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조카 돌잔치가 있어 금은방을 방문하게 되었다. 유일한 직원분은 전화로 응대 중이셨고, 나는 처음으로 대기 중인 손님이 되었다. 내 뒤로 손님은 계속 늘어났고, 직원분은 곧 전화를 끊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럴 경우 보통은 먼저 오신 고객이 누군지 파악 후 응대하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여러 명이 있어 당황하신 건지 우리 전체에게 무엇을 보러 오셨냐 질문을 던졌다. 내 뒤에 오신 한 어머님이 대답을 하며 응대를 받으셨다. 먼저 응대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화를 넘어서 궁금증이 일었다. 자신이 제일 먼저 온 것이 아닌데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새치기를 하지? 물론 같은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내가 듣기에 우선적으로 직원의 응대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이 분이 먼저 오셨으니 응대를 해달라고 얘기를 했을 것이다.
사실 이 한 장면만 놓고 본다면 나라는 인물이 사소한 것에 길길이 날뛰는 인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세세한 생각을 늘어놓을 수 있었던 건 이미 이와 같은 상황을 일하면서 수없이 겪었기 때문이다. 현재 매장에서 판매직으로 일하고 있는 나는 결제를 할 때 질서가 잘 지켜질 수 있게 신경을 정말 많이 쓴다. 많은 고객들을 차례차례 응대할 수 있게 말이다. 한 직원이 결제를 하고 있다가 고객이 너무 몰리면 다른 직원이 들어가 도와주는데, 이때 우리가 하는 말은 '먼저 오신 고객님,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이다. 사실 한 줄로 서있었기 때문에 우리도 빤히 누가 먼저 왔는지 파악이 된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맨 뒤에 있던 고객 혹은 바로 그 앞에 서있던 고객이 결제를 해달라고 다가온다. 참 이상하지 않은가? 이게 자주 일어난다는 것을 당연히 믿지 못할 수도 있다. 그들이 다수는 아니니까.
물론 이 모든 상황들 속 사람들이 대단히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잘한 행동은 결코 아니지 않은가. 사실 비슷한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화가 나는 것보다는 당황스러움이 가장 크다.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인 질서이기 때문에 이걸 꼬집는 것도 참 웃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새치기하는 사람도 그걸 알고 있을 텐데 실행에 옮긴다는 게 나에게는 기이해 보인다. 제발 기본은 지키고 살자고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