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세계]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다. 경제 분야에서의 성장세가 꾸준하다. 그런 인도네시아가 전환의 시대를 맞았다. 글로벌 패권 전쟁, 남중국해 문제, 코로나19 팬데믹 등 다양한 요인이 인도네시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의 인도네시아와 요즘의 인도네시아는 확연히 다르다. 옛날에는 자부심과 기대치만 있었다. 지금은 그 잠재력이 실재로 이어지고 있다. 외교무대에서의 활동 등 조코위 대통령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경제성장 그래프가 9년 만에 최고를 찍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놀라운 상승폭을 기록했다. 상당 부분 원자재 가격 인상의 혜택을 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제조업을 포함해서 다른 분야로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주가지수도 좋은 편이다.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은 디지털 전환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경제 시장 중 하나다. 또 다른 성장 동력은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 수출국 중 하나다. 최근에는 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인도네시아에는 여전히 많은 기회가 있다. 풍부한 노동력과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러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 글은 인도네시아의 경제와 미래에 대한, 인도네시아 투자와 진출을 위한, 거친 리포트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고영경 교수의 말을 스케치하고, 별도의 취재와 편집을 더했다.)
▶전환의 시대, 폭풍 전야의 아세안 국가들
아세안은 지금, 전환의 시대를 관통 중이다. 먼저 글로벌 패권 전쟁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얘기다. 미국이나 중국이나 아세안 동남아 10개 국가들에 크고 작은 투자를 앞세운 구애의 손길을 보낸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메아리뿐이다. 누구 편에도 서지 않는 게 동남아 국가들의 기본 방향이라서다. 변수는 또 있다. 남중국해 문제다. 동남아시아가 위치한 지역이 모든 석유 선박 등이 지나다니는 지리적 요충지라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 중요한 건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의 존재감이다. 젤렌스키도 만났고, 푸틴도 만났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세일즈 외교를 펼친다. 중립적 가치 외교다. 그러니 러브콜을 보내는 입장에서는 더욱 애가 탄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란 말이 있다. 경제적, 정치적 발전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도상국들을 일컫는 개념이다. 보통 아프리카, 중남미, 그리고 남아시아와 같은 지역 국가들을 말한다. 선진국인 글로벌 북쪽(Global North)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알트 아시아(Alt Asia)’ 개념도 있다. 보다 포괄적이고 다양한 시각을 얻기 위해 만들어진, 전통적인 아시아 개념에 대한 대안적 지역 개념이다. 기존 지리적 구성이 아닌, 경제, 정치, 사회, 문화적 변화와 상호 작용에 중점을 둔 지리적 구성을 나타낸다. 아시아 전체의 연대와 상호 작용을 재조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다.
이 두 가지 개념을 아우르는 핵심 국가들이 인도와 아세안이다. 지정학적인 상황에서의 아세안의 존재감은 글로벌 밸류체인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남미에 비하면 정치적, 사회적인 불안감도 덜하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많이 늘어났다. 아세안 전체로도 그렇다. ‘탈 중국’ 현상이 강화되면서 거의 모든 기업들이 지금은 동남아로 눈을 돌린다. 업종에 상관없는 ‘탈 중국’ 러시다. 여기서 가장 수혜를 받았던 국가? 베트남이다. 베트남에 나가 있는 한국 법인만 8천 개가 넘는다. 바통을 이어받은 게 인도네시아다.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도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아세안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는 어디일까? 리서치 결과를 보면 1위는 중국이다. 그냥 1위가 아니다. 압도적인 1위다. 아세안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리서치 결과다. 2023년 들어 기류가 다소 바뀐다. 중국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미국의 영향력이 커졌다. 미중 패권 갈등이 영향을 미치는 대목이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남중국해 갈등도 작은 이슈가 아니다. 필리핀의 경우, 미군의 기지 사용을 허가했다.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특이한 건 일본이다. 아세안 인프라에 대한 투자액수는 일본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존재감은 없다. 가성비 떨어지는 투자인 셈이다.
▶전환의 시대, 선두주자 인도네시아
아세안 국가 전반이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다. (문제가 있다면 국가별 격차가 크다는 거다. 싱가포르와 미얀마의 격차는 10배가 넘는다.)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돋보인다. 일단 성장세가 좋다. 중국을 벗어난 대체시장 혹은 투자처로서의 매력도 크다. 성장 마인드도 장착됐다. 중산층의 증가는 구매력 확대로 이어진다. 게다가 젊은 사람이 많다. 젊은 사람이 많다는 건 리스크 테이킹에 열려있다는 의미다. 새로운 서비스 구매에 거리낌이 없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해외 진출을 계획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자원 하나만으로도 주목받는 시장이다. 니켈은 글로벌 매장량 1위, 주석은 2위다. 보크사이트 매장량도 글로벌 2위이고, 구리는 7위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광물 매장량이 풍부하다. 지리적으로는 1만 7,5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섬이 있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의 거리는 미국 본토에 밀리지 않는다. 요컨대, 좌우로 엄청나게 긴, 2만 개의 섬을 가진 나라다. 대국인 거다.
인도네시아의 성장세는 견조하다. 경제성장률은 높고, 인플레이션률은 낮다. 정부 부채도 적고, 주가지수, 환율 모두 안정적이다. 약간의 수출 감소세가 보이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올해의 성장 목표치 5.5% 달성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대통령 선거가 있어 전망은 낙관적이다. 경기 부양 예측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당신의 선택은?
인도네시아의 부상과 함께 비교를 피할 수 없는 나라가 있다. 베트남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관계는 묘하다. 글로벌 밸류체인을 분석해보면 두 나라의 연계성은 높지 않다. 아세안 내에서의 지정학적 연결성은 높지만, 밸류체인 측면에서는 상호보완적인 면이 크지 않다. 협력적 관계가 아니라 경쟁적 관계란 얘기다.
IT나 전기전자 분야 제조업들은 베트남의 성장성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광물, 곡물 등의 자원과 함께 베트남보다 훨씬 큰 내수시장을 가진 인도네시아의 강점도 분명하다. 인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중국이 잘 될 수 있었던 건 13억의 인구 역할이 컸다. 인도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 역시 중국을 능가하는 인구 때문이다. 3억에 육박하는 인도네시아 인구는 풍부한 자원과 커다란 내수시장 규모와 함께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빚어낼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3개의 성장 엔진
인도네시아를 살펴보면서 빠뜨릴 수 없는 3가지 성장 정책이 있다. 1) 다운스트리밍 정책(Downstreaming Policy)과 2)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그리고 3)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인도네시아의 목표는 ‘더 강하고 더 좋은 인도네시아(better & strong Indonesia)’ 만들기다.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제조업으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단순한 산업화가 아니다.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과 결부시킨 제조업으로 산업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목표다. 디지털 역시 산업화 정책과 별개의 문제가 아닌 거다. 이런 성장 정책이 상당 부분 먹혔다. 인도네시아의 신용등급도 올랐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 역시 지속됐다.
▶다운스트리밍 정책과 국영기업의 부상
다운스트리밍 정책? 광물 자원을 가공하여 국내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정책이다. 인도네시아가 가지고 있는 니켈, 석유, 철광석 등의 광물 자원을 가공하여 배터리 제조, 석유화학, 철강 등의 산업에 활용하겠다는 거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요컨대, 날 것 그대로의 자원을 그냥 수출하는 게 아니라 자원을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더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거다.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광물 확보에 대한 전쟁이 한창이다. 수혜국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다. 니켈 매장량이 세계 1위라서다. 인도네시아가 광물 수출에 대한 규제를 늘인 배경이다. 광물 확보를 위한 수많은 국가와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연도별로 투자 규모 리스트를 만들면서 세일즈 외교에 팔을 걷어붙였다.
단순히 투자만 받는 게 아니다. 다운스트리밍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국영기업이다. 그 중 하나가 ‘페르타미나(Pertamina)’다. 글로벌 상위 500대 기업에 들어있는 유일한 인도네시아 기업이다. 정부 100% 소유의 국영기업으로 석유 개발이 주 업종이다. ANTAM, MIND ID, PLN도 있다. 모두가 국영기업이다. 이 4개 회사가 25%씩 출자하여 만든 회사가 ‘인도네시아배터리컴퍼니(IBC)’다. 차량용 전지 제조지주회사다. 니켈 채굴에서부터 소재, 배터리, 전지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밸류체인을 구축한 거다.
인도네시아는 국유화된 자원을 생산하거나 투자하려는 외국기업들은 반드시 이런 인도네시아 기업들과 제휴하도록 만들었다. 자국의 부가가치 제고를 위해서다. 인도네시아의 중요한 프로젝트들은 결국은 국영기업들이 주도할 전망이다. 외국기업의 투자 역시 이들 국영기업을 통해 진행되는 방식이다.
▶그린 트랜스포메이션과 미래 시장
인도네시아는 워낙 석탄량이 많아 석탄 발전 의존도가 높다. 그러다 보니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에 있어 갈 길이 멀다. 필요한 건 투자와 기술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를 팔을 걷어 붙이고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에 나선 배경이다.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reen Transformation)’은 지속 가능한 발전과 환경 보호에 중점을 두고, 기존의 화석 연료 기반 산업에서 친환경 에너지, 자원 효율적 기술 및 실천을 적극 도입하는 경제·산업으로의 변화를 말한다. 기후변화, 자원 소진, 환경오염 등의 글로벌 환경 문제에 대응하여 국가, 기업, 개인이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이제 수출을 하려면 글로벌 환경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현대차 공장은 이미 ‘RE100’을 달성했다. 원래 예정됐던 기간보다 훨씬 빠른 일정이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체 전력 소비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에 동참하겠다는 거버넌스 및 기업의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이 운동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기후 변화를 줄이기 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기업과 관련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아세안 대부분의 국가가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이란 과제를 받았다. 관련 시장만 2조 달러 규모다. 수출입 밸류체인 때문에라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숙제다. 이 중 가장 급한 부분이 에너지 전환이다. 에너지 전환 계획들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전기차 밸류체인만 하더라도 많은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투자를 했다. 중국 기업들이 먼저 들어갔고, 일본 기업, 유럽 기업들이 들어갔고, 한국 기업도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니켈 부분만 보면, 중국 칭산그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칭산그룹의 2021년 니켈 생산량은 60만 톤이다. 세계 니켈 총 생산량의 22%에 해당하는 양이다. ‘중국 니켈의 왕’이라 불리는 이유다. 금속광업 업계의 애플이라고나 할까. 지금 인도네시아의 니켈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 역시 중국 칭산그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니 인도네시아 내 칭산의 영향력은 무척이나 크다. 인도네시아에의 성공적인 안착을 원하는 기업이라면 칭산에 대한 스터디가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다음은 디지털전환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대도심을 넘어 교외 지역까지 빠른 속도로 디지털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GDP 성장률보다 훨씬 빠른 성장 수치다. 2025년 인도네시아의 관련 시장 규모는 3천억 달러에 이를 걸로 보인다.
디지털 전환을 이해하는 좋은 사례는 ‘슈퍼앱’이다. 슈퍼앱은 하나의 아이디로 로긴하여 여러 개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앱을 가리킨다. 한 우산 아래에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다. ‘그랩’이 대표 격이다. 그랩은 음식 배달 분야 동남아 1등이다. 차량 호출 1등이다. 간편 결제 분야도 1등이다. 아세안 10개국 중에서 8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고젝’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한 차량 공유 및 배송 서비스 앱이다. 인도네시아 1위다. 아세안 6개국과 인도 등에서 영업을 한다. 2021년에는 11억 달러 규모의 IPO를 성사시키며, 고투그룹으로 거듭났다.
이런 디지털 슈퍼앱들이 나타나면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있다. 카카오택시 덕에 거리에서 무작정 택시 잡는 사람들이 사라진 우리 모습이랑 다를 바 없다. 그랩이나 고젝이 등장하면서 송금이 쉬워졌다. 자연스레 현금 거래가 사라졌다. 은행 계좌가 없던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디지털 계좌도 갖게 되었다. 디지털의 이런 영향은 대출과 자산관리, 보험 분야로도 이어진다. 수많은 유니콘들이 생겨났다. 대부분 핀테크로 성장한 기업들이다. 디지털이 빚어낸 금융 분야의 일대 변혁이다.
뱅킹 섹터에도 ‘빅블러(Big Blir)’ 현상은 뚜렷하다 빅테크와 은행 사이의 경계가 없어진 거다. 동남아에서는 핀테크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었다. 결과는 빅테크의 부상이다. 그랩 같은 회사들이다. 실제로 그랩은 싱가폴텔레콤과 손잡고 디지털 뱅킹 라이선스를 받았다. 고투그룹은 자고은행을 인수하면서 디지털 뱅킹을 품었다. 온오프를 막론하고 디지털 비즈니스 분야의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슈퍼앱들의 성공 비결은 고객의 고통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해줬다는 거다. 거기에 덧붙는 게 초지역밀착형 서비스다.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기업인 우버가 흉내내기 힘든 부분이다.
▶신수도 프로젝트 INK와 대통령 선거
신수도 프로젝트도 톺아보아야 할 이슈다. 갑자기 웬 신수도? 디지털과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을 모두 아우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라서다. 자카르타는 빈부격차가 큰 도시다. 인구 밀집도도 높다. 도시가 가라앉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수면보다 토지가 낮다. 제방을 쌓았지만 땅이 계속 가라앉고 있다. 수도 이전 문제가 자연스레 불거졌다. ‘누산타라(NUSANTARA)’라고 이름 붙인 신수도의 이름을 따 ‘누산타라 프로젝트’라 불린다. 보르네오 섬 일대에 신수도를 만들겠다는 거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보통 ‘이부 코타 네가라(Ibu Kota Negara)’라고 해서 ‘ikn’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누산타라는 2024년부터 2045년까지, 단계적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누산타라에는 정부 청사, 주택, 공원, 도로, 철도, 공항 등 다양한 인프라가 조성될 거다. 컨셉은 명확하다. 자연 친화 도시(Forest City), 살기 좋은 도시(Livable City), 스마트 도시(Smart City)다. 문제는 예산이다. 돈이 모자라니 투자를 끌어와야 한다. 많은 돈을 끌어와야 하니 정부가 제공하는 투자 혜택이 많다. 물론 이 투자에도 인도네시아 공기업과의 협력은 기본옵션이다.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100여개 기업들이 투자 의향을 밝혔다.
변수가 있다. 2024년 2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다. 신수도 프로젝트는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엎어질 가능성은 없다.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이를 좌지우지하는 게 대통령 선거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의 문제다. 인도네시아 선거는 특별하다. 1만 7,500개의 섬에서 선거를 치뤄야 한다. 선거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2019년 선거 때는 선거 종사자 270여명이 과로로 사망했다. 그만큼 선거 운동도 힘들다. 선거 기간이 길고, 선거전도 치열하다. 생각지도 못한 예상 밖 사건 사고가 많을 수 있다. 선거 결과를 눈 여겨 보아야 하는 건 그래서다.
하나 더 있다. INA다. INA는 ‘Indonesia Investment Authority’의 약자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설립한 주권 투자 기금이다. INA의 설립 목적은 인도네시아의 국가 전략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외국인 투자자들과 협력하여 인도네시아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거다. INA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Green EV Fund라는 특별 목적 회사(SPC)를 설립하여,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Green EV Fund는 중국의 CATL, 중국 투자 회사인 CMB 인터내셔널과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니켈광을 가공하고, 배터리 셀과 팩을 생산하고, 재활용하는, 전반적인 전기차 배터리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INA는 한 마디로 인도네시아 투자의 핵심기관이다. 이 조직을 누가 이끌 것인지, INA의 수장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상, 인도네시아 비즈니스 전망에 대한 거친 현황이자 전망이다. 많은 부분 아직 불확실한 게 많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이거다. 인도네시아에 아직 많은 기회가 있다는 거다. 그렇다고 앞뒤없이 달려들 일은 아니다. “One size does not fit all.” 모두에게 통용되는 법칙은 없다. 인도네시아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인도네시아의 최근 성장세에 비해 국내 연구가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인도네시아의 성장을 지렛대 삼고 싶은 기업이나 기관들이 앞으로 챙겨야 할 부분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