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여동생의 부재가 남긴 의미
심문기일 당일, 법원 대기실은 조용했다. 그러나 그 안에 모인 사람들의 사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이름이 호명되기 전까지 우리는 가족이었고, 동시에 이해관계인이었다. 서류상으로는 같은 사건에 연결되어 있었지만, 각자가 서 있는 위치는 이미 달라져 있었다.
그날 어머니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함께 불출석한 이는 여동생이었다. 출석 여부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법정에서는 그 선택마저 기록이 된다. 출석한 사람의 진술뿐 아니라, 나오지 않은 사람의 공백 또한 절차 속에서 하나의 정보로 정리된다. 법원은 감정을 묻지 않았고, 이유를 추측하지도 않았다. 다만 ‘불출석’이라는 사실만을 남겼다.
법정 안에는 남동생과 그의 법률대리인이 좌측에 앉아 있었다.
우측에는 나 혼자 자리를 차지했다.
언니는 다소 늦게 입실했고, 형부는 방청객으로 법정에 들어왔다. 판사는 방청을 허용했고, 그는 발언권이 없는 위치에서 절차를 지켜보았다. 언니와 나 사이에는 언니의 법률대리인이 자리했다. 이 모든 배치는 판결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지만, 각자가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심문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됐다. 질문은 간결했고, 답변은 요약되었다. 판사는 출석자 각각의 지위를 분명히 구분했다. 청구인, 참가인, 관계인. 그 단어들은 우리를 설명하는 최소한의 언어였다. 그 안에는 사연도, 감정의 맥락도 포함되지 않았다. 법정은 언제나 사실과 절차만을 요구했다.
내게 주어진 질문은 많지 않았다.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직접 본 시점, 이후의 연락 여부, 그 이후의 접촉 시도에 관한 질문이었다. 나는 사실만을 간단히 답했다. 수술 이후 중환자실에서 한 차례 확인했고, 이후에는 전화로만 소식을 들었으며, 직접적인 만남은 없었다는 점을 말했다. 판단이나 해석은 덧붙이지 않았다. 그날의 역할은 설명이 아니라 확인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자리는 비어 있었지만, 그 부재는 오히려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출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기록에 남았고, 그 기록은 이후 절차의 전제가 된다. 법원은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었다. 가족의 사정이나 관계의 균열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법정에서 중요한 것은 출석 여부가 아니라, 절차가 중단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불출석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남겨진 선택이었다.
진술이 없었기에 해석도 제한적이었고, 그만큼 법원은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침묵이 누군가의 주장을 강화하지도, 약화시키지도 않았다. 다만 그날의 재판은, 출석한 사람들 중심으로만 정리되었다.
나는 관계인 자격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보호자도, 청구인도 아니었기에 요구받는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제한된 위치는 오히려 나를 관찰자의 자리로 밀어 놓았다. 나는 발언보다 기록을 더 유심히 보게 되었고, 질문보다 판결 구조에 집중하게 되었다. 법정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판단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불출석이라는 선택은 누군가의 회피로도, 누군가의 방어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법정은 그런 해석을 하지 않는다. 재판 기록 속에서 불출석은 감정 없는 사실로 남는다. 그날 어머니가 없었다는 점, 여동생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나머지가 출석했다는 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재판이 끝난 뒤, 법원 대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각자의 서류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도 그날의 불출석에 대해 평가하지 않았고, 서로에게 이유를 묻지도 않았다. 법정은 그렇게 모든 선택을 기록으로만 남긴 채, 다음 절차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 회차는 누군가의 감정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심문기일이라는 시간 속에서, 출석과 불출석이 어떻게 같은 무게의 기록으로 남는지를 남기기 위해 쓰였다. 가족의 자리는 법정에서 늘 비어 있거나, 채워지거나 둘 중 하나다. 그날, 어머니의 자리는 비어 있었고, 그 부재는 조용히 기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