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있잖아, 마눌님이 TV '1박 2일'에서 정선 민둥산 나오는 거 보고, 가을 억새가 너무 예쁘다는 거야. 그래서 그냥 바로 출발했어. 그게 우리 스타일 아니겠냐.
마눌님 수업 끝나는 걸 기다리느라 출발이 오후 5시. 그래서 첫날은 제천에서 묵기로 했어. 저녁 먹을 시간. 마눌님이 맛집 검색했는데 '두꺼비식당'이라는 곳이 유명하더라. 시그니처 메뉴 양푼갈비를 먹었어. 등갈비찜을 매콤하게 해서 끓여 먹는데, 비주얼이 완전 대박. 겉보기엔 엄청 매워 보였는데 생각보다 안 맵고, 감칠맛이 장난 아니었어. 먹으면서도 '이래서 전통 맛집이구나' 싶더라.
제천까지 왔으니 의림지도 한 바퀴 돌아봐야지. 평일 오전인 데다 살짝 비까지 뿌려서 사람도 별로 없고, 그래서 더 한적하고 운치 있더라고. 근데 진짜 서프라이즈였던 건 '카페 무던'이라는 곳이었어. 의림지 근처에 있는 엄청난 규모의 선인장 농원 카페인데, 별 기대 없이 갔는데 완전 대박이었어. ('조아저씨네 다육농장'이랑 붙어있음.) 귀여운 식물들이 실내 농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식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천국이 따로 없을 거야. 우리도 홀린 듯 다육이 몇 개 샀어. 제천 오면 여기 강추.
다행히 비는 그쳤고, 드디어 정선 민둥산! TV '1박2일'에서는 30분이면 올라간다고 나왔길래 '가볍게 한 번 올라가자'고 했거든? 근데 헐, 일반 출발 포인트에서 올라가니까 거의 두 시간은 걸리더라. 방송팀은 아마 차로 중턱까지 올라갔던 듯.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정상이 진짜 예술이었어. 가을 억새가 바람에 살랑거리는 풍경이랑 돌리네 연못을 보고 있자니, 와... 이건 사진이나 영상으로 절대 다 담을 수 없는 풍경. 힘들게 올라간 보람이 있었어. 너무나 이국적인 풍광. 이건 직접 눈으로 봐야 해, 말로 다 못해.
왕복 세 시간 넘게 산행하니까 온 몸이 욱신욱신. 내려와서 '정선 아리랑시장'으로 갔는데, 거기서 '회동집'이라는 식당을 찾았어. 콧등치기 국수, 감자옹심이, 통메밀부침, 녹두빈대떡 이런 게 유명한 집이래. 근데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거야. 우리도 기다렸다가 드디어 들어갔는데, 우리가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었어! 얼마나 럭키비키야. (우리 뒤로도 손님들이 꽤나 왔는데, 5시에 주문 마감이고 6시면 문 닫는다니까, 갈 사람은 참고해.)
회동집에서 우리는 콧등치기 국수랑 감자옹심이, 통메밀부침, 녹두빈대떡을 주문했는데, 특히 콧등치기 비빔국수가 진짜 미쳤어. 이름부터 귀엽지 않냐? 면이 탱탱해서 먹을 때 콧등을 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래. 비빔국수는 탱글거리는 면발도 면발이지만, 열무김치 베이스 양념이 진짜 환상적이었어. 살짝 들어간 국물이랑 양념이 쫙 배어 있어서 먹으면서도 계속 감탄했어. 배는 부르지만 멈출 수가 없더라. 배불리 먹고 두 시간 넘게 달려서 집에 도착하니 저녁 8시반.
짧았지만 매 순간 알찼던 가을 여행. 가을비까지 살짝 내려 운치 있었던 가을 여행. 마눌님이랑 둘이서 즐긴 색다른 가을 여행. 다음을 또 기약해.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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