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같은 이야기, 결국 반론보도

대변 실수한 장애인, 강제 하차 논란

by 문좀열어주세요

새벽 첫차가 모두 일터행이진 않다. 여행객도 있다. 미니 냉장고만한 캐리어를 끌고 인천행 공항철도에 오르

는 사람이 있다. 남녀는 춘천행 기차를 끊었다. 해외여행은 번거로웠다.


여자는 전동휠체어를 탄다. 미니 냉장고보다 컸다. 인천지하철을 타고 용산까지 46분. 갈아타야 한다. 비장애인 지하철앱에서 그렇다. 장애인 전용앱에서는 턱이 없고, 경사로가 있는, 넓은 길로 안내한다. 엘리베이터를 다섯 번 타면 1시간도 훌쩍 넘는다. 5시 52분 열차도 빠듯하다.


출퇴근 시간 사람을 피하려 남녀는 서둘렀다. 장애인은 국내 인구 5% 정도다. 20명 중 한 명인데 지하철에서 그만큼 보이지 않는다. 붐비는 때를 피해 우리처럼 새벽에 이동하나? 남자는 잠깐 생각했다.


인천지하철은 첫차도 늦다. 부평역까지 걸어가서 1호선으로 한 번에 가기로 했다. 4시부터 준비해 1시간 40분 만에 용산역에 도착했다. 용산에서 춘천까지 1시간 15분 걸린다. 용산까지가 25분 더 걸렸다. IMF가 터지기 전쯤 친구들은 무궁화호로 춘천 MT를 갔다. 당시 남자는 가지 못했다. 지금보다 장애인이 더 불편할 때였다.


여자는 어려서부터 몸이 불편했다. 다리를 높이 올릴 수 없다. 휠체어 없이는 손잡이로 난간을 잡아야 걸을 수 있다. 뒷꿈치는 떨어져도 앞꿈치는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앞꿈치만 붙이고 무릎을 앞으로 밀면서 끌 듯 걸어야 했다. 올해 4월 남자를 만났다. 장애인 재활단체에서 제일 건강한 사내였다. 태권도 3단에 대한장애인체육단체 뭐시기 이사라고 했다.


ITX-청춘은 2층 열차다. 2012년 운행할 때 시립아동보호소 출신 장애인 전문 기자와 함께 시승했다. 8칸 중에서 2층은 2칸인데 장애인은 나머지 6칸에 타야 했다. 올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6칸 중에 한 칸으로 열차표를 끊었다.


여자와 남자는 열차 출발 8분 전에 도착했다. 열차 출입문을 전동휠체어로 지나치자 2층 계단이 보였다. 여자는 가보자 했다. 남자는 2층 열차라고 말하지 않았다. ‘미리 말했으면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을까?’ 짧은 동선을 위해 후진으로 전동휠체어를 움직여 간이석 옆에 세우고 여자는 힘겹게 일어섰다.


2층 계단은 6개에 불과했다. 첫 번째 계단은 젓가락 높이였다. 여자 옆구리에 팔을 끼고 남자가 부축했다. 여자 두 발이 모두 계단에 올라섰다. 이제 한 칸, 다섯 칸 남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계단은 높이가 서로 달랐다. 두 번째 칸부터는 국자 높이였다.


세 칸까지 힘겹게 오르고 네 칸에 발을 딛는 순간 기저귀에 변이 흘렀다. 고작 젓가락 한 개, 국자 두 개도 넘지 못해 분통 터졌다. 힘을 쓰다 실례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억울하진 않았다. 끝내 2층을 보지 못했다.


남자는 여자를 열차에서 내려 화장실에서 씻기려 했다. 어차피 이 열차는 탈 수가 없었다. 도움을 청하려는데, 흐릿하게 뛰어오는 승무원을 봤다. 손짓으로 비키라고 하는지 “뭐라고 뭐라고” 말하는데 들을 수 없었다. 바닥에서 퍼지는 대변 냄새가 열차에 퍼졌다. 나만 맡는 건지 남들도 맡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승무원은 남자에게 “보호자냐?”며 “춘천까지 가실 수 있겠냐?”고 물었다. “이 열차로는 못 가니, 옷을 갈아입히고, 다음 열차로 바꿔 주겠다”고 했다.


보호자가 아니라 친구였고, 춘천까지 갈 수 있었다. 애초 다음 열차로 가려고 했는데 그쪽에서 먼저 말하니 부하가 치밀었다. 냄새가 더 퍼졌다. 분주한 소리도 들렸다. 흐릿하게 제복 차림 역무원 2명이 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았다. 여자는 가방을 뒤져 기저귀 여분을 꺼냈다.


사람이 더 많아지기 전에 화장실을 찾았다. 열차에서 내렸다. 전동휠체어에 휴지를 깔고 앉았다. 맞이방 2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오늘만 여섯 번째다. 2층에서 남자 화장실로 갈지 여자 화장실로 갈지 잠시 고민하다 아무 곳이나 들었다. ‘어차피 잘 보지도 못하는데...’ 남자는 2급 시각장애인이었다.


남녀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픽션이다. 처음 기자에게 전화를 받고 ‘단편소설’ 같다고 생각했다. 떠오른 장면에 살을 붙였다. 차분하게 사실을 확인했으면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


2024년 8월 27일 온라인 매체에서 “똥 쌌잖아”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코레일 승무원이 장애승객에게 수치심을 주는 말을 하고 강제하차시켰다는 내용이다. 상식적으로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최초 보도한 보도전문채널 뉴스는 다른 제목이었다. 배변 실수 장애인, “열차 승무원 반응에 수치심”이었다. “똥 쌌잖아”가 제목으로 올라가는 순간 코레일은 오물을 뒤집어썼다.


사건이 발생한 건 2024년 8월 22일 목요일 새벽이었다.

YTN 보도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A씨와 지적장애인 B씨는 부모님과 함께 가족 여행을 떠났다. 새벽 6시경 서울 용산역에서 강원도 춘천으로 향하는 ITX-청춘 열차에 올랐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B씨가 실수로 기저귀에 변을 본다. 승무원 안내로 열차에서 하차하고 열차표를 새로 받아 다음 열차에 탑승했다.


문제로 지적한 건 승무원 반응이었다. 당황한 B씨에게 “똥 쌌잖아”라며 하차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B씨는 “난감했는데,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대놓고 그렇게 말해” 수치심을 느꼈다고 인터뷰했다. 함께 있던 A씨 역시 “변이 흐른 걸 보더니 ‘변이 흘렀네요’도 아니고 말 그대로 ‘똥 쌌잖아’라고 했다”며 “승객이 실수를 했을 때 직원들이 덮어주고 나중에 본인들끼리 조용히 이야기를 나눠도 될 일 아니냐”라는 주장했다.


이들은 코레일에 민원을 제기하고 인권위에도 진정을 접수했다.


코레일 입장도 실었다. 이용객 본인과 다른 승객들을 위해 하차할 수 있게 안내하고, 다음 열차를 타도록 한 것은 원칙에 따른 일이라며 “승무원 반응은 양측의 상반되는 주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객이 불편을 겪은 것으로 판단해 서비스 업무 특성상 해당 승무원을 업무에서 배제했다”며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찾아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드리고,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제보를 바탕으로 심층 보도하는 뉴스였다. 당사자가 직접 제보했다. 담당 기자는 바로 취재에 들어갔으나 제보자는 춘천 여행을 마치고 추후 인터뷰하기로 한다. 그 사이 사실확인과 코레일 입장을 묻기 위해 기자가 연락해왔다.


용산역에 먼저 확인했다. 그날 새벽 근무했던 역무원과 담당 팀장이 상황을 알려줬다. “승무원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는데, 몸이 불편한 분들이 열차 안에서 실례를 했고, 그 상태로는 열차를 탈 수가 없어서 화장실로 안내해 씻고 다음 열차를 탈 수 있도록 안내했다.”는 설명이었다.


문제가 된 ‘하차 조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수치심을 준 말’은 확인할 수 없었다. 장애인 분들이 하지도 않은 말을 했을 리도 없었을 터였다. 승무원은 극구 부인하니 난감할 따름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대처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피해를 입은 분들이 있기에 먼저 사과하게 된다.


선입견도 있었다. 승무원이 이전에 몇 차례 불친절 민원을 받았고 논란도 있었다. 그 연장선에서 이용객에게 폐를 끼쳤다고 짐작했다.


조사하면서 현장을 정리했던 사람들 의견을 들어보면 문제 발언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다. 열차 안과 타는 곳 CCTV에도 정확한 장면이 찍히지 않았다. 첫 차라서 열차 내 다른 이용객도 적었다. 발매 기록을 보니 1칸에 5명도 채 타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줄 상황은 아니었다.


취재 기자는 코레일 입장을 충분히 들어줬다. 애초에 문의할 때도 문제의 발언은 없었다. 문의 사항은 간단했다.


평소 요실금이 있어 기저귀를 차고 있던 아내가 열차 출발 전에 실수로 ‘용변’을 봤는데, 승객 모두 듣게 큰 소리로 “실수하셨잖아요. 내리세요.”라고 말해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장애인 부부’에게 화를 냈다는 주장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인터뷰는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에 진행되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카메라 앞에 섰다. “똥 쌌잖아”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고 방송에도 그대로 보도되었다.


뉴스가 나온 이후 승무원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그해 11월 7일 제소 결과가 나왔다. 반론보도를 하라고 중재했고 언론사에서는 즉시 반론보도를 올렸다. 승무원은 뉴스를 인용한 다른 온라인 매체에도 연락해 기사를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언론사에서도 요구를 받아들여 기사를 지우거나 수정했다.


“해당 승무원은 배변 실수를 한 장애인에게 '똥 쌌잖아'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고 하차 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반론보도 내용이다.

ITX-청춘 열차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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