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무서워했다. 학교를 가다가 작은 강아지라도 만나면 지각을 하더라도 다른 길로 돌아갔고, 너무 귀여워하는 동물 인형을 목욕시킬 때도 물에 젖자마자 소름이 돋아 동생에게 부탁했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면 어릴 때 엄마가 데려왔던 병아리가 다음 날 아침 죽어 납작해진 걸 보고야 말았고, 그다음에 데려온 병아리도 하루 만에 죽어 버렸다. 그 이후로는 병아리에 삐약 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돋고 무서웠다. 또, 할머니댁에 갔다가 집에 가려고 차를 타러 가는 그 짧은 순간 (옆 집에 키우던 개였는지 동네 개들인지는 몰라도) 3~4마리의 큰 개들이 나를 가운데 두고 빙빙 돌았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외할머니 댁에서 키우게 된 작은 강아지가 나를 특별히 좋아해 주면서 나도 조금씩 동물에 대한 무서움이 줄어든 것 같다.
동생은 고양이를 많이 좋아했고, 언제부턴가 나중에 혼자 살면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집은 아빠는 동물에 관심이 없고, 엄마는 예뻐하지만 키우는 건 반대했고, 나는 동물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키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도 고양이를 키워도 괜찮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준비가 필요했지만! 심적으로도 지식적으로도.
그래서 우리는 엄마를 설득하고, 고양이 키우는 것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도 어느 순간 갑자기 허락을 해주셨는데 그래도 좀 준비를 하고 고양이를 분양받으러 갔다(2017년 당시). 기쁜 마음으로 가정묘를 분양해 주는 유명한 곳에 찾아갔는데, 들어가고서는 무서워졌다.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작은 칸에 들어가 있는 고양이들이 울면서 데려가 달라고 말했다. 빨리 나가고 싶었지만 꼭 고양이를 데려가고 싶어서 살펴보다가 한 고양이가 맘에 쏙 들어왔다.
회색털에 귀여운 얼굴에 큰 눈을 하고 있었는데 얘는 꺼내달라 울지도 않고, 겁 많은 표정으로 나랑 눈을 맞추었다. 우리가 가진 예산이 부족했지만(이런 표현을 쓰는 것도 마음이 안 좋지만) 그 아이를 꼭 데려오고 싶어서 고민했더니 사장님이 양해를 해주셨고 분양을 확정 지었다. 원래는 주소로 며칠 뒤에 데려다주시지만 한 순간이라도 더 그곳에 두고 싶지 않아서 무리해서 집으로 데려왔다.
그게 벌써 2년이 좀 안된 일이 되었다 (2019)
요즘 들어 우리 집 고양이를 보면 참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못 하지만 어쩜 그리 의사표현을 잘하고, 냥아치 같은지... 그래도 없으면 어쩌겠나 싶었다. 나보다도 동생이 고양이를 너무 사랑한다.
그런데 오늘(2019년),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졌다. 책상에 앉아서 강의를 듣고 있는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 소리 같았지만 문을 잠갔기 때문에 앞집인가 보다 했는데, 그래도 우리 집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넘기고 하던 일을 하고 있는데 동생이 고양이를 찾았다. 평소에도 아무 데도 없다가도 집에서 잘 나와서 어디 있겠지 했는데 정말 아무 데도 없었다. 순간 아까 그 문소리가 생각났다. 헐레벌떡 문에 가봤더니 문이 열려있었다. 걔가 발로 문이 열리는 버튼을 누른 것이고 나가고 나서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다른 집이겠거니 생각했던 것이다.
동생이 급하게 나가서 고양이를 찾고, 나도 바로 나가서 찾았는데 집건물에는 없었다. 집 밖으로 나가서 찾는데 차는 왜 그리 많고 숨을 곳은 왜 그리 많은지... 심지어 집 앞에는 중랑천과 큰 도로까지 있었다. 못 찾을 거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생은 너무 심하게 울면서 찾고 있었고, 얘가 어떻게 이 밤을 지내고 살아갈까 하는 생각에 나는 울지 않고 계속 이름을 부르면서 찾아다녔다. 그런데 아무래도 찾기가 너무 힘들어 집으로 돌아갔는데 동생이 울면서 찾았다고 말했다. 이름을 부르니까 저기 위 층에 센서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짧은 순간이지만 어찌나 아찔하고 머리가 하얘지던지 얼마나 슬프던지. 가족을 이렇게 한순간에 알지도 못하고 잃어버린다면 어떡해야 하는지, 그동안 길거리에서 봤던 전단지, 좀 전에 마지막으로 무심하게 봤던 고양이의 얼굴, 남자친구의 강아지... 정말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정말이지 애완동물을 잃어버리는 일은, 아이나 가족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제 우리 집은 열쇠로 잠그는 잠금장치를 꼭 하고 잠잘 때 현관문으로 가기 전에 있는 미닫이 문을 꼭 닫아놓기로 했다.
무사히 돌아와 정말 다행이다.
2023
우리는 함께 잘지내고 있다 (2023)
다행히도 2023년 10월 현재까지 우리는 함께 잘 지내고 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어떤 강사(?)분이 20대면 반려동물을 기르지 말라고 말했다. 자신의 인생을 다질 중요한 시기에 반려동물 중심으로 살다가는 인생 전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요지였다. 나는 어느 정도 그 말에 동의한다. 나 역시도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병원비(의료보험이 안돼서 비용이 비쌌는데 기저질환이 생겨 자주 갔었다)등으로 사용했기에 몇백만 원 이상의 돈을 모으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너무 불안하기 때문에 가족이 모두 여행에 가는 것은 아주아주 힘든(아마도 불가능) 일이다. 실제로 생각보다 생활이 많이 변하기 때문에 나 역시도 앞으로 다른 반려 동물을 기르게 된다면 내 삶의 많은 영역이 안정된 이후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만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가치를 매길 수는 없을 것이다. 타인에게 상처받을 때, 몸이 지치고 힘들 때, 심지어 가족이 남보다 못할 때도 나에게 고양이는 제일 큰 위로가 되었다.
실제로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은 엄마도, 남자친구도 아닌 바로 나의 고양이이다. 나에게 큰 상처(작은 상처는 줄 수 있습니다. 다투고 싸우기도 합니다ㅎㅎ)를 주지 않고, 나를 사랑해 주고 필요로 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위로가 된다. 작은 몸집의 고양이가 그렇게 큰 위로가 되고, 듬직할 수 있다니! 동물들은 신이 주신 선물이다!
나의 고양이가 이제 6살이 되었다.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이 쿵하고 내려 않는다. 나는 매일 이렇게 말한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
모든 반려인들이 그렇겠지만 학교나 회사로 인해 외출해 있는 시간이 길다는 것은 매우 마음에 걸리는 일이다. 혹시나 동물들이 집에 혼자 오래 있어야 한다면 아직 반려동물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함께하는 동안에도 고민해야 할 문제는 몇 배로 많겠지만,
강사분의 말을 듣고 반려동물을 키움으로 생긴 제약들을 생각해 봐도 나는 나의 고양이와 함께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