혼에 미친 영향이다. 그만큼 우리는 돈에 민감하다. 부정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다. 스스로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짙다. 도덕적, 이상적 선택보다 앞선다. 게임 이론의 다양한 사례가 이를 웅변한다. ‘게임’이란 단어 때문에 아이들 장난처럼 보이지만, 게임 이론이란 게 그리 간단치 않다. 경제학에서는 여러 경제 주체들이 모여 의사결정을 하는 상황을 '게임 상황'이라고 한다. 게임 상황의 핵심적인 특징은 상호의존성이다. 각 경제 주체의 결정이 단지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제 주체들의 이익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호의존성을 고려하는 것을 '전략적 고려'라고 한다. 게임 이론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합리적인 경제 주체들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를 연구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다. 게임 이론은 경제 주체들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임 이론으로 분석을 해보면 삼성, LG 같은 대기업 간의 경쟁, 심지어 국가 간의 역학 관계도 설명이 가능하다.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할 수 있어서다. 게임 이론은 경제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사회적 현상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개인을 넘어 기업 및 국가 수준에서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것. 게임 이론의 효용이다.


게임 이론을 떠받치는 대전제가 있다. 인간은 항상 자신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움직인다는 거다. 상상의 날개를 펴보자. 인왕산 산신령이 내려와 세 가지 능력 중 하나를 주겠다 한다. 첫째가 우주의 원리를 깨닫는 능력, 둘째가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능력, 마지막이 내일의 주식 가격을 알 수 있는 능력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답은 뻔하다. 근원적인 지식이나 철학적 깨달음보다 인간이 더 중히 여기는 것? 경제적 이득이다.


항우와 유방의 권력 게임: 과거의 은혜 vs 미래의 이익


진시황이 통일한 중국. 진시황이 죽고 진나라가 붕괴하자 각 나라들의 독립운동이 일어난다. 하지만 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 했다. 막강한 진나라 군대가 차례차례 진압을 한다. 그때 초나라 항우가 진나라 진압군을 물리친다. 여타 나라들이 항우 밑에 몰려든 이유다. 일종의 연합군이다. 결국 초나라가 진나라를 꺾는다. 항우는 연합국 장수들에게 협력과 기여에 따라 땅을 나누어줬다. 구시대 봉건제도의 부활이었다. 


그런데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은 유방이 반기를 든다. 상대가 될까? 천하의 진나라를 제압하고 중국을 평정한 항우다. 게다가 항우에게 땅을 받은 장수들이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은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많은 장수들이 항우를 배반하고 유방의 편에 섰다. 이유는? 과거의 은혜보다 미래의 이익을 중시해서다. 그게 인간의 속성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 했다. 지금 부모님을 돌봐 본들 내게 생길 이익이 없다. 과거에 입은 은혜 때문에 무한정 부모님을 돌볼 순 없다. 어느 순간, ‘나도 먹고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란 존재다. 똑같다. 항우로부터 이미 땅을 받은 장수들에게 유방은 미래의 이익이다. 항우는 과거의 은혜다. 항우는 내게 은혜를 갚으라 하니 일종의 채권자요, 유방은 도와주면 보상을 하겠다 하니 긁지 않은 복권이다. 게임 이론은 경제적 동기가 각 인물의 선택을 어떻게 주도하는지 설명한다. 역사적 사건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대학교의 총장 선출 과정 및 결과도 비슷하다. 총장 후보들은 여러 학장 후보들에게 자리를 약속함으로써 선거에서의 지지를 얻는다. 하지만, 실제로 총장이 되고 나면 학장 자리에 한 사람만 임명할 수 있다. 나를 도와준 나머지 학장 후보들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학장이 안 된 사람들은 원수가 돼 있고, 학장이 된 사람도 고마워하지 않는다. 총장 입장에선 ‘내가 임명한 학장들은 최소한 내 편을 들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에. ‘학장 이상의 공을 세웠는데, 학장 정도 주고 마냐’는 생각으로, 학장이 된 사람도 불만이 가득하다.  


상을 주는 것은 그래서 쉬운 일이 아니다. 상을 주고 나면 그걸로 약발이 끝나서다. 상을 주면 부족하다 반발하고, 안 주면 왜 안 주냐 난리다. 그래서 상을 주는 건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게 고수다. 게임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모범 사례는 종교에 있다. 종교는 사후 세계의 보상과 처벌을 통해 현재의 행동을 통제한다. 살아있는 동안 계속해서 노력하도록 유도한다. 게임 이론에서 볼 수 있는 '장기적 인센티브' 전략과 유사하다. 단기 승부로 끝내는 게 아니다. 내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장기로 끌고 가는 거다.


전략과 인센티브대학 내부의 권력 게임


대학교 내 교수와 교직원 간의 상호작용에서도 게임 이론의 원리를 찾을 수 있다. 교수들이 교직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할 때, 교직원들은 자신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직접적인 상사인 학장이나 총장의 요구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직접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게임 이론적 행동인 셈이다.


일반 교수가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 “내 꿈은 학장입니다.”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거다. 그랬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들의 태도와 협조도가 바뀐다. 저러다 진짜 학장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하는 거다. 그러니 다른 교수들을 대하는 것과는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미리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두는 거다. 게임 이론에서 볼 수 있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과 '장기적 관계 구축'의 실제 사례다.


다시 항우와 유방에게로 돌아가보자. 항우를 사면초가로 몰아넣어 마침내 승리를 쟁취한 유방. 유방은 항우가 왜, 어떻게 배신당하는지를 두 눈으로 보았다. 유방은 항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 공신에 대한 포상을 미루었다. ‘긁지 않은 복권’에 대한 기대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갔다. 한편으로는 부하들의 비리를 적발하여 숙청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단기적으로는 권력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공신들 사이의 불만과 반발이 커졌다. 이에 유방은 장량의 조언을 받아 옹치를 열후로 봉하고 큰 땅을 상으로 내린다. 옹치는 유방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신하였다. 그런 이에게 유방이 상을 내리니 다른 장수들이 생각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옹치에게도 저리 큰 상을 내리는 걸 보니 더 큰 공을 세운 나는 훨씬 더 많은 상을 받을 수 있겠구나.”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역모의 불길이 이내 수그러든 이유다. 이후 유방은 공신들을 모두 숙청한다. 명나라 주원장이 그랬고, 태조 이방원이 그랬다. 상이 아니라 숙청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한 이들이다. 


다 그런 건 아니다. 후한의 광무제는 공신들에게 막대한 부를 제공하고 관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했다. “나 역시 역모를 일으켜 왕이 되었다. 지금은 아니라 그러겠지만, 너희들도 그리 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먹고 살기에 부족함 없을 큰 돈을 줄 터이니 이 돈을 갖고 관직에서 물러나라.” 맞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리더십과 권력 관리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당나라의 태종은 자신의 신하들을 포용하는 독특한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당태종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능력을 바탕으로 신하들을 긴밀하게 관리하며 권력을 유지했다. 그는 공신들과 함께 정치를 운영하며, 그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세심한 감시와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정치 체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후계자 선정 문제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중국 역사상 유일하게 여자 황제가 된 측천무후. 당태종의 며느리였던 그녀가 당태종의 아들을 제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거다. 당태종이 성격이 약하고 소심한 아들을 후계자로 임명한 데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당태종의 신하들은 똑똑하고 강한 성격을 가진 왕자보다는 성격이 약하고 말을 잘 듣는 왕자를 황제로 선호했다. 강한 왕자가 임명될 경우, 자신들의 위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당태종은 성격이 약한 아들을 황제로 임명했고, 이는 측천무후가 권력을 장악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저마다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계산하고, 행동하는 사람들. 그러니 세상사,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다. 


명성과 전략스모 선수 아사쇼류의 사례 분석


일본의 전통 스포츠인 스모.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전략과 명성의 게임은 매우 흥미롭다. 스모는 연 6회 대회가 열린다. 각 대회는 15일간 진행된다. 1부 리그 15명 선수들은 매일 한 경기씩 시합을 한다. 총 15경기 중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선수가 우승하는 구조다. 그런데 몽골 출신 선수들이 강세다. 현재 상위 랭커 5명 선수 중 4명이 몽골 출신이다. 인구 200만의 몽골 출신 선수들이 1억 3천 인구의 일본에서 일본 전통 스포츠의 주류가 된 셈이다. 그 상징적인 인물이 아사쇼류다.


스모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아사쇼류는 현역 시절 대부분의 대회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며 스모계를 지배했다. 15경기 중 보통 13승 정도를 하면 우승이다. 아사쇼류는 15게임을 모두 이긴다. 패배 자체가 거의 없다. 이쯤 되니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상대는 전의를 상실했다. 어찌 보면 그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압도적인 그의 실력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이름 자체가 곧 승리였던 셈이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아사쇼류도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졌다. 15게임 모두를 이기던 전승의 선수이니 아무리 체력이 떨어져도 14승, 13승 식으로 승수가 떨어질 거라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니었다. 힘이 좀 빠졌다 소문이 나니까 지난 대회 15승 전승을 한 아사쇼류가 다음 대회에서 무려 5번을 져서 10승 5패를 기록한 거다. 당연히 우승은 물 건너갔다. 하루 아침에 이렇게 성적이 곤두박질 칠 수 있나?


한창 때의 아사쇼류는 절대 강자였다. 아사쇼류와 경기를 하는 상대 선수들은 경기를 포기하거나 적극적으로 아사쇼류에게 덤벼들지 않았다. 무적의 이미지가 상대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주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길 확률이 없는데, 괜히 덤벼들다 다치기라도 하면 큰 일이었다. 


이러한 명성은 그의 힘이 빠지기 시작하자 역효과를 낳았다. 일본 선수들은 아사쇼류를 이기면 큰 명성과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그에게 적극적으로 덤벼들기 시작했다. 그가 은퇴하기 전, 한번이라도 아사쇼류를 이기면 큰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다 생각하니 앞뒤 가리지 않고 죽자 사자 달려든다. 그러니 아사쇼류의 승리가 하루아침에 확연하게 줄어든다. 


아사쇼류의 사례는 명성이 개인이나 조직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명성은 성공과 기회를 가져다 준다. 동시에 명성이 사라질 때의 위험도 존재한다. 동전의 양면이다.  


가마쿠라 막부의 몰락명성과 권력의 교훈


가마쿠라 막부 시대는 일본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사무라이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귀족들을 몰아낸 시기라서다. 가마쿠라 막부가 전설적인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몽골에 대한 승리 덕분이다. 명나라와 조선을 패퇴시키고 일본까지 침공한 몽골을 가마쿠라 막부가 막아낸 거다. 하지만 일본군의 우세를 통한 승리라고 보긴 힘들었다. 태풍에 의한 몽골의 실패라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달랐다. 가마쿠라 막부는 몽골의 침략을 가미카제, 즉 '신의 바람'으로 막아내며 전설적인 명성을 얻었다. 

        


몽골을 물리쳐 막부의 군사력이 강력하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영주 구스노키 마사시게가 이끄는 2천 명의 군대가 가마쿠라 막부를 공격한다. 별 힘이 없던 고다이고 천황의 밀서를 받고서다. 아무리 천황의 명이라도 다른 영주들은 30만 대군의 가마쿠라 막부를 공격할 엄두를 못 내었다. 몽골을 물리친 무적 대군이 아닌가. 구스노키 마사시게의 군대 역시 당연히 패퇴해 작은 산성으로 숨어들었다. 그런데 그 적은 병력으로 무려 5만 명의 막부군을 상대로 100일간의 농성전을 버텨낸다. 막부의 취약성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강력하다고 생각했던 가마쿠라 막부의 군대가 작은 산성에 숨어든 소수의 병력을 섬멸하지 못하니 다른 영주들이 들고 일어났다. 어차피 천황의 밀서도 받았겠다, ‘저 정도면 한번 해 볼만 하겠는데’ 싶었던 거다. 몽골 강군도 물리쳤던 가마쿠라 막부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막부의 명성이 실제 군사력과는 별개로 사람들의 인식에 크게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따로 없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사회학적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로, 주로 범죄학과 도시 계획 분야에서 언급된다. 기본 개념은 무질서한 환경이 추가적인 무질서나 범죄를 촉진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한 건물의 유리창이 깨져 있고 그것이 수리되지 않는다면, 이는 그 지역에 대한 무관심이나 무질서를 나타낸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유리창이 깨지거나 다른 형태의 범죄나 무질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스노키 마사시게의 소소한 반란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한 막부 군이 ‘깨진 유리창’이었다. 


가마쿠라 막부의 사례는 리더십과 권력 관리에 있어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몽골군을 물리침으로 얻은 강군의 명성이 작은 산성 하나 함락하지 못해 무너진 거다. 명성은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것을 잘못 관리하거나 지나치게 의존하면 위험할 수 있다. 가마쿠라 막부의 몰락은 명성에 대한 과신과 그에 따른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힘도 없던 형식 상의 군주 고다이고 천황은 도대체 왜 가마쿠라 막부에 맞서 싸울 생각을 한 걸까? 시발은 천황 계승 문제였다. 이 시기의 천황은 실질적인 권력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가마쿠라 막부는 천황 계승 문제를 무책임하게 처리했다.


고다이고 천황의 증조할아버지 시대부터 천황 계승 문제는 복잡했다. 천황의 큰아들과 작은아들 사이의 갈등. 가마쿠라 막부는 서로 돌아가면서 천황을 하라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추후 정치적 불안정성을 초래한 결과였다. 고다이고 천황은 자신의 아들이 아닌 조카에게 천황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는 가마쿠라 막부의 방침에 반발했다. 자신의 위치가 불안정함에도 불구하고 가마쿠라 막부에 대항하여 반란(?)을 일으키기로 결정한 이유다. 


결국 가마쿠라 막부의 몰락은 천왕 계승 문제의 부적절한 처리와 헛된 명성에 기반한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고다이고 천황의 반란은 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구스노키 마사시게의 병력을 깔끔하게 섬멸하지 못함으로써 가마쿠라 막부는 스스로의 약점을 드러냈다. 일본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또라이 전략고르바초프와 게임 이론


고르바초프에 대한 게임 이론적 고찰은 우리에게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서방 국가들은 고르바초프를 신뢰했다. 합리적이면서도 평화 지향적인 그의 철학과 성향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 내에서는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많았다. 고르바초프의 온건 평화 성향이 핵무기를 아우르는 러시아의 강력한 군사력의 효용을 희석시켜서다.


무슨 말일까? 눈 앞에 총알이 든 권총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국내 굴지의 그룹 회장이 내게 총을 겨누면서 전 재산을 내놓으라고 한다?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일을 통해 스스로가 잃을 게 훨씬 더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망나니 짓을 계속 해 온 중학교 1학년 촉법소년이 마약에 취해 내게 총을 겨눈다면? 이건 전혀 다른 문제다. 왜냐고? 이 아이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어서다. 북한의 핵무기가 두려운 것도 같은 이유다.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과 비이성적인 행동은 국제사회에 불안과 긴장을 유발한다. 심리적인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전략, 일종의 ‘또라이 전략’이다. '또라이 전략'은 협상 상대방에게 자신이 비이성적이거나 예측 불가능한 존재임을 인식시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이다. 일부러 미친 짓을 함으로써 상대방이 불리한 위치에 서도록 만들거나, 상대방이 더 많은 양보를 하도록 유도 혹은 강요하는 방식이다. '또라이 전략'은 협상 상대방을 자신의 리듬에 맞추게 하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통해 상대방을 방어적으로 만든다. 예컨대, 아무리 강력한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한들 개미 한 마리 못 죽일 품성을 가진 리더라면? 핵무기는 무용지물이다.


게임 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리더의 행동은 다른 참여자들의 반응과 전략에 영향을 미친다. 리더가 자신의 행동이 주는 신호를 신중히 관리해야 하는 건 그래서다.


경영리더가 알아야  게임 이론과 활용


앞서 살펴본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 하나. 인간은 과거의 은혜보다 미래의 이익을 중시한다는 거다. 이는 경영 상황에서도 예외가 없다. 예를 들어, 파트너십을 구축할 때,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상호 이익이 되는 장기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CEO나 리더는 자신의 조직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를테면, 직원들에게 단기적인 보상보다는 장기적인 경력 개발과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거다. 또한,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단기적인 매출 증대보다는 장기적인 충성도와 신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게임 이론은 상호 의존적인 의사결정 상황에서 각 참여자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분석하는 이론이다. 경쟁 상황, 협상,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경영 상황에도 적용 가능하다. 경영자는 게임 이론을 통해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는 최적의 전략을 개발할 수도 있다. 또한, 시장에서의 경쟁 상황을 분석하고, 경쟁자의 행동에 기반한 자사의 전략을 조정할 수도 있다.


실제 경영 상황에서 게임 이론을 활용할 수 있는 예시는 차고 넘친다. 먼저, 경쟁사와의 협상 이슈다. 경쟁사와의 협상에서 우리는 게임 이론을 활용하여 상대방의 다양한 선택 옵션을 예측하고, 이에 기반한 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 공동 프로젝트나 시장 분할 협상에서 양측의 이익과 그에 따른 행동을 분석하여 가장 유리한 협상 조건을 도출할 수 있다. 다음은 시장 진입 전략 이슈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 게임 이론은 현재 시장의 경쟁 구도와 잠재적인 경쟁자의 반응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진입 장벽, 가격 전략, 마케팅 캠페인 등을 결정할 수 있다.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도 게임 이론이 도움이 된다.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의사소통 방식을 최적화할 수 있다. 예컨대, 직원들이 자신의 이익과 조직의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 분석하여, 보다 효과적인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다음은 위기 관리 이슈다. 위기 상황에서 게임 이론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각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최선의 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위기 상황에서 조직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제휴 이슈다. 다른 기업과의 제휴나 합작 투자를 고려할 때, 게임 이론은 양측의 이익과 전략적 목표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제휴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된다. 


항우나, 유방이나, 그를 따랐던, 혹은 배신했던 장수들이나, 모두 다 사람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다른 개인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종종 다양한 이해관계와 상충되는 목표들을 포함하고 있다. 게임 이론이 탐구하는 주요 영역이다. 


“네가 생각하는 것을 내가 생각하고 있다고 네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자신의 결정이 단지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자신의 이익뿐만 아니라 타인의 반응을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다. 이러한 전략적 고려는 자기이익 추구 경향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게임 이론은 이러한 행동을 수학적 모델로 표현하고 분석함으로써, 인간의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게임 이론은 단순히 이론적인 도구가 아니다. 실제 경영 상황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적 접근법이다. 게임 이론, 저기 멀리 있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지금 여기, 내 눈 앞에 있는 경영 이슈들을 슬기롭게 다룰 수 있는 유용한 툴이다. 새로운 무기, 오늘 또 하나 건졌다. 꿀템 득템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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