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어떻게 데이터가 될까

대동여지도에서 포켓몬 GO까지, 행동으로 만들어지는 지도

by 박병훈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동여지도 22첩 전체를 고화질 데이터로 인쇄하여 전시한다고 해서 다녀왔다.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관람객도 많았고, 굿즈샵도 활기를 띠고 있었다.


가로 3.8m, 세로 6.7m. 아파트 3층 높이에 달하는 웅장한 크기의 대동여지도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조선시대에 이 거대한 한반도 지도를 어떻게 구현했을까였다. 놀라움과 함께, 당시 지도 데이터(?) 수집 방식도 궁금해졌다.



대동여지도는 측정의 결과라기보다 편집의 결과에 가깝다고 한다. 고산자 김정호는 기존 지도와 지리지를 모아 이동에 필요한 정보만 남기고 가감했다. 산은 산맥의 흐름으로, 도로는 점과 선으로 단순화했고, 복잡한 정보는 기호로 정리했다. 지금까지도 실제와 가장 유사한 지도 중 하나로 평가받지만, 그 본질은 현실을 그대로 옮기는 것과 동시에 목적에 맞게 재구성하는 데 있다.




지도는 언제나 편집의 결과였다. 다만 지금의 지도는 그 편집이 일어나는 위치가 달라졌다. 대동여지도가 만들어지던 당시에도, 그 이전에 제작된 지도를 기반으로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 선택했다. 수집 이후에 편집이 이루어지는 구조였다.


지금은 이 순서가 바뀌고 있다. 어떤 지도를 만들 것인지 먼저 정의하고, 그 목적에 맞는 데이터가 생성되도록 설계한다.


ⓒUnsplash


최근 기사에서 Pokemon GO 제작사 나이언틱이 게임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자율주행에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접했다.


게임 속 사람들은 도시를 걷고, 공간을 스캔하고, 특정 장소에 반복적으로 머문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이미지와 스캔 데이터는 300억 장이 넘는 공간 데이터로 축적되었고, 이는 단순한 게임 데이터를 넘어 기존 지도 제작 방식이 갖기 어려운 데이터를 쌓게 되었다.


나이언틱은 이 데이터를 배송 로봇 같은 실제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용자가 게임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축적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지도로 진화했다.


ⒸDoorDash


미국의 배달 플랫폼 DoorDash의 태스크​ 모델은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공간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이 서비스에 필요한 것은 도시의 전체 모습이 아니라, 실제 배달이 가능한 경로와 건물 입구, 그리고 실제 소요 시간이었다.


DoorDash는 이를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기보다,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용자 행동을 설계했다. 태스크는 배달원이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며 실제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음식 사진을 찍어 메뉴를 업데이트하거나, 건물 입구를 촬영해 실제 진입 경로를 파악하고, 매장의 상품 진열 상태를 기록하는 작업들 같이 말이다. 단순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AI와 로봇이 실제 공간을 이해하기 위한 학습 데이터로 사용된다.




과거의 지도는 현실을 얼마나 잘 옮기느냐의 문제였다면, 지금의 질문은 다르다. 지도로 어떤 경험을 만들 것인가. 그 경험을 위해 사용자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가. 그리고 그 행동에서 어떤 데이터가 생성되는가.


질문의 출발점이 현실이 아니라 목적이 되었다. 목적이 행동을 설계하고, 행동이 데이터를 만든다. 이렇게 보면 데이터 수집은 더 이상 중립적인 과정이 아니다. 어떤 지도를 만들지 결정하는 순간, 어떤 데이터가 존재하게 될지도 함께 결정된다. 우리는 지도를 보는 동시에, 지도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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