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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 파크 Nov 29. 2016

그 선수, 정말 대단하지 않아?

비:파크 X 뉴스페퍼민트 : 스포츠 유전자

데이비드 엡스타인의 책 《스포츠 유전자(The Sports Gene)》는 스포츠 분야에서 유전자와 환경, 곧 본성(Nature)과 양육(Nurture)의 효과를 다룬 책입니다. [해당 칼럼의 요약 번역본은 뉴스페퍼민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늘날 본성과 양육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를 말하기 어려운 개념이 되었습니다. 환경이 동등할 때 누구나 같은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빈 서판’ 이론의 지지자들을 제외하면 말이지요. 키나 체형과 같은 육체적 특징뿐 아니라 정신적 특징 또한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한 후성 유전학은 환경이 어떻게 다시 유전자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함께 이 두 요인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설명합니다. 엡스타인 또한 이 사실을 정확하게 표현합니다.


“사실 운동능력을 전적으로 본성이나 양육 어느 한쪽으로 설명하려는 태도는 모두 허수아비 논법일 뿐이다. 전 세계의 모든 운동선수들이 일란성 쌍둥이라면, 누가 올림픽에 나가고 직업 선수가 될지는 오로지 환경과 연습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반대로 전 세계의 모든 운동선수가 똑같은 방식으로 훈련 받는다면, 오로지 유전자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 양쪽 시나리오는 둘 다 들어맞지 않는다.” (401쪽)


하지만 적어도 운동 능력에 있어서, 이 책에 등장하는 예들은, 비록 두 요인이 모두 중요하다 하더라도, 유전적 요인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란성 쌍둥이지만 서로 다르게 훈련을 받은 미국의 멜리사 바버와 미켈레 바버는 100미터 최고 기록이 겨우 0.07초 차이였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이 책은 시작부터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주장해 유명해진 ‘1만 시간의 법칙’을 반박합니다. 오늘날 ‘1만 시간의 법칙’은 ‘거장이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육’ 진영의 사람들은 ‘1만 시간의 법칙’을, 누구나 1만 시간을 훈련하면 그 분야의 정상에 설 수 있다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높이뛰기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스웨덴의 스테판 홀름은 여섯 살 때 높이뛰기를 시작했으며 금메달을 따기까지 2만 시간의 훈련을 거쳤습니다. 그러나 2007년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스테판 홀름을 물리치고 우승한 선수는 높이뛰기를 시작한지 겨우 8개월 된 바하마의 도널드 토마스였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수많은 실제 사례들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책 곳곳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예를 들어, 왜 20세기 동안 세계 기록은 끝없이 경신되었고 최근에는 그 추세가 주춤해진 것일까요? 일부는 해당 종목을 둘러싼 기술의 발전과 관련이 있습니다. 1930년대 전설적인 육상 선수 제시 오언스의 동영상을 생체역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칼 루이스의 관절만큼 빨리 움직였다고 합니다. 단지 오언스는 후에 발명된 합성수지 트랙보다 훨씬 달리기 힘든 트랙을 달렸을 뿐입니다.


하지만 엡스타인이 말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체형의 빅뱅”으로,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평균적인 체형을 가진 이들이 스포츠에 참여했지만, 20세기 동안 스포츠 우승자들에 대한 보상이 커지면서 각 종목에 최적화된 체형을 가진 이들이 그 종목을 석권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925년에는 배구 선수와 원반던지기 선수, 높이뛰기 선수의 몸집이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투포환 선수는 높이뛰기 선수보다 평균 6.4센티미터 더 크고, 59킬로그램이 더 무겁습니다. 체조 선수의 키는 160센티미터에서 145센티미터로 줄었지만 대다수의 스포츠 종목에서 선수들의 키는 계속 커졌습니다. NFL(미국 미식축구 리그)의 통계를 보면 키 1센티미터, 몸무게 3킬로그램이 증가할 때마다 연봉이 5천만 원씩 올라갑니다. 


키와 몸무게만이 아니라 신체 구조도 종목별로 최적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수구 선수들은 팔이 길어졌고, 특히 효율적인 던지기를 위해 아래팔이 위팔보다 더 길어졌습니다. 카누와 카약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역도 선수들은 쉽게 머리 위로 바벨을 들기 위해 팔이 짧아졌고, 특히 아래팔이 더 짧아졌습니다. 농구와 배구 같이 점프가 필요한 종목의 선수들은 다리가 길어졌지만 권투 선수들은 무게 중심을 낮춰 안정된 자세로 팔을 뻗기 위해 팔은 길어지고 다리는 짧아졌습니다. 


즉, 기록의 경신은 이러한 체형의 변화에서 기인했다는 것입니다. 1500미터 달리기가 1950년부터 2000년까지 매 10년마다 8번 정도 경신되었지만, 2000년 이후로는 그렇지 못하게 된 것은 곧 이런 기록 경신의 시대가 거의 끝나가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주장합니다. (물론 우사인 볼트라는 예외가 있고, 저자는 우사인 볼트의 성공이 다른 종목에서 큰 키와 폭발력을 갖춘 이들이 단거리 육상으로 종목을 바꿀지가 흥미롭다고 이야기합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은 이 책에 나오는 작은 일화들 하나하나에서 (예를 들어 NBA(미국 프로 농구)에서 스타로 활약했던 야오 밍은 중국 정부가 중매를 서서 맺어진, 전직 남녀 농구 선수이자 중국 최장신 부부의 아들이라는군요.) 즐거움을 느낄 겁니다. 유전자와 환경의 관계, 그리고 관련 최신 연구 결과들이 궁금한 사람들은 물론이며, 인간의 한계나 인류의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추천합니다.


_ 뉴스페퍼민트 이효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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