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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Mar 06. 2023

번아웃? 절대 나약하지 않아

나의 영향력을 생각하라

입사한 지 어느덧 8개월 입사하고 주어진 연차에 반차밖에 쓰지 않았고 야근은 일주일에 2회는 평균적으로 하고 있었다 야근도 연차도 내게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시작부터였을까 나는 지쳐있었고 하지만 힘내야 했다 내게 주어진 일에 대한 책임감 잘하고 싶다는 욕심 멈춰있기 싫다는 불안감으로 나를 잠식시켰나 보다 누구나 잘하고 싶고 디자이너로서 욕심도 내고 싶었지만 회사에는 리소스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내 개인 포폴이 아니었고 나의 리소스를 그렇게 많이 투입할 정도의 일인가 당연히 찬탄하고 나도 그에 응당한 정도의 퀄리티와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매번 리소스를 생각하고 중요도를 따져가며 100을 할 수 있음에도 30만 해야 하고 40만 해야 하면 언제 100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회사입장도 당연히 헤아리고 그에 맞는 폼으로 작업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디자이너에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당연히 우선순위는 클라이언트여야 한다 나 같은 인하우스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가 대표님이 될지 타 부서가 될지 내부적으로 결정된다 모든 디자인이 내게 오지만 어떤 사업은 예쁘게 어떤 사업은 빨리빨리 하기가 망설여진다 예를 들면 1팀은 이쁘기 했지만 2팀은 대충 해서 어느 한쪽의 성과가 나빠진다면? 디자이너는 책임을 피하기 힘들지 모른다

그러한 생각들이 가득했던 요즘 스스로 꾹 참다 터져버렸나 보다 꿍얼꿍얼 대기 시작한 나 자신을 보는 것도 일에 리소스에 대한 고민으로 집중이 되지 않던 시간들도 내게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인하우스 디자이너는 대체자가 많지 않다 특히 디자인팀이 별도로 없고 사수가 없고 업무 풀이 늘어날수록 담당은 많아지고 책임도 많아진다 그 책임감속에 대충을 끼어 넣고 싶지 않았다 누구의 탓일까 탓이 없다 결국 모든 것은 나의 생각으로 비로소 출발했고 외부적인 요인들도 나의 욕심만 아니라면 충분히 벗어날 수 있는 것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프로세스와 늘어가는 책임감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일이 우선시 되는 생활 속에 혼란스러웠던 건 사실이었다 내 생활이 일이고 내 인생이 일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이 잘되면 기분이 좋고 일이 잘 안 풀리면 외부적인 스트레스에 굉장히 취약해진 상태였다 그 무엇인가 텅 비어있었다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다시 누워 내일 출근을 기다리는 내 모습을 보자 하니 슬슬 지겹나 싶었나 보다


그게 티가 났는지 팀원이 내게 요즘 내 눈빛이 이상하다며 조금 쉬라고 걱정 어린 말들을 해줬다 일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였다 놓고 싶지 않아서 집 가면 할 게 없으니 나를 위로해 주는 게 일뿐인 요즘 더 잘하고 싶었으니까 점점 스스로를 도태시키고 망가뜨렸다 일을 사랑하지만 나를 괴롭히는 것들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었다 위로가 필요했고 지극한 내 편이 필요했다 잘하고 있다고 너의 방식을 존중한다고 안쓰러운 말 말고 응원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러다 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한테 해줄  있는 게 없다 대신 휴가를  다녀오는  어때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렸잖아  잘하는 사람이  번아웃이 쉽게 온대라는 말을 듣고 나는 번아웃설마 했고 듣고 싶디 않던 말이었지만 스스로 조금 내려놓자 라는 생각으로 본가로 내려가기로 했다 이게 옳다고 스스로 느꼈으니 그렇게 행할 필요도 있었다  고집이  이상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고집이 스스로를 괴롭히고 괴롭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번아웃에 시작이지 않을까


스스로를 사랑하는 건 너무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사랑은 못해도 안아주고 곁에 머물며 언제든 애쓰고 있다고 잘하고 있다며 응원해 주고 아껴주는 그런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그게 번아웃에 에어백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마침표는 지긋지긋하다 대신 한텀의 쉼표로 나를 위로하고 안아주고 싶다 몇 번의 쉼표도 하나의 마침표보다 더 가치 있을지 모르니 정말 마침표는 신중하게 나를 위해 멋지게 찍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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