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보호자라는 이름의 자리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과, 옆에 서 있는 사람

by 온지정원

응급실에서 보호자는 가장 먼저 불린다.
의사는 환자가 아니라 보호자를 향해 설명을 시작했고,
선택의 문장은 그 자리에서 빠르게 오갔다.


어머니는 두부 외상으로 출혈과 부종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하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미 먼저 도착해 있던 남동생은 수술을 요청했다.
그는 보호자였다.


나는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보호자는 아니었다.
연세, 이후의 일상생활 가능성, 간병과 비용에 대한 문제를 조심스럽게 언급했지만
그 말은 의견으로만 남았다.
결정은 보호자의 몫이었고, 그 자리는 이미 채워져 있었다.


동의서는 보호자에게 건네졌다.
수술은 자정을 넘긴 긴급 일정으로 결정되었다.
어머니는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이동했다.
보호자는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우연히 가까운 위치에서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머니의 한쪽 팔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나는 그 손을 바로 잡지 못했다.
겁이 났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대신 함께 있던 남동생과 가족에게 부탁해
그 손을 대신 잡아 달라고 말했다.


수술실 앞에서 우리는 기다렸다.
퇴근했던 의료진이 다시 도착하는 모습까지 지켜보며
수시간이 흘렀다.
혈종 제거와 감압을 위한 두개골 절제술.
중환자실에서 확인한 어머니의 모습은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무거웠다.


그날 이후, 보호자라는 자리는 계속해서 유지되었다.
그 자리는 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분명했다.
나는 보호자가 아니었고,
그 사실은 이후의 모든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재판 기록 속에서 보호자는 하나의 지위로 정리되어 있었다.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의 구분은 명확했다.
가족이라는 관계와는 별개로,
법은 보호자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보호자라는 이름의 자리는
돌봄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권한의 자리이기도 했다.
그 자리에 서지 못한 나는
감정과 판단 사이에서 계속해서 거리를 조정해야 했다.


그 거리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보호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무력감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나를 지키는 경계가 되기도 했다.


이 회차를 기록하는 이유는
누가 옳았는지를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보호자’라는 이름이
가족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그리고 그 자리에 서지 않은 사람에게
어떤 역할이 남는지를 남겨두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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