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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d재진 Nov 16. 2020

인생의 인테리어와 아웃테리어

지나온 10년, 직장인 생활을 돌아보며

In & Out


지난 9월 9일은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의 생일 (창립기념일)이었다.

기업문화팀에서 정성껏 준비한 떡과 모자를 받았고, 각종 굿즈가 전 직원들에게 주어졌다. 물론 그전에 온라인 상품권도 직원들에게 부여되었다. 떡을 먹으며 그날 동료들과 기분 좋게 티타임을 가졌고, 나의 지난 시간도 되돌아보았다.


2020년, 나도 어느새 입사 10주년이 되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는 가구 인테리어 전문 회사이고, 현재 나는 전략기획실 총무팀에서 근무 중이다. 갑자기 온갖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사무직 업무이다 보니 본사 빌딩에서 남들보다 좀 더 편하게 근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General Affair라는 총무 업무가 말해주듯, 회사 내외의 많은 업무에 연관이 되어있고, 항상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되고, 수습한다. 사람들과 엮이는 일도 많다. 아프고 힘든 일도 참 많고 사람이 밉고 싫어질 때가 많다. 그런데 참 웃기게도 그런 상처도 또 사람을 통해 위로받고, 힘을 얻는다.  


SNS나 책을 보면 답답한 직장생활을 벗어나, 자신의 꿈을 찾아 멋있는 도전을 하는 분들이 많다.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일을 한다는 것, 얼마나 멋있는가. 또한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 있는 것을 하며 인기와 부를 얻고 있는 준 연예인급 유튜버들의 삶도 멋져 보인다. 마음이 끌어당기는 곳으로, 자신의 길을 아는 사람들 에게는 꽃길이건, 험난한 가시밭길이건 이미 중요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평범한 회사원이나, 다른 직업군은 상대적으로. 불행한 것인가. 절대 아니다. 그리고 당연히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직업)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에게 자부심과 자존감을 잃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가치 있는 삶이라고 본다. 인정한다. 행복 회로 가동이요, 자기 합리화이기도 하다.

요즘 말로 "본캐"가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업무를 하며 여러 가지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음이 좋다.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만날 수 있음이 좋다. 일하고 퇴근해서는 "부캐"를 통해 운동도 하고 독서도 하고 SNS나 블로그에서 가끔 쓰고 싶은 글도 아주 편하게 쓰면서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




회사생활 10년을 돌아보니 그동안 겪은 일들과 만난 사람들, 그리고 지금의 동료들과 사우들, 또 작은 일에도 크게 기뻐해 주시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격려해 주시는 사람들.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시고 믿어주는 사람들. 마음속을 채우고 있는 건 사람들이고 또 그들과 보내온 시간과 이야기들이다. 앞으로도 그 이야기는 진행되겠지. 항상 한결같음의 위력을 실감한다.


나의 본업은 아웃테리어 같고, 취미 활동들은 모두 인테리어 같다.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는 강인하고, 깔끔한 것처럼 행동해야 하지만, 실제 속으로는 나도 무척 여리고 감수성이 예민하다. 그런데 또 그런 모습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 직업병이기도 하지만 비유하자면, 외면은 한번 정하고 나면 거의 바꾸기 힘들고, 든든하고 듬직하게 나를 지탱해주는 방패 같기도 한 아웃테리어이다. 나를 쉽게 표현해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망가지지 않도록 청소하고 가다듬어야 하는 나의 외면. 아웃테리어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얼굴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의 성품이 얼굴에서 묻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되도록 진지하게 인상 쓰는 모습보다 웃는 모습을 가지려 한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농담을 많이 한다. 명품과 보이는 값비싼 것들로 표현할 수 없는 건강한 몸과 얼굴을 가꾸는 아웃테리어의 삶.


반면에 타인에게 보이는 내가 아닌 진짜 나를 만나는 것. 나의 내면은 인테리어 같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도 인테리어 꾸미기 같다고 본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항상 갈등하고 고민하며, 무리해서 각각의 좋은 제품을 들여다놔도 최종 결과물은 늘 부 조합이다. 실제로 인테리어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미면 안 된다. 오로지 나의 만족과 편안함을 위한 것들로 간결하게 구성해야 한다. 그래서 쓸데없는 것들을 비울 때, 오히려 생활이 더 안정되는 미니멀 라이프 같다고나 할까. 마음을 비우면 비로소 가벼워지고 온전한 나를 만나게 된다.


인테리어의 멋이 이러한 것인데 그저 보여주기 위해 욕심내서 이것저것 "짬뽕"시키다 보니, 난해한 "잡탕면"이 나올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부조합을 "볶음밥"처럼 잘 추슬러서 살아가야 하니까, 인생이란 게 참 "짜장면" 한 손으로 비비듯 쉽지 않다.





살아가는 건 늘 같은 것을 확인시켜준다. 왠지 좁아터져 보여서 답답했던 집 혹은 방. 왜 좁아 보이는지 고민하며 정리해본다. 여기저기서 욕심으로 많이 사놓은 소품들이 눈에 띈다. 아 저 물건은 내 것이 아니었구나.


인테리어라는 내면이 아름다워지는 순간은 그렇다. 안에 욱여넣거나, 혹은 두고 보니 생활을 어지럽히는 것을 결국 빼내서 하나하나 버리는 것과 같다. '크..... 생각보다 비좁았구나. 그리고 안 어울렸구나.'많이 버릴수록 넓어 보이고, 상쾌한 이 기분! 답답할 때는 버려라! 그래서 오늘도 나는 상쾌하다.⠀


《다반향초(茶半香初)》라는 말이 있다. 차를 마신 지 반나절이 지났으나 그 향은 처음과 같다는 뜻이다 초심이라는 말은 오글거려서 싫어한다 다만, 항상 즐겁게 일하고, 일상을 신나게 즐기려 한다. 남은 2020년도 그동안의 시간들처럼 아주 즐겁게 하루하루를 살며 나의 사람들에게도 좋은 모습으로,

시간이 지나도, 절반을 마셔도 한결같은 향이 있는 차茶처럼, 변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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