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하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 했다. 백수저와 흑수저로 나뉜 요리사들의 요리 경쟁에서 경영혁신, 특히 마케팅의 중요한 통찰이 엿보인다. 여기, '흑백요리사' 속 세 가지 인상적인 마케팅 모멘트를 가져왔다. STP, 스토리텔링, 그리고 차별화의 마케팅 이야기다.
▶ 마케팅과 STP 전략: 타겟을 설정하는 예술
첫 번째 장면은 팀 별로 진행된 레스토랑 미션이다. 팀별로 가상의 식당을 차리고, 메뉴와 가격을 구상해 판매를 하는 거다. 손님들의 가용 비용은 총 2천만원. 최현석 셰프 팀은 이 상황을 매우 특수한 상권이라 가정했다. '억수르 기사식당'이란 이름의 프리미엄 식당을 차렸다. 평균 메뉴 가격을 4만 5천 원으로 설정했다. 타 팀들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이었다. '트러플 금까스(36,000원)', '캐비어 알밥 천국(58,000원)'과 '랍스터 마라 크림 짬뽕(42,000원)' 같은 초고가 메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최현석 셰프는 고객들이 단순히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아 오는 손님이 아니라고 전제했다. 음식 평가를 위해 섭외한 손님이기에 가격대와 상관없이 특별한 경험을 원할 것이라는 점을 간파했다. 관건은 객단가였다. "어렵게 하면 안 된다. 정말 쉽게, 아무나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음식에 비싼 재료를 넣어 비싸게 만들자." 트러플 돈까스, 캐비어 알밥, 랍스터 짬뽕 같은, 익숙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메뉴가 나온 배경이다.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전략이 잘 버무려진 명장면이다. STP 전략은 마케팅의 기본이자 출발점이다. 시장을 세분화하고(Segmentation), 목표 고객을 정한 후(Targeting), 그들에게 맞는 차별화된 포지셔닝(Positioning)을 구축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최현석 팀은 고객의 성향과 특징, 지불 능력 등을 추론하여 정확하게 타겟팅했다. 그들을 위한 프리미엄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차별화된 위치를 구축했다. '고급 재료로 미식 경험을 파는 기사식당'이란 포지셔닝은 신의 한 수였다.
최현석 팀은 랍스터와 캐비아 같은 고급 식재료를 사용해 메뉴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또한 빠른 제공 속도를 위해 철저한 준비 작업(프렙)을 해둠으로써 고객이 주문 후 1분 안에 음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또 다른 '고객 와우(WOW!) 포인트'였다. 최현석 팀의 메뉴는 큰 호응을 얻었다. 세 팀 중 전체 매출의 48%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압도적인 승리였다. 맞다, 모두를 위한 제품은 어느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다. 새겨야 할 마케팅 금언이다.
▶ 마케팅과 스토리텔링: 진솔한 내 이야기를 요리에 담다
두 번째는 '인생을 요리하라' 미션에서 '요리하는 돌아이(이하 돌아이)' 셰프가 자신의 요리 '어니언숲'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그는 못난이 양파로 만든, 단순하지만 정성이 담긴 요리를 선보였다. '돌아이' 셰프는 양파가 갈색이 될 때까지 뭉근히 볶고, 육수와 치즈를 넣어 뜨거운 뚝배기에서 익혔다.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인생을 표현하는 요리라는 주제가 떨어졌을 때, 정말 제 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사실 이 어니언숲 같은 경우도, 못난이 양파를 쓴 이유가 맛과 영양분은 같다고 생각하는데, 못생겼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게 꼭 제 상황 같았어요. 맨 처음에 딱 외관상 봤을 때는 굉장히 막 뚝배기처럼 팔팔 끓고 거칠어 보이지만, 딱 한 입 먹었을 때는 조금 몸을 싹 따뜻하게 하면서 녹여주는. (제 외모만 보고) 저에 대한 색안경을 낀 사람들에게 꼭 먹여주고 싶습니다. 저는 진짜 요리에 진심인 놈이고, 그런 사람 아니라고." '돌아이' 셰프는 외면받는 못난이 양파를 자신의 모습에 투영했다. 자신에 대한, 그리고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녹여내고자 했다. 스토리텔링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스토리텔링은 제품이나 브랜드에 감정적 가치를 부여하는 강력한 마케팅 도구다. 애플이 성공한 이유 증 하나 역시 스토리텔링이다. 제품 개발 과정에 담긴 스티브 잡스의 철학과 비전이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스토리로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잊어서는 안 된다. 고객은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다. 제품에 담긴 이야기를 산다.
'돌아이' 셰프의 어니언숲은 물리적인 양파 수프 한 접시가 아니었다. 그의 상처와 성장, 그리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고 싶은 진심이 담긴, 한 편의 감동 스토리였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제품에 진정성을 담고, 고객이 그 이야기에 공감할 때, 단순한 구매를 넘어선 감정적 연결이 일어난다. 이 과정을 통해 고객은 단순한 구매자가 아닌, 브랜드의 지지자로 거듭난다. 스토리텔링은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전달하고, 소비자와의 깊은 연결을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다.
▶ 마케팅과 차별화: 창의혁신의 도전으로 차별화를 빚어내다
"셰프님들에게 전혀 본적 없는 요리를 보여주고 싶다.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것으로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떡볶이 모양을 한 고추장 캐러멜 소스 세미프레도를 파이널 미션 요리로 낸 에드워드 리 셰프의 말이다. 그는 떡볶이를 디저트로 재해석해 탈바꿈시켰다. 떡을 갈아 퓨레를 만들고 이탈리안 머랭, 생크림과 섞었다. 이걸 통에 넣고 얼려 굳힌 세미프레도 3개에 고추장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이고, 참외 미나리 막걸리로 마무리.
"(어눌한 한국말로) 이곳 한국에서의 한식은 먹으면 항상 너무 많이 줘서 배부르고 다 못 먹어요. 특별히 떡볶이. 떡볶이 시키면 항상 떡을 두 개, 세 개 남아요. 그래서 저는 그거가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그거 아니에요.. 풍족함과 사랑,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 이것이 바로 한국 음식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기는 떡볶이 나머지 아이디어를 디저트로 생겼어요. 남은 3개의 떡볶이를 디저트로. 그리고 당신의 술은 참외 미나리 막걸리입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음식인 떡볶이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 전혀 다른 맛과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파이널 미션에서조차 안전한 선택 대신 창의적 도전을 택한 그의 모습은 마케팅 관점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마케팅에서 차별화는 핵심이고, 뿌리이고, 본질이다. 고객으로 하여금 나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 그게 바로 차별화라서다. 차별화는 단순히 다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성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에드워드 리의 떡볶이 디저트는 전통적인 틀을 깨고, 익숙함을 새롭게 해석한 창의적 접근이었다.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경험이 차별화의 핵심이었다. 차별화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동시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 에드워드 리는 떡볶이를 그저 매운 간식으로 두지 않았다. 전혀 다른 문맥으로 활용함으로써 고객의 기대를 깨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파이널 결승전인데 무모한 것 아니냐고? 본인의 주종목 요리를 안 한 이유가 뭐냐고? 에드워드 리는 말한다. 자신이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이유는 '나'라는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해서인데 이미 했던 요리만 주구장창 하고 오면 나가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자신의 30년 요리 경력에서 이미 해봤던 요리는 절대 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요리로만 도전한다'는 자기만의 약속같은 것을 했었다고. 이러한 창의적 도전이 '에드워드 리'라는 브랜드의 차별화를 더욱 강화시킨다. 혁신은 차별화의 중요한 수단이다. 창의적인 도전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맞다, 차별화는 용기다!
▶ 마케팅은 삶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철학이다!
'흑백요리사'는 단순한 요리 프로그램이 아니다. 마케팅의 본질을 보여주는 경영 텍스트이다. 시장 세분화를 통한 타겟팅과 포지셔닝,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 그리고 창의혁신의 도전을 통한 차별화 개념을 흑백요리사에게서 배운다. 요리사들이 요리에 혼을 담아내듯, 마케팅 역시 고객에게 진심을 전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마케팅은, 그래서 곧 고객행복이다. 오늘도 목청껏 부르짖고 다니는 이유다. 마케팅은 전략을 넘어 철학이라고! 마케팅은 삶이라고!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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