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최고의 카피
많은 사람이 철도 최고의 카피로 “당신을 보내세요. 코레일”을 꼽는다. 2006년 KTX가 개통하고 자리를 잡아갈 때 대규모 홍보를 진행했다. “항공기보다 빠르고, 자동차보다 편하다”는 콘셉트였다. 신문, 방송, 잡지를 비롯해 역 전광판과 열차 내 영상장치에도 카피와 포스터, 홍보영상 등을 보여주기로 했다.
국내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TV 광고도 제작했다. 30여 초 분량 광고에 도시 직장인이 등장한다.
<광고 영상>
바쁘게 일하며,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중간중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누군가를 찾아뵙지 못하는 이유를 말한다. 순간순간 KTX가 질주한다. 끝으로 “당신을 보내세요”라는 목소리와 자막이 등장한다. 반기는 부모의 환한 미소로 마무리한다.
<광고 내레이션(Na)과 자막>
남자1 : 회사 일이 바빠서요 이번에도 못 갈 것 같아요.
여자 : 생신 축하드려요. 아참, 선물 보내드렸는데 받으셨어요?
남자2 : 응 여보 나 다음 달쯤 내려갈게
Na(성우) : 목소리를 보내세요? 선물을 보내신다고요?
Na(성우) : 당신을 보내세요.
Na(성우) : 그분께 가는 일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자막 : 그리운 마음이 시속 300km로 달려갑니다.]
Na(성우) :지금 그분께 당신을 보내세요
[자막 : 당신을 보내세요]
[자막 : 대한민국의 내일로 가는 길]
Na(성우) : 케이티엑스
광고라기보다는 가족을 찾아뵙자는 캠페인과 같았다. 시속 300km로 대한민국 산하를 누비는 KTX의 속도 혁명을 강조할 것이라는 일반 시각과 달리 광고는 감성적이었다. 사람이 전면에 등장하며 결국 KTX의 종착역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제 KTX로 직접 찾아뵈면 된다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당신을 보내세요”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첫 운행에 들어간 KTX는 장면 전환으로 등장했다. ‘당신’이 주인공이었다. 누구나 겪었을 생활 속 적적함, 그리움에 공감하게 만들고 KTX로 그 감정을 해소했다. 한 번쯤 들어봤고, 기억하는 광고로 남았다. 여러 광고상을 받은 수작으로 뽑힌다.
“KTX 탈걸”이라는 재기 발랄한 카피도 있었다. 2012년 가수 에일리와 코미디언 신보라가 등장하는 광고였다. 열차에서 신나게 춤추며 편안하게 여행을 즐기는 신보라와 승용차로 막히는 도로 위에서 답답해하는 에일리가 비교되는 영상이 나온다. 에일리의 “나도 KTX 탈걸”로 끝을 맺었다.
해당 카피는 2011년 야립광고로도 설치되었다. 야립광고는 고속도로를 지날 때 기둥 위에 설치된 대형 광고판이다. 주로 차량 통행이 많고, 정체가 잦은 곳에 설치된다. 주목도가 높고 시선을 잡아끈다.
도로와 철길이 나란한 곳에 위치한 광고판을 찾았다. 대전광역시 신탄진동에 적당한 장소가 낙점됐다. 막힘없이 제시간에 운행하는 철도의 장점을 차량과 비교해 부각하려 했다.
SNS나 블로그 등에 화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생각만큼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당시 화제를 모으던 주변 환경을 이용하는 엠비언트 광고(Ambient advertising)라고 하기에는 강렬한 인상이 부족했다. 온라인으로 확산되지 못한 영향도 있다. 광고를 목격해도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면서 촬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직접 본 사람만 재밌어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그에 앞선 2009년도에는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는 파격적인 광고도 선보였다. B급 감성 가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노라조’를 모델로 섭외하고 대표곡인 ‘슈퍼맨’을 개사해 “기차를 타는 것이 녹색생활”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영상은 2인조 노라조의 조빈과 이혁이 열차 이용객, 승무원과 함께 KTX 차내에서 춤추면서 노래하는 장면이 전부이다.
< 개사한 노래 >
“(조빈) 아들아 지구를 부탁하노라. (이혁) 아버지! 그래서 기차 탑니다. (다같이) 기차는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돌아라 지구 열두 바퀴. (멘트) 기차를 타세요. 녹색생활이 시작됩니다.”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가볍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그해 경제지에서 광고대상 TV부문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