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 격차’: 스스로 선택한 진화와 도태

[방구석5분혁신.디지털&AI]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한 격차가 눈앞에 닥쳤다. 통장 잔고의 차이나 거주지의 차이가 아니다. 생각하는 능력, 문제를 해결 하는 힘, 즉 ‘지능(Intelligence)’ 그 자체의 격차다.

우리는 AI가 인간을 평등하게 만들 것이라 기대했다.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면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쓰고, 아인 슈타인의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는 세상. 정보의 비대칭이 사라진 유토피아를 꿈꿨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AI의 미래는 정반대의 방향, ‘지능의 극단적 양극화’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 격차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가까운 미래인 2035년 의 두 가지 삶을 시뮬레이션해보자. 첫 번째 부류는 AI를 자신의 지적 능력을 증폭시키는 ‘확장형 도구(Augmentation Tool)’로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AI의 성능이 아니다. AI를 다루는 ‘질문의 깊이’다. 이들은 AI에게 정답을 구걸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논리를 검증하고, 관점을 뒤집고,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사유의 숫돌’로 쓴다. 똑같은 무료 버전을 써도, 이들의 프롬프트는 다르다. AI와의 치열한 문답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더 날카롭게 벼려낸다. 혼자서는 닿을 수 없었던 통찰의 영역까지 나아간다. 이들에게 AI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지능의 지렛대’다.

두 번째 부류는 AI를 생각의 수고를 덜어주는 ‘편의형 도구(Convenience Tool)’로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목적은 오직 ‘생각의 생략’이다. 복잡한 자료는 요약시키고, 귀찮은 작문은 대필시키며, 어려운 판단은 위임한다. “알아서 해줘”라는 태도로 과정은 건너뛰고 결과값만 취하려 한다. 당장은 편안하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 안락함 속에서 스스로 사고하는 힘은 서서히 퇴화한다. 결국 주체적인 판단 능력은 사라지고, 알고리즘이 뱉어내는 정보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생각의 소비자’로 전락한다.

이러한 격차는 단순한 능력 차이가 아니다. ‘생물학적 계급’의 분화에 가깝다. 한쪽은 기술을 타고 ‘증강된 인간’으로 진화한다. 다른 한쪽은 기술에 의존해 ‘축소된 인간’으로 퇴보한다. 과거의 불평등이 ‘자본의 소유’에서 왔다면, 미래의 불평등은 ‘사고의 방기(放棄)’에서 온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마주할 진짜 위기, 스스로 불러온 ‘지능 격차(Intelligence Divide)’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