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기후변화를 자연보호만큼 쉽게 이해할 수 없을까?
연초에 만다라트의 8번째 세부 목표인 환경의 실천 항목 중 하나로 환경 분야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글로 써보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환경의 8가지 실천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아껴 쓰기
* 고쳐 쓰기
* 사용량 줄이기
* 더 많이 활용하기
* 중고로 팔기
* 버리지 말고 나눔 하기
* 휴일에도 대중교통 이용하기
* 환경에 관한 글 쓰고 공유하기
'글쓰기를 독려하는 두 권의 책'에 적은 것처럼, 일과 관련한 글을 꾸준히 쓰고 공유하면서 퍼스널 브랜딩을 만들어보자는 계획을 했지요.
그러다 보니 전문적으로 써야 한다는 생각에 주제는 거창해지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글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또 새로운 아이디어가 끼어들면서 초여름에 적어 놓은 글은 마무리하지 못하고 시간만 지났습니다.
짧게 자주 쓰고 몇 개 내용을 하나로 묶는 방법을 택했다면 좋았을 텐데,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글쓰기 습관도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2025년을 마무리하기 전에 전에 쓴 글을 고쳐서 올려봅니다.
글은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자연보호만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자연보호'를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겠지요.
유한킴벌리는 1984년부터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벌채를 해야 하는 기업이 앞장서서 나무를 심겠다고 선언하고 산림과 그 안에 사는 동식물을 보호하자는 자연보호의 메시지가 잘 담겨있는 캠페인입니다.
목표가 무엇이고 기업이 어떤 활동을 할 것이며 소비자가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기후변화는 자연보호에 비해 수많은 반대 의견과 전후 상황을 파악해야 비로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소가 뀌는 트림과 방귀라는 뉴스에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소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인지, 소를 키우지 말자는 것인지, 다른 고기는 괜찮은지 헷갈리지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가 만드는 과정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사실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전기차는 친환경이 아니라는 이야길까요? 과연 지금 타고 있는 경유차를 더 오래 사용하는 것이 맞을까요?
YTN "지구온난화 주범이 소 트림·방귀?"
https://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2306071144069366
전기차 온실가스 생산배출량, 내연 보다 높지만 전주기는 낮아
https://www.e-platform.net/news/articleView.html?idxno=85400
기후변화 분야에는 '온실가스' '탄소 배출' '탄소 배출권'처럼 비슷한 데 다르게 사용하는 용어도 많고, '생산배출량' '전주기'와 같은 생소한 개념이 끝없이 등장합니다.
그뿐인가요, 환경분야의 단체, 규제, 정책 등을 지칭하는 수십 개의 영어 약자들과 친해져야 합니다.
ESG, SDGs, NDC, GHGs, ETS, CBAM, IPCC, UNFCCC, TCFD, CDP, LCA, WTW, CFP, RE100, EV, BEV, PHEV, CCS, CCUS, DAC, Taxonomy, MRV, Scope 1, 2, 3...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영어 약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ESG -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SDGs -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발전목표)
NDC -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GHGs - Green House Gases (온실가스)
ETS - Emissions Trading System (배출권 거래제)
CBAM -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탄소국경조정제도)
IPCC -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DAC - Direct Air Capture (직접 공기 포집)
Taxonomy - 녹색분류체계
MRV - Monitoring, Reporting and Verification (측정·보고·검증)
Scope 1,2,3 - 배출 범위 1, 2, 3
기후는 어떤 지역에서 30년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난 기온, 강수, 바람 등의 평균적인 상태입니다.
기후변화란 인간 활동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인해 기후가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빙하기처럼 인간의 영향 없이 자연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기후 변화는, 오늘날 정책과 과학 논의에서 사용하는 ‘기후변화’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자연적 기후변동’으로 구분해서 표현합니다.)
기후변화 외에도 생물다양성의 위기, 담수 부족, 해수면 상승, 미세플라스틱 등 심각한 환경 문제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 배출량처럼 수치로 측정·관리하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규제를 통해 관리하는 대표적인 문제는 기후변화입니다.
기후변화가 환경 이슈의 대표 격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류 활동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과학적 증거가 명확하고, 에너지, 식량, 산업, 인프라 등 인류가 구축해 온 사회 시스템 전반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이지요. 특히 기후 조건에 크게 의존하는 식량 생산은,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추진되는 에너지 전환과 산림 보전 정책은, 설계 방식에 따라 대기오염 저감과 생물다양성 보전 등 다른 환경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 제프리 삭스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대'는 기후변화를 포함해 유엔이 지속가능성을 위해 선정한 목표(SDGs)들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환경문제, ESG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읽어보세요.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대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09529
정보를 나열하다 보니 금세 지루한 과학교과서처럼 되었네요.
자연보호만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쓴다는 애초의 목적에서 멀어지는 느낌이지만, 기본 개념은 정리해야 이야기를 펼칠 수 있으니 과학교과서 같은 이야기를 조금만 더 적어보겠습니다.
기후변화의 원인은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입니다.
기후변화를 '인간 활동으로 인해 변화된 기후'로 정의했으니 이는 반드시 참이고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기후변화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인류가 석탄을 대규모로 사용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시기(1750년)가 바로 기후변화의 출발점입니다.
이걸 어떻게 알 수 있냐면, 과학자들이 빙하에 남아있는 기후의 흔적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1750년 이전과 이후가 다르다는 걸 찾아냈기 때문이죠. 지층에서 화석을 발견했을 때 방사성 연대 측정법을 이용해 어느 시대에 속하는 생물인지 알아내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빙하를 이용한 대기 이산화탄소와 기후변화 연구
https://www.snu.ac.kr/snunow/press?md=v&bbsidx=120282
1750년 이전까지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280ppm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지만, 1750년 이후로 계속 농도가 높아져 2023년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420 ppm이 되었습니다.
(2025년이 아니라 2023년의 값을 이용하는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이 내용은 다음에 다뤄보겠습니다.)
태양에서 방사되는 에너지는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의 형태로 지구에 도착합니다.
이중 일부는 대기와 구름에 반사되고 나머지는 지표와 대양에 흡수되죠.
흡수된 열이 곧바로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면 생물이 살 수 없습니다. 물이 전부 얼어버리면 얼음 표면이 에너지를 더 많이 반사해서 더욱 추워지는 악순환이 생기게 됩니다. 대기층이 적절한 온기를 온실처럼 보관해야 생명체가 번창할 수 있는 기후가 마련됩니다.
기후를 구성하는 요소들인 기온, 강수, 바람은 수증기가 구름을 만들고 비를 내리는 물의 순환 작용이므로 결국 기후란 지구가 물을 순환하는 시스템이라 하겠습니다.
대기 중의 열이 대기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기능을 하는 가스들을 온실가스라고 부릅니다.
국제 사회가 규제 대상으로 지정한 6대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₆)입니다.
이 중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는 자연적으로 대기 중에 존재합니다. 특히 이산화탄소는 화산 활동, 유기물 분해, 토양 미생물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인류가 활동을 멈춘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대기에 공급됩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배출하는 삼불화질소(NF₃, Nitrogen Trifluoride)를 더하면 기후변화에서 관리하는 온실가스는 모두 7가지가 됩니다.
(네… 환경분야는 화학식과 수학 공식도 많이 등장합니다.)
대기 구성 전체로 보면 온실가스는 0.04%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기의 99.96%는 질소(78.08%) 산소(20.95%) 아르곤(0.93%. 온실효과 없음)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대기에는 이산화탄소가 0.0419% 정도 존재합니다.
메탄 0.00019%, 아산화질소 0.0000336%, 수소불화탄소 0.00001% 이하, 과불화탄소 0.000001% 이하, 육불화황 0.000000001% 이하로 존재합니다.
세계기상기구 https://wmo.int/news/media-centre/greenhouse-gas-concentrations-surge-again-new-record-2023
일상생활에서 무언가가 '0.1%'만 있다면 '극소수의' '특별한' '매우 적은' 것임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대한민국 1%' 같은 광고 문구가 이 같은 인식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지구 대기의 총 중량은 5,150,000,000,000,000,000kg이나 되기 때문에 0.0419%만 해도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0이 너무 많아 읽기 어려우니 단위를 kg 대신 테라톤(Tton)으로 바꿔보겠습니다.
대기의 총 중량은 5,150,000 테라톤이고 비중으로 계산하면 이중 2,158 테라톤이 이산화탄소에 해당합니다. (데이터 단위인 테라바이트로 친숙한 그 테라입니다. 마시는 것 아닙니다.)
누리위키 https://nuriwiki.net/wiki/%EC%A7%80%EA%B5%AC%EC%9D%98_%EB%8C%80%EA%B8%B0
앞서 밝혔듯이 이산화탄소는 자연적으로도 대기 중에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추가로 배출한 양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될까요?
다음 글에서 280ppm에서 420ppm으로 증가한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많은 것인지 체감할 수 있는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