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라진 족발을 찾아서
최근 경험한 친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얼마 전 겪은 '배민실수'이다.
배달음식 전문 앱인 '배달의 민족' 실수가 어떻게 친절할 수 있었을까?
누군가에게 무심코 베푸는 친절이야 말로 돈 한 푼 안 드는 최고의 가성비 선물이며, 우리는 그 작은 선물로 인해 하루의 기분을 결정짓는데 주저함이 없다.
또한 친절은 생각보다 힘이 세서 주변에 금세 전염되고 기어코 또 다른 타인에게 가 닿는다. 그날 저녁은 그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날이었다.
하루 종일 바빴던 나는 오랜만에 배달음식의 꽃인 '족발'로 저녁을 때울 작정이었다. 그렇게 배달음식 전문 어플인 '배민'을 통해 평소 즐겨찾기 해놨던 족발집에 주문을 넣었다. 꼬들꼬들한 족발에 새콤달콤한 메밀막국수를 우리 가족은 오매불방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약속된 배달시간인 한 시간이 지나도 기다리던 초인종은 울리지 않았고, 약속시간보다 삼십 분은 족히 더 지나가고 있었다.
'뭔가 내 족발에 큰 변고가 생긴 것이다.'
배달의 민족 어플을 켜고 확인해 보니 어찌 된 일인지 내가 시킨 족발은 이미 '배달 완료' 상태였다. <'혹시 내가 벨소리를 못 들었나?'> 문을 열고 현관문밖을 구석구석 살펴도 어디에도 족발의 흔적은 없었다. <'혹시 위층이나 아래층으로 잘못 배달되었나?'> 다급한 마음에 위층 아래층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이때부턴 슬슬 내 너그러움도 한계에 다다랐다.
'도대체 나의 족발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어플 속 '배달완료'라는 메시지를 믿기지 않다는 듯 눈을 비비며 보고 있자니 한 시간 반의 기다림이 너무도 허탈해 울고만 싶었다.
'결심했다! 고객센터에 전화해 내 이 억울한 감정을 확실히 전달해야겠다.'
화를 내기로 결심한 그 순간 아파트 월패드에 모르는 동 호수로부터의 콜이 들어왔다.
혹시 잃어버린 족발의 단서일까 싶어 나는 제비처럼 날아서 황급히 인터폰에 응답했다.
"여보세요?"
"저 ~ 혹시 배달시키셨나요? 저희 집으로 잘못 온 것 같아서요. 제가 강아지랑 산책 나가려고 문을 열어보니 000동 0000호라고 적힌 배달이 저희 집 앞에 있더라고요. 괜찮으시면 제가 산책 겸 그쪽으로 가져다 드릴까요?"
너무도 다정하고 안정적인 톤의 신뢰 가는 음성의 여성분이었다.
그에 반해 나의 음성은 너무도 배도 고프고 다급해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날것의 상태였다.
"아. 배달이 잘못 갔나 봐요. 저희도 한 시간 반정도 기다리다가 고객센터에 전화를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다행이네요. 1층으로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가 금방 가지러 갈게요."
사실 전화주신 동과 내가 있는 동은 끝과 끝이었다. 우리 아파트는 세대수가 많아서 내가 사는 동까지 오시려면 족히 10분은 걸어야 하는 거리이다. 인터폰 속 '천사이웃'도 이 사정을 모르지 않으실 텐데 이렇게 까지 마음을 써주신 것이다. 게다가 족발세트에 함께 주문한 병맥주까지 생각하면 그 무게는 상당했다.
'배민아저씨는 어쩌다 비슷한 위치도 아닌 이렇게나 먼 곳에 배달실수를 하신 걸까?'
"제가 산책 가는 길에 가져다 드려도 괜찮은데요"
'천사이웃'은 다시 한번 마음을 쓴다. 거듭되는 친절! 이 부분에서 나는 정신을 잃었다.
"아니에요. 연락 주신 것만도 감사해요. 제가 자전거 타고 금방 달려갈게요. 계신 곳 1층에서 뵈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신기하게도 '천사이웃'이 베푼 거듭된 친절뒤에 내게 올라오던 짜증은 흔적 없이 녹아내렸다. 오히려 '천사이웃'에 대한 호기심이 일고 마음의 온도가 순식간에 5도는 올라간 것 같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돈을 준다면 모를까 공짜로는 기대하기 힘든 고품질의 친절을 선물 받곤 나는 마치 호강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분을 뵙고 족발을 자전거에 싣고 오는 길이 솔직히 조금은 귀찮았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이런 귀한 친절이라면 나의 고생은 충분히 가치 있다는데 나는 저항없이 동의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우리 가족은 잃어버렸다 만나 몇 배로 더 반가운 족발에 연신 입을 맞추며 '천사이웃'에 대한 미담으로 웃음꽃을 피웠다.
'배민아저씨는 아마도 본인이 엄청난 실수를 하신걸 꿈에도 모르시겠지?'
만약 조금만 더 빨리 컴플레인 전화를 했더라면 배민아저씨도, 나도, 족발집 사장님도 기분 나쁜 상황이 되었을게 뻔한데, 천사이웃이 지켜낸 평화를 나는 이렇게 비유하고 싶다.
천사이웃은 그날 UN군처럼 나와, 배민아저씨, 족발집 사장님 우리 세명 모두의 평화를 지켰다. 내 생각에 그날 이것은 인류의 평화를 지킨 것 이상으로 큰 의미였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으면서도 막상 그 상황이 되면 누구나 할 순 없는 생각보다 힘이 센 '친절'! 바로 그 '친절의 힘'을 오롯이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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