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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마인드케어-미니 브레이크와 액티브 힐링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1. 저마다의 일상으로 다들 바쁘다. 그렇게 살아낸 시간들이 쌓여 올해도 어느새 가을이다. 쏜살같이 흘러가는 세월. 헛헛하다. 이른바 ‘마인드 케어(Mind care)’가 필요한 시점이다. 내 마음에 대한 위로 말이다. 리더라고 다를 것 없다. 오늘 주제는 ‘리더를 위한 마음챙김’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의사 윤대현 교수가 길잡이다.


2. 분명히 내 마음인데, 내 맘대로 안 된다. 어떤 단어나 목표를 두고 스위치를 켜듯 동기부여가 가능하다면 직장 생활 우승은 따놓은 당상이다. 최근 수많은 기업들이 노래하는 단어가 있다. 혁신이다. 생각해보자. 나는 리더로서 혁신이란 단어를 들으면 피가 끓어 오르나? 열정이 불타 오르나? 


3.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이거다. 리더라면 시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일하기도 바쁜데 한가하게 무슨 시인이냐고? 혁신, 도전 등 아무리 좋은 단어나 의미라도 숙제처럼 느껴지면 심리적 저항이 생긴다. 저항이 걸리면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같은 의미를 은유적으로 담고 있는 또 다른 단어를 활용할 필요가 거기서 생겨난다. 시인으로서의 역량이자 역할이 필요한 때다.  


4.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막상 중요한 강의를 들을 때면 졸리다. 자야 할 때는 안 졸리고, 자면 안 될 때 졸리니 미칠 노릇이다. 마인드케어가 필요한 이유다. 마인드케어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마인드 커뮤니케이션’, 즉 마음과의 소통이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팔다리처럼 컨트롤되는 게 아니라서다. 마음이란 게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디스플레이를 통해 자기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라서다.  어떻게 하면 내 마음과 잘 소통하여 내 마음을 잘 위로해 줄 수 있을까?


5. 여기 그 솔루션이 있다. ‘미니 브레이크(Mini Break)’와 ‘액티브 힐링(Active Healing)’이다. 먼저 질문이다. 혹시 작년보다 더 의욕이 넘치는 분 계신가? 작년보다 기억력이 더 좋아진 분 계신가? 있다면 특별한 사람이다. 누적된 무기력감 때문이다. 무기력감은 능동적 비활성화 상태다. 마인드 콘트롤이 약이다.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파이팅을 외치는 거다.  


6. 그런데 전제가 있다. 나의 에너지가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야 한다는 거다. 만약 내 에너지가 약하면? 극복은커녕 부정적인 감정에 잠식당한다. 사실 부정적인 감정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감정은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 문제는 부정적 감정이 내 생각을 부정적으로 틀 지워버리는 거다.  

7. 마인드케어의 목적은 쉽게 말해 ‘팔자 관리’다. 내 삶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가져가는 거다. 이 쉬운 얘기가 실제로는 참 힘들다. 내 마음이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움직여서다. 긍정적으로 살겠다 마음 먹는다고 다 그리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8. 그래서 ‘미니 브레이크’를 얘기한다. 말 그대로 잠시의 중단이다. 잠깐의 휴식이다. ‘워킹(Working) 공간’과 ‘힐링(Healing) 공간’을 분리해두고, 일에 빠져있던 나를 멈춰 세워 힐링 공간으로 빼오는 거다. 이런 브레이크 시간이 길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미니 브레이크도 나름의 효용이 크다. 2-3시간 당 5-10분의 브레이크다. 이 짧은 시간이 사람의 메모리 관리에 도움을 준다.  


9. 마인드케어를 잘하려면 매일의 메모리 관리가 잘 돼야 한다. 떠올려보자. 지난 주 화요일 퇴근 시간, 그때 내 감정 상태가 어땠는지. 긍정적인 느낌이었나? 하루를 열심히 살고 나면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엔딩이 중요하다. 그 마지막 감정을 감성 기억이라고 한다. 하루를 마감하는 기억이다. 나도 모르게 짜증, 피곤 같은 키워드로 입력이 되면 그날 전체의 기억은 불편할 수밖에.


10. 하루를 정신없이 일하고 나면 그날의 감정은 뿌듯해야 할 텐데 마냥 그렇게 되지 않는다. 열심히 일했다는 것은 뇌가 피곤하다는 얘기다. 피곤함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연결된다. 열심히 산 하루도 짜증으로 마감하면 그날 하루는 짜증났던 하루가 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남 부러울 것 없는 풍성한 하루였음에도 내게는 마냥 허무한 시간이 된다. 미니 브레이크의 효용이 여기서 빛난다. 미니 브레이크가 하루를 기분 좋게 마감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거다. 학계의 연구 결과다.  


11. 과거, 현재, 미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다 중요하지만 보통 현재를 얘기한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으니까. 그런데 과거, 현재, 미래가 독립적이지 않다. 이어져있다. 미래가 어두운데 오늘이 즐거울 수 없다. 어제 너무 속상했는데, 내일이 기대될 리 만무하다. 오늘은 미래의 영향을 받는다. 그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12.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이 부정적으로 세팅되면 업무에 대한 몰입도나 만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미래 역시 서로 이어진 과거의 영향을 받는다. 오늘을 위한 과거 관리 또한 그래서 중요하다. 과거를 다른 단어로 바꾸면 ‘메모리’다. 메모리에 불편한 내용이 저장되면? ‘트라우마’다.   


13. ‘휴가 기간의 휴양지 호텔’ 하면 떠오르는 느낌? 기분 좋은 설렘이다. 여유다. 아닌 사람도 있다. 어느 소방사 얘기다. 과거 호텔 화재현장에서의 끔찍한 장면들이 뇌리에 자리잡고 있었던 거다. 본인도 몰랐던 트라우마다. 명절도 다르지 않다. 누군가에게 명절은 즐거움이다. 반가움이다. 아닌 사람도 있다. 명절만 되면 죽어라 일만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14.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미니 트라우마’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무심코 건넨 내 이야기가 상대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얘기를 우회적으로 들었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상대는 잘 모르는 것 같은데, 그의 이야기가 내게 상처가 되었을 때는 또 어떨까? 사회 관계나 직장생활에서는 흔한 일이다. 문제는 이런 작은 트라우마들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진다는 거다.


15. 이를테면 완벽주의가 심한 어느 가수가 오늘 공연에서의 실수를 계속 마음에 담아 둔다면? 다음 공연도 당연히 망친다. 세상에 완벽한 콘서트는 없다. 근데 실수한 것만 계속 떠오르면 과거 기억이 미니 트라우마가 된다. 근데 같은 결과를 놓고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를 받아들인다면? ‘나쁘지 않았어’라며 어제의 메모리를 긍정적으로 입력 마감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일 있을 콘서트도 기대가 된다. 작은 차이다. 하지만 작은 게 쌓여 큰 산이 되는 법이다.  


16. 연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올해처럼 허무한 해가 없었다.” 물론 철학적으로 보면 인생이 허무한 데가 좀 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리더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다른 문제다. ‘인생의 허무’가 아니라 ‘기억의 부재’다. 별 좋은 기억이 없는 거다. 새해면 많이 듣는 얘기도 있다. “새해가 됐는데 힘이 나지 않는다.” 당연한 거다. 12월까지 계속 허무했는데 해가 바뀌었다고 갑자기 힘이 날 리 만무하다. 매일매일 좋은 기억으로 하루를 마감해줘야 하는 이유다.   


17. 맞다. 6시 퇴근이라면 6시에 좋은 마음을 갖고 하루를 마감해야 한다. 말만큼 쉽지 않다. 이때 필요한 게 미니 브레이크다. 나만의 작은 멘탈 브레이크를 개발해서 잠깐 멈추는 거다. 그러면 ‘이 정도면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 가치 있는 하루였다’ 정도의 엔딩은 만들 수 있다. 이래야 미래에 대한 시선도 긍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18. 여기 재미있는 실험 결과가 있다. 미니 브레이크에 대한 연구실험이다. 미니 브레이크 없이 연이어 미팅을 세 번 한 경우와 미팅 사이에 미니 브레이크를 가진 경우, 우리의 뇌는 어떻게 변할까? 전자의 경우, 뇌가 불그스름하게 열을 받는 게 관측됐다. 말 그대로 머리가 열 받은 거다. 그에 비해 후자의 뇌는 상대적으로 쿨하다. 어느 게 좋을지는 불문가지다.   


19. 미니 브레이크는 사실 2단계 솔루션이다. 1단계는 주문이다. ‘나는 손흥민이야’ 같은. 월드컵 경기를 연장전까지 풀타임 소화한 손흥민 선수가 느끼는 피로와 근육통은 손흥민 선수가 허약한 사람이라 느끼는 걸까? 아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느끼는 거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무기력과 집중력 저하, 건망증은 리더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뇌의 에너지를 썼고, 쓰고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실 우리 모두가 손흥민인 거다.  


20. 그라운드는 다 다르지만 최선을 다해서 뛰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부정적인 감정들. 중요한 건 뒷처리다. 축구경기를 끝낸 손흥민 선수가 자책만 한다면 심리적 회복은 물론 신체적 회복도 잘 안 될 거다.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이 다 그러고 있으면 회복도 더딜뿐더러 부정적 감정이 높아져 상호 커뮤니케이션도 힘들어진다. 팀웤이 망가지니 다음 경기 내용은 볼 것도 없다.  


21. 불안은 위기 관리를 도와준다. 분노는 투지나 도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울도 창의, 공감, 생존과 연결되어 있는 감정이다. 이처럼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다. 불편한 감정이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한 자책이다. ‘손흥민 주문’이 중요한 건 그래서다. 내가 문제라서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난 게 아니라서다. 손흥민처럼 열심히 뛰었기에 생겨난 거라서다. 그러니 스스로를 추앙하라. 


22. 번아웃은 리더에게도 찾아온다. 숨길 이유가 없다. 리더가 먼저 스스로의 번아웃을 알려야 한다. 리더가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된다고? 번아웃은 나약함이 아니다. 일종의 컨디션이다. 스마트폰 방전 같은 거다. 매일 우리는 일정 정도 번아웃이 된다. 그게 좀 길어질 때도 있다. 번아웃 예방이라는 말은 그래서 문제다. 스마트폰을 충전 없이 계속 쓰겠다는 거랑 다를 바 없어서다. 리더의 번아웃 고백은 2차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열심히 뛴 당신이기에 번아웃도 온 거다. ‘손흥민 주문’을 떠올려라.


23. 그렇다면 미니 브레이크로 유용한 건? 정해진 건 없다.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 나만의 힐링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라떼 한 잔이 미니 브레이크로 작동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산책이, 누군가에게는 명상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뭘 할 때 스트레스 브레이크가 잘 걸리는지 그저 해보는 수 밖에 없다. 어제 좋았던 게 오늘은 별로일 수도 있다. 날씨 이상으로 변덕스러운 게 우리 마음이다.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효과가 있었던 걸 노트에 차곡차곡 적는 거다. 


24. 미니 브레이크로 많이 추천하는 것 중 하나가 명상이다. 하지만 명상을 열심히 하는데도 잘 집중이 안 된다면? 잡생각이 더 많이 든다면? 명상을 관둬야 한다. 짚신도 짝이 있듯 미니 브레이크도 그렇다. 명상이 누구에게나 맞춤일 수는 없다. 그럴 때는 명상이 아니라 달리기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달리기가 아니라면 영화 보기도 좋다. 


25. 내게 전혀 안 맞을 것 같은 것도 한번 해보면 좋다. 캠핑을 싫어하지만 친구가 가자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섰는데, 그게 너무나 좋았다는 사람이 있다. 그러니 해보는 거다. 꽃꽂이도 해보고, 캘리그래피도 해보고, 그림도 그려보는 거다. 다양한 시도를 통한 나만의 힐링 데이터베이스 확장. 내게 맞춤하는 미니 브레이크를 찾는 방법이다.  


26. 여기 꿀팁 하나. 최근 심리학 분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직장 내 프렌드십이다. 업무 얘기 말고 속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직장 내에 있냐는 거다. 이름하여 ‘힐링 프렌드’. 이런 친구가 있으면 마인드케어가 수월해진다. 애사심도 높아진다. 협업도 잘 되고 퍼포먼스도 올라간다.


27. ‘액티브 힐링(Active Healing)’을 아시는지? 액티브 힐링의 의미는 적극적인 느낌의 그 어감과는 완전히 다르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했더니 힐링이 된다면, 이게 액티브 힐링이다. 액티브 힐링이 필요한 이들은 무기력감이 큰 이들이다. 만사가 귀찮을 때 뭐라도 억지로 하는 거다. 동기부여가 절로 되어 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선행동 후힐링’하는 개념이다. 밥 먹고 무기력해져 산책 나가기 싫었는데 억지로 산책을 갔더니 힐링이 되는 식인 거다. 


28. 치열한 무한경쟁 속에서 많은 이들이 상시적인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그런 방법이나 비결? 없다. 불편함 1도 없는 평온한 마음 상태의 지속. 이게 가능할까? 여기서 질문 하나. 불안을 전혀 느끼지 않고 항상 편안하게 내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을까? 아니다. 걱정을 해야할 상황인데도 걱정을 안 하거나 못하는 건 문제다. 사기를 잘 당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십중팔구 대책없이 낙천적이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거다. 부정적인 마음이 1도 없으니 자기보호 욕구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거다. 


29. 마음의 칵테일을 만든다면 긍정적인 감정만 넣어서는 안 된다. 부정적 감정도 들어가야 한다. 물론 부정적 감정의 비율이 10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긍정과 부정의 황금비율은 3:1이다(긍정심리학 권위자, 바버라 프레드릭슨 박사). 그걸 유지하려고 미니 브레이크도 갖고, 액티브 힐링도 하는 거다. 안정적인 마음을 마인드케어의 목표로 삼으면 남아나는 마음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감정에 맞서 싸워서는 안 된다. 감정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버티는 거다.


30. “오늘 힘들었지만 그래도 회의 한번 하고 나니 생각보다 괜찮네.” “오늘 저녁, 친구 모임 가기 싫었는데, 그래도 갔더니 좀 낫네.” 액티브 힐링 사례들이다.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다. 조직의 중책을 맡고 있는 리더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리더들이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려 애쓰다 오히려 저 멀리 나가떨어진다. 그러니 모쪼록 내 감정을 이기려 들지 말기를. 그저 버텨내기를. 오늘 소개해드린 미니 브레이크와 액티브 힐링이 그 버팀의 과정에 작은 디디돌이 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리더들이 긍정의 감정으로 올 한해를 마감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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