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초보 관리자'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새 선배가 되어 있고, 까마득한 후배가 농담을 던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는 직장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상황. 선배가 되었다는 의미는 조직에서 잘 살아남았다는 의미도 되지만, 그만큼 책임질 일이 많아졌다는 의미도 됩니다. '책임'이라... 참 무거운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 혼자 책임지기도 버거운 세상인데, 직장에서는 조직과 후배들을 책임져야 하고, 집에 가서는 가족을 책임저야 하죠. 눈을 뜨고 살아가는 동안 이 '책임'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합니다.
사회에 첫발을 들인 후 처음 선배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뒤를 이어 대리, 과장, 팀장, 본부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면서 스스로 '이 직책에 올라야겠다!'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저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배가 되고 팀장이 되고, 밑으로 후배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워가더군요. (솔직히 '밑에 있다'라는 표현은 좀 거슬립니다. 다만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계속 사용합니다.)
대기업에서는 직급이 오를 때마다 그 직급에 맞는 역량, 권한, 책임 등을 알려주는 교육이 있다고 하는데, 작은 기업을 전전하는 저와 같은 직장인에게 그런 직책 교육은 사치나 다름없습니다. 오늘 당장 팀장이 되었다고 해서 달라진 권한을 느낄 새도 없이 눈 앞에 닥친 실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느 조직이나 그렇겠지만, 작은 기업에서 관리자가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 하던 업무는 계속해야 하며,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과 사안의 결정,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직책이 오르는 것을 거부하는 게 당연하기도 합니다. (언젠가 '내가 본부장이 되겠다 스스로 제안한 이유'라는 주제로 한 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관리자'의 자리에서 버텨낸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밑에는 초보 관리자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들을 가만히 보면 가장 힘들어하는 건 하나입니다.
'내가 어디까지 결정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렵습니다. 갑자기 팀장이라는 역할을 맡게 된 것도, 팀원 두어 명을 밑에 두고 이끌어 가야 하는데 스스로의 비전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 내 업무도 처리하기 바쁜 하루인데, 팀원의 업무도 봐줘야 한다는 책임감에 하나 둘 살펴보려 하지만, 일에 치어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과연 내가 팀장으로 적합한가?'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줍니다. 하지만 '사람이 가장 느끼는 가장 크고 무거운 문제는 바로 내 눈 앞의 문제'라는 말이 있듯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문제가 가장 무겁기만 합니다. 지금은 팀장,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부분이 되겠네요.
이럴 때는 가장 우선적으로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건 그 무엇보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를 결정해주는 것'입니다. 뭔가 거창한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팀원의 작은 업무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선택과 집중 그리고 우선순위를 정해주는 역할부터 시작한다면 팀장, 관리자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춰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사실, 작은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일당백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다재다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스스로 했기에 팀 안에서 협업하고 조율하는 역량은 부족하다는 의미도 됩니다. 이럴 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그냥 내가 하지'입니다. 나 조차도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는데, 팀원에게 하나하나 알려주며 하다 시간만 축내기보다는 내가 바로 처리하는 게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럴 땐 조금 여유를 가지고, 클라이언트에게 욕먹을 각오도 하면서 팀원을 다독여주는 게 필요하긴 합니다.
팀원에게 뭘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면,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확인하고 과연 이렇게까지 집중할 이슈인지 판단해주세요. 그리고 꼭 목 메어야 할 것도 아닌데 끝까지 붙잡고 있다면 과감히 힘을 빼라고 이야기해주는 팀장, 관리자, 선배가 먼저 되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안그래도 더운 여름, 본인도 지치고 후배도 지치는 상황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