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탱볼 Nov 17. 2023

Ep.04 겨울에 피는 예술가도 있다

자유롭고 반항적인 화가부부, 로즈 와일리와 로즈 옥슬레이드



"겨울에 피는 꽃도 있다"

조급해하는 청춘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곤 합니다.


76세 최고령 신진 작가에서 86세에 스타가 된 작가.

하지만 작품에서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오늘은 할머니 화가로 잘 알려진 

로즈 와일리와 그의 남편 로즈 옥슬레이드의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겨울에 피어난 화가

로즈 와일리 Rose Wylie (1934~)


1934년에 태어난 로즈 와일리는 미술대학에 다니다 21세의 나이로 결혼 후 세 명의 자녀가 성장할 때까지 20년의 작업 휴식기를 가졌다. 1979년 45세가 되던 해 영국왕립예술학교에 입학한 후에서야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지만 스스로는 항상 작가로 생각하며 살았다고 한다. 


47세에 미술 학위를 받은 후 꾸준히 작업을 이어왔고 78세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영국에서 가장 핫한 작가'중 한 명으로 소개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2013년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대중적인 사랑을 얻기 시작했으며 2014년에는 영국 현대회화작가에게 주는 상 중 가장 높이 평가되는 '존무어 페인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세계 3대 갤러리 중 하나인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전속 작가로 이름을 알려 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된 개인전으로 이름을 알렸다. 세계 최초 대규모 개인전으로 드로잉, 설치미술, 최신작까지 원화 150여 점이 세계 곳곳에 있는 컬렉터의 손에서 전달되었을 뿐만 아니라 테이트 모던 미술관 VIP룸에만 공개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전시 포스터 / Hullo, Hullo, Following-on After the News, 2017(Photo by Soon-Hak Kwon)







할머니 화가라는 특징으로 주목받았지만 그녀는 나이가 아닌 작품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I want to be known for my paintings not because i'm old
나는 나이보다 내 그림으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이는 W코리아와의 인터뷰에 잘 나타나있다.


W korea: 당신은 언젠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나이 든 사람들을 환영하는 쪽으로 기류가 바뀐 건 알지만, 그래도 나이가 아닌 작품으로서 알려지고 싶다.’ 당신의 작품을 논할 때면 반드시 함께 거론되는 당신의 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R: 항상 말했듯 작가에게 나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늘 나이가 아닌 작품으로 인정받고 기억되고 싶을 뿐이지. 물론 나처럼 늦은 나이에 인정받게 되면 성공과 실적의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건 사실이다(웃음). 그보다 원하는 대로 좀 더 마음 편히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달까? 그리고 나의 나이와 작업이 누군가에게, 특히나 늦게 작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면 굳이 이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지.
_2021년 W코리아와의 인터뷰 중(에디터 전여울)








처음 작품을 접하고 빠져들었을 때 그녀의 나이를 알고 깜짝 놀랐다. 누구보다 젊고 감각적이게 느껴지는 그림을 그린 작가가 할머니라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녀의 그림에서는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로즈 와일리와 그녀의 작업실




그녀의 작업실은 솔직히 말해 엉망진창이다 하지만 그 속에 자신만의 법칙이 담겨 있다. 

반대로 그녀는 '그림은 그림이다'라고 아주 단순 명쾌하게 말한다. 복잡한 의미나 미술양식을 찾아내기보다 그림 그 자체를 즐기라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Masion korea: 바닥에는 신문지가 가득하고 벽에는 물감 자국이 묻어 있다. 작업실이 갖춰야 할 요건이 있나?
R: 누군가는 나의 작업실을 보고 창작의 카오스라 한다. 나는 이곳을 자유로운 해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항상 물건을 잘 치우고 정리정돈을 잘하라고 교육받았다. 누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것은 나의 개인적인 반항이다. 물감 자국이 두껍게 묻은 채 굳어진 신문지 뭉치와 페인트 병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한 나의 작업실. 표현주의 회화나 콜라주처럼 보이지 않나. 이 정신없는 나의 스튜디오는 나의 기억 속 모든 표현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예술적 파라다이스가 분명하다. 이런 자유로움 때문일까, 내 그림은 유쾌하고 강렬하다.
_2020, 메종 코리아와의 인터뷰 중(에디터 원지은)




그녀는 남편과 함께 보는 축구,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등 사소한 일상에서 그림의 영감을 얻는다. 엉뚱한 대상들을 조합하기도 한다. TV에서 본 북한 소녀들과 야자수를 함께 담은 그림은 정치적인 의미는 전혀 없고, 그저 반복적이고 동일한 소녀들의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




Son, 2020 / Korean Children Singing, 2013 / Tottenham Colours, 4 Goals, 2020








다큐멘터리 로즈 앤 로이 Rose & Roy


로즈와 로이의 이야기를 담은 아돌프 도링 감독의 다큐멘터리 Rose & Roy.

이 다큐멘터리는 로즈가 영국 회화계의 오스카로 불리었던 존무어 회화상을 수상한 2014년,

영국 켄트에 있는 그들의 오두막에서 로즈와 로이의 2년간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로즈에게 중요한 전시였던 테이트 브리튼에서의 전시회(2013)와 영국 헤이스팅스의 저우드 갤러리에서의 곧 열리게 될 전시(2015)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부부와 그들의 두 자녀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로즈가 남성이 지배했던 예술 세계에서 여성이자 80세라는 늦은 나이로 명성을 얻으며 남편인 로이와(어머니, 아내, 예술가였던)의 관계의 변화를 조명하며 예술가로서의 그들의 여정과 서로에 대한 헌신과 사랑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로즈 앤 로이 스틸샷


⬇ 애플 tv와 구글 플레이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반항적인 예술가들의 예술가

화가 로이 옥슬레이드 Roy Oxlade (1929~2014)


1929년 영국 토트넘에서 태어난 로이 옥슬레이드는 영국의 화가이자 미술 교육자로 1957년 골드스미스 대학에 다닐 때 동료 학생이었던 로즈 와일리와 결혼했다. 대중들에게 비교적 생소한 예술가이지만 동료 예술가와 큐레이터, 그의 학생들에게 인정받는 '예술가들의 예술가'였다. 그는 영국과 외국에서 정기적으로 전시했다.


예술은 자연과 예술가의 일상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고 믿었던 그는 '나무, 집, 고양이, 사람, 사물'에서 영감을 얻어 주변의 평범한 물건을 신중하게 골라 틀에 짜지 않은 캔버스 천에 자유롭게 담아냈으며 항상 바흐와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작업했다. 


“예술의 예술성”을 혐오했던 그는 원시시대의 그림처럼 자유롭기를 바랐다. 현대 미술의 '부패'에 절망했고, '초월의 상상'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원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그림의 공유 언어'에 있다고 생각한 그는 칼럼과 자신의 에세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현대 미술을 비평해 왔으며 자신에게 해가 될 때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성인 예술 교육에 영향력 있는 교육자로 켄트주 시팅본에서 가르쳤던 여름학교들로 유명했는데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세련되게 여겨지는 기성 화법을 배우는 대신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찾아가도록 지도했다. 


그는 50년의 작가활동을 이어오다 2014년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예술의 첫 번째 반응은 오래된 신화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수세기 동안 예술은 지배적인 이념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구의 현재 문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의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은 예술 역시 근본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재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_로이옥슬레이드, 에세이 <There's an Iceberg Up Ahead> 



 Yellow lemon squeezer and coffee pot, 1987 / Black Brushes in a Pot with Two Chairs, c.2000




내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상상의 방과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할지는 제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저는 보통 캔버스와 오일 페인트, 크기와 재료를 선택합니다. 

처음에는 그 관계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관련된 미술사가 뒤섞인 직사각형이에요. 방을 비워두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을 것입니다. 
수동적인 – 하나의 색 영역 – 빈 캔버스. 그리고 완전히 추상적인 형태는 대화에 너무 많은 제약을 둡니다. 

그래서 저는 테이블, 화분, 색, 이젤, 램프, 낙서, 피규어, 얼굴 등 다른 것들을 넣었습니다. 온도를 조절하고, 창문을 열고, 창문을 닫고, 물건을 버리고, 조명을 바꾸죠."









제 꿈 중 하나는 바로 멋진 할머니가 되는 건데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그림의 주인공이 멋진 할머니라니!

지금 우리 주변에도 멋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2023년 로즈 와일리


2023년 4월 15일부터 10월 5일까지 경주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 C에서 <로즈 와일리: Hullo, AGAIN> 전이 개최됐다. 개관전인 이 전시에서는 대형 유화 작품 40점, 드로잉 작품 45점,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파인애플 조형물을 포함한 25점과 최신 연작 등 총 110점이 전시되었다.


전시 전경 ⓒ JARILAGER 갤러리 / 경북신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