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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카야 May 09. 2024

다시 젊은 엄마로 돌아간다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지만…그중에서도 자식만큼 내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 있을까

내가 살면서 힘들게 터득한 소중한 인생의 경험을 내 자식에게는 꼭 알려주고 싶은데

온몸으로 거부하고 부정하며 지멋대로 살겠다는 자식을 그냥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은 부모로서 정말 힘들고 

안타까운 일이다.

어떤 날은 그래도 이만하면 잘 컸지 싶다가도 또 어떤 날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아이들에 속상하고 절망할 때도 많았다.

가끔 내가 젊은 엄마로 돌아가 우리 아이들을 정말 다시 잘 키우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 적이 많다.

지혜롭지 못했던 어린 엄마로 인해 같이 어설픈 길을 걸어야 했던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다시 젊은 엄마로 돌아간다면…

첫째, 절대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만큼 살아보니 내가 안달했던 그 시간들은 긴 인생의 아주 잠깐의 순간일 뿐이었다

기말고사가 내일인데 거울만 보고 있는 딸, 수험생인 고3 아들이 하루종일 게임만 하고 있으면

온몸에서 열불이 나 아이들의 인생이 당장 끝난 것처럼 난리를 쳤었다.

아들이 수능을 망쳐 원하던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하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재수는 절대 안 된다며 그냥 갈 수 있는 아무 대학에 들어가게 했다. 그때 나는 재수를 하면 또래 아이들보다 일 년 뒤쳐진다는 생각에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원하지 않은 대학과 과에 들어간 아들은 결국 1학년 마치고 자퇴를 했고 군대를 갔다 온 몇 년 뒤 캐나다에서 다시 대학생이 되었다. 결국 5년의 시간을 돌아온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나는 오히려 30이 가까운 나이에 아직도 대학을 다니는 아들이 늦었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어 몇 년정도는 충분히 방황해도 된다는 것을, 그리고 인생에는 다 알맞은 때가 있어 내가 안달한다고 조급해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가며 알게 되었다.


둘째, 무조건 절대로 반드시 독립적인 아이로 키울 것이다.

아들이 세 살 때 같은 프리스쿨 엄마가 웃으며 어제 자기 아들이 혼자 머리를 감았는데 샴푸를 제대로 안 씻어 머리가 떡이 졌다고 웃으며 얘기하는 거다

세 살인데 벌써 혼자 머리를 감는다는 것에도 놀랐지만 엄마는 매일 풀메이크업을 하고 다니면서 지 아들은 혼자 머리를 감게 하다니 정신 빠진 엄마라며 당시 난 속으로 엄청 욕했다.

가끔 커뮤니티센터에 가면 하키를 배우는 어린 꼬마들이 자기보다 두세 배는 큰 하키가방을 낑낑 거리며 끌고 가고 부모들은 옆에서 커피컵을 들고 가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때는 참 너무하다 생각했었지만 우리 아이들이 다 자란 지금 난 그들의 현명함에 놀라고 존경스럽다.

서양 부모들의 자녀교육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립적인 어른으로 키우는 것이다.

평생 워킹맘으로 산 나는 쓸데없는 죄책감에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고 도와주고 

자식이 뭐가 필요할까 미리 생각해 갖다 바치는 나의 행동들은 오히려 의존적인 아이로 키우고 있었다는 걸 뒤늦은 지금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셋째, 아이를 의사로 만드는 것보다 내가 의사가 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을 명심하자

아이들을 웬만큼 키워낸 엄마들은 모두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자식들은 절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절대 내가 원하는 대로 자라주지 않는다.

차라리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나를 움직이는게 백배 쉽다.

이 말을 가슴속에 깊이 새기고 아이들을 대하면 적어도 자식들과 원망은 피할 수 있다

자식이 공부 잘하면 고마운 일이고 안 하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노력하면 우리 아이들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은 허황된 망상이라는 것을 

아이를 다 키워낸 지금의 내가 알아낸 진리이다.


넷째, 작은 것에도 고마워하고 표현하는 아이들로  키우자

서양사람들은 뭐만 했다 하면 thank you, sorry를 아주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그런 감사나 미안함의 표현이 남에게뿐만 아니라 가족들끼리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이 놀랍다.

이곳 아이들은 부모가 아침에 간단한 시리얼만 차려줘도 

학교에 데려다줘도 하다못해 식탁 위에 후추통을 집어줘도 땡큐라는 말을 부모에게도 자연스럽게 한다. 

부부끼리도 마찬가지이다. 부부로서 당연한 일에도 항상 감사하다는 표현을 한다

어쩌면 영혼 없는 겉치레 같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아주 중요한 교육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애들은 365일 학교에 데려다줘도 매일 꼬박꼬박 밥을 차려줘도 고맙단말을 안 한다.

그런 표현은 일 년에 단 한번 내 생일카드에서나 볼 수 있다. 물론 마음으로는 고마워하겠지만 그 말을 표현하기에 엄청 서툴고 어색해한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힘들게 밥을 해다 바쳐도 기껏해야 잘 먹었다 아~~ 배부르다 밖에 할 줄 모르는 인간이다.

살다 보면 감사해야 하는 것이 부지기수이다.

자식인 안 아픈 것도 감사하고

학교 안 간다 소리 안 하고 꼬박꼬박 다니는 것도 감사하다

내가 아무리 진상을 떨어도 남편이 바람 안 나고 꼬박꼬박 집에 들어오는 것도 어찌 보면 감사한 일이다

행복한 인생을 사는 방법은 행복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항상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표현하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행복을 주는것보다 행복을 가르쳐야한다

그리고 그것은 가정에서 그리고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걸

아쉽게도 아이들이 다 자란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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