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다

by 꿀벌소녀

동네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영어회화 수업 시간이었다. 그날은 학창 시절에 경험해본 아르바이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날이었다. 이 주제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어서 신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물론, 서툰 영어로 더듬거리며 말이다. 그러자 우아하게 세팅펌을 한 아주머니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가엾어라~”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가 일반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했던 걸까? 혹은 부모님 얼굴에 먹칠하는 이야기를 아무 생각 없이 해버린 걸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내가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건 열다섯 살 때였다. 부모님은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지 않으셨다. 특별한 교육철학이 있는 건 아니었고, 그럴 돈이 없으셨다. 돈이 필요했던 나는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벼룩시장을 펼쳐 구인란을 샅샅이 훑었다. 그러다 눈에 띈 문구는 바로 ‘나이 무관’이었다. 열쇠집에서 아파트 대문 손잡이에 홍보용 스티커를 붙일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곧장 찾아갔다.


조건은 간단했다. 한 동에 1,500원을 준다는 것이다. 열 동만 하면 15,000원. 어린 나이에 꽤나 짭짤한 수입처럼 느껴졌다. 친구와 함께 일을 나누기로 하고 각자 맡은 라인에 스티커를 붙이기로 했다. 물론, 예상 수입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막상 일을 시작하려니 겁부터 났다. 혹시 경비 아저씨에게 들키면 혼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대문 안에서 ‘컹, 컹’ 짖어대는 개들의 소리도 심장을 조여왔다. 스티커를 한 장씩 붙일 때마다 손이 떨릴 정도였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한 동쯤 건너뛰어도 아무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그날이 내 첫 아르바이트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일을 마치고 친구와 아르바이트비를 나누니 내 손에 들어온 돈은 20,000원이었다. 그 돈을 소중하게 보관해 두었다가 이화여대 앞에 있는 꽃샘미용실에 갔다. 평소 곱슬머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는 그 돈으로 매직 스트레이트를 했다. 중학생이던 내가 내 힘으로 얻어낸 첫 성과이자, 가장 값진 변신이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