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주 잉크 에디터의 눈에 확! 들어온 콘텐츠를 선정해 소개하는 잉크픽! 이번 주에는 기획재정부 쇼츠영상을 소개합니다. 짧은 영상이지만 조회수도 높고 댓글 반응도 괜찮은 편이라 유독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이 콘텐츠를 통해 '부장님' 트렌드도 한 번 짚어봤습니다.
한 동안 직장인들을 사로잡은 키워드가 있었으니 바로 '꼰대'입니다. 꼰대는 정작 자신이 꼰대라는 걸 모른다는 등, 꼰대총량의법칙이 있다는 등... 지금도 꼰대의 영향력은 계속되고 있어, 직장은 물론 사회 어느 곳에서도 꼰대라는 말이 튀어 나오고 있는 중이죠.
직장에서 꼰대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부장님'입니다. 과장님도 있고, 차장님도 있고 심지어는 사장님도 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꼰대 이미지는 '부장님'이 압도적으로 우세합니다. 참 희한하죠. 우리의 머리 속에 떠올리는 부장님의 모습은 '라떼'를 언제나 시전하며, 신입사원 등 부하직원에게 일장 연설을 하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러한 부장님이 하나의 '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영상이 있었습니다.
바로 기획재정부의 <부장님..! 보조금으로 회식하심 안 돼요!> 영상입니다.
영상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1LHkiPQQGLc
물론 기획재정부에서 해당 영상에 대해 광고를 진행한 영향도 있겠지만, 좋아요 분석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B급 감성을 잔뜩 담은 '어설픈 상황극 트렌드'를 반영해 영상을 제작한 것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물론 제작에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그 이상으로 영상 퀄리티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준, 즉 허들은 높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영상이 '핑계고'라고 할 수 있겠네요.(다만, 유재석이라는 요인은 제외하고요. ^^;) 기획재정부의 부장님 쇼츠영상 역시 퀄리티를 강조하기 보다는 어설픈 퀄리티를 통해 관심을 유도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퀄리티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이 낮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부장님'에 대한 관심은 꽤 높은 편입니다. 유튜브에서 '부장님'을 검색하면 생각보다 꼰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제목의 영상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꼰대를 대표하는 부장님과 회식자리를 연결한 영상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을 보면, 확실히 직장인은 물론 일반 이용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소재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동일한 주제로 동시에 게재된 영상은 두 건입니다. 두 영상 모두 보조금 유용을 주제로 하지만, 하나는 부장님을 대상으로 했다면, 다른 하나는 사장님을 대상으로 한 영상이라는 점이 차이인데요. 조회수를 보면 (광고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사장님 보다 부장님 영상의 조회수가 월등히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장님의 모습이 유난히 두드러진 썸네일 효과도 무시할 수 없겠고, 제목에서도 부장님과 회식을 연결한 것도 조회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위 검색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렇게 부장님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을 보면 '사장님 보다 부장님이 유튜브에서는 더 많은 조회를 이끌어 낸다'라고 잠정적 결론을 내릴 수 있을텐데요.
구글 트렌드를 보면 결과는 사뭇 다릅니다.
부장님과 함께 직장인, 사장님, 신입사원 등 네 개 키워드의 검색량 추이를 살펴보면, 가장 높은 검색량은 직장인입니다. 두 번째로는 사장님이고, 신입사원과 부장님이 막상막하 검색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3년 말에 부장님이 신입사원을 잠깐 앞선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부장님이 네 개 키워드 중에서 제일 낮은 검색량을 보여주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왜 기획재정부의 부장님 쇼츠영상 조회수가 이렇게 놓게 나타나고, 부장님을 소재로 한 다른 영상도 이렇게 많은 것일까요? 어찌보면 '부장님과의 회식'이 이용자들에게 너무나 공감되는 상황이고, 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부장님', '꼰대'는 꽤 오래된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부장님' 콘텐츠가 유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소재라고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장님을 '새로운 밈'이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잉크픽 제목에서 '밈'이라고 제목을 붙인 이유는, 기획재정부의 이번 부장님 쇼츠영상에서 나름의 몇 가지 가능성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도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소재를 반영한 영상들이 공공기관 채널에 다수 게재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영상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걸 잉크닷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공공기관 채널에 게재되는 콘텐츠에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책정보에서 재미를 바라는 게 다소 무리일 수도 있겠고, 과도하게 트렌드를 반영하여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정작 정책 정보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획재정부의 부장님과 회식 쇼츠 영상은 이러한 선을 적당히 유지한 모습입니다. 정책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고 이를 위해 부장님 소재를 적용해 우선순위를 잃지 않다는 것이 에디터에게는 매우 유의미한 지점으로 보였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공무원이 직접 등장한 영상이 꽤 많지만, 어설픈 연기를 보여주는 영상은 신선함 보다 정보 전달의 어색함만 증가시킬 수 있기에 목적에 맞는 연기자를 섭외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충주맨 이후 제 2의 충주맨이 되기 위해 공공기관 유튜브 채널에서 입질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부장님'은 공공기관 유튜브 채널에서만큼은 '밈'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를 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