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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무개 Apr 16. 2023

40대의 멍때리기…회복의 시간

비워낸 덕분에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작년… 즘부터 시작한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이걸 습관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느꼈을 때 ‘이걸’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살아남기 힘들겠다는 위기감에 휩싸여있을 때.


생각이든, 불안이든, 너무나 가득해서 터질 것 같은 순간, 마음이 아니라, 머리가 아니라 몸이 이끄는 대로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에 앉았습니다.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오직 나만의 공간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을 행하기 위한 공간, 그래서 움직이는 것조차 하지 않기 위해 겨우 움직여 찾아낸 ‘이곳’에서 멍때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너무 가득 차 있으면 비워내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가만히 앉아 하늘을 건물을 나무를 그리고 발 밑의 작은 새싹을 바라보면서 비워내고 비워내려 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엇을 비워야 할지 알지 못해, 처음에는 오히려 이 시간이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주 조금씩, 바늘로 단단한 바위를 긁어내듯 생각을 비워내면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는 생각이 자리를 잡습니다. 너무나 작은 존재감이지만 덕분에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비워내니 그 비워진 공간이 시간이 오히려 살아가는 힘이 되었습니다. 생존을 위해 몸이 찾아낸, 만들어 낸 습관이었습니다.


도망가는 것, 회피하는 것을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상은 억지로 용기와 도전을 강요합니다. 그게

성공의 필수조건이라 주입합니다. 도망, 회피 모두 삶의 한 방법입니다. 도망쳐서 내가 살 수 있다면, 회피하는 게 나를 그나마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만든다면 저는 도망과 회피를 선택하겠습니다.


저의 취미, 습관, 생존의 한 방법으로 자리 잡은 멍때리기를 도망과 회피의 수단이라고 해도, 덕분에 여유를 즐기지는 못하지만 여유를 가지려고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겐 멍때리기가 그런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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