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에서 일어난 일
호찌민에서 열리는 미팅에 참여하게 되었다.
텀 방학 중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짐을 싸고 일행과 함께 호찌민으로 출발.
하기 전에..
비자와 워크퍼밋 만료가 딱 방학 기간과 겹쳐, 인사 담당자에게 2월부터 독촉을 했건만, 끝끝내 나는 여권이 없이 여행을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인사과 과장은 문제없이 조치했으니 걱정 말라고 해서 반신반의하며 공항으로 갔다.
공항에서 1시간 정도 시간이 더 걸려 공안(경찰)의 안내?로 탑승할 수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나는 호찌민에 도착했고, 그 와중에 미팅도 하고 책 출간 계약까지 되어 정신이 반쯤 나간 2박을 보내고 드디어 하노이로 돌아오는 저녁 나는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이 되고야 말았다.
일행은 여권이 있으니 문제가 없지만 나는 인사과장이 준 도장이 찍힌 서류로 체크인을 시도했다. 인사 담당자의 안심하라는 말을 믿고 1시간 정도 기다렸다.
설마.. 설마.. 생각하면서..
마음속으로, ' 나 못 가기만 해 봐라! '라면서 벼르고 있었다.
이렇게 마음속에 주문을 외웠더니...
끝내 나만 못 가게 되었다.
하노이에 있는 공안은 호찌민에 영향을 줄 수 없었고 베트남 항공사는 여권 없이 발권이 불가능하다고..
일행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출발했다.
나는 공항에 3프로 남은 배터리의 핸드폰과 캐리어와 함께 덜렁 남겨졌다...
인사 담당자가 말하는 가능한 나의 하노이 귀가 옵션은.
1. 다낭으로 16시간 차를 타고 가서 다낭 공항을 이용해 돌아온다.
(이 옵션은 더 이상 믿을 수 없었다. 호찌민 공항에서 안 되는 탑승이 거기서 될 리가 만무하다.)
2. 호찌민에서 하노이로 기차를 타고 간다.
몇 시간? 36시간.
3. 여권이 나올 때까지 호찌민에 대기한다.
( 언제인지 모름. )
안 그래도 허리를 다쳐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혼자서 기차나 차를 타는 건 불가능.
울다 지쳐, 일단 핸드폰 충전할 곳을 찾다가 스타벅스( 아! 스타벅스는 사랑이다!)를 발견했다.
진짜, 신기하게도 마음이 조금은 안정이 됐다.
카페라테를 시키고 핸드폰을 충전 연결하고 교장, 인사과장 줄줄이 통화를 하면서 울다가 웃다가..
36시간 기차를 타고 가면 금요일 밤이 될 것이고.. 나는 책 쓰기 강의를 놓칠 수밖에 없다.
생각하자!
분명히 수가 있을 것이다!
나는 인사과장에게 일단 호텔을 예약해 달라고 하고 택시를 탔다.
무서운 택시 이야기는 다음에... 진짜 내장 털리는 줄 알았지만., 이미 정신이 털린 터라..
롯데 호텔에 오니 고향에 온 것처럼 안정이 됐다.
그 와중에 호텔은 왜 이리 좋은 것인지... 혼자 있기 너무도 아까운 애처로운 럭셔리.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반신욕을 하면서 30분간 멍 때리며 긴장했던 뇌에 휴식시간을 주었다.
그러고는 쓰러져 잤다.
다음 날 아침, 영사관 24시간 콜센터에 전화하여 사정을 이야기하고 영사 공문을 받아 공항으로 다시 출발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나도 잘 모른다. 그냥 무의식이 시키는 대로 했다.
가면서 불안한 마음이 계속 올라왔다. '진짜 못 가면 어떡하지? 16시간 차 타고 여행을 가야 하는 옵션만 있는 건가?'
그러다 갑자기 끌어당김의 법칙이 떠올랐다. 생각한 대로 되는 거야. 그래. 된다고 생각하자. 이미 된 것처럼 생각하자.
그러고는 나는 선포했다.
나는 오늘 하노이에서 아이들과 저녁을 먹을 거야!
모두들 나를 도와주고, 나는 비행기에 탑승할 거야!
그냥 믿었다. 그리고 하노이 집에 돌아와 5시에 강의를 듣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왠지 모르게, 갈 수 있을 거란 마음이 차올랐다. 영사님도 공문을 주면서 백 프로 확신할 수 없다고 하셨지만...
나는 그냥 믿었다.
어떻게 됐냐고? 나는 하노이 내 책상에서 글을 쓰고 있다. 장장 3번에 걸친 특별 검열과 기다림이 심장을 쫄깃하게 했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에 여유, 표정의 여유,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비행기를 혼자 못 타는 공황 장애 증상은 온데간데없고 비행기를 타려고 온 힘을 다했다.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 호찌민과 다낭 어디쯤 10시간째 차를 타고 있을 것이다.
내 삶에 정말 몇 번 안 되는 극적인 사건이 있었던 호찌민 출장.
책 출간 계약의 큰 기쁨과 공항 고아가 될 뻔한 큰 두려움이 한꺼번에 덮쳤다.
긍정적인 끌어당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유재석의 '말하는 대로' 노래를 들으며 나는 오늘도 글을 쓸 것이고 내일은 물리치료를 받으러 갈 것이다.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있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말을 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
감사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