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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희 Jun 10. 2020

직원의 동기부여에 대한 짧은 글

적절한 시스템의 필요성

30여 년간 10개 이상의 사업을 해온 지인 피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물어보았고, 채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기부여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피터가 말했다.

내가 만나본 사람 10명 중 9명은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어요. 그들은 그 일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그 일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따지죠. 나머지 1명은 그 일이 정말 좋아서, 저 같은 경우는 사업을 벌이고 구상하는 게 정말 재밌어서 이 일을 하는데 그게 창업가의 DNA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죠.


나는 반문했다.

아직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어 아래 두 가지 경우에서:   

제가 어떤 사람을 정말 사랑해서 잘해주는 것

그 사람이 나중에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잘해주는 것

당연히 전자의 경우가 더 사랑이 크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후자의 경우보다는 더 잘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동기부여가 강할수록 일의 효율이 높아지는 건 저한테는 당연해 보여요.


그러자 피터는 이렇게 말했다.

네, 맞습니다. 당연히 전자의 경우가 동기부여도 잘되고 효율도 좋죠. 하지만 10명 중 9명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 창업자들은 그 9명의 경우에 집중해야 합니다.


나는 꼬리를 이어 질문했다.

그렇다면 일에 있어 그 9명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그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안전함과 안정감입니다. 이 조직의 시스템을 따라 일하면 안전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 이 조직에 몇 년 정도 있으면 내가 이렇게 발전하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해요. 그들은 그렇게 조직에 익숙해지고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일이 크게 잘못될 일도 없고요. 그것이 바로 그들이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동력입니다.


나는 또 부정했다.

저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미래를 보고 계획을 세우고 밝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래서 동기부여가 되고요.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하지만 그것조차도 재밌을 때가 있지요. 저는 밝은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유명한 구절이 생각났다.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그러면 스스로 배를 만드는 법을 찾아낼 것이다."


피터는 말했다.

그들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없습니다. 일단 그들은 창업자가 아니니까요. 혹은 창업가의 DNA가 없을 수도 있고요. 이렇게 되면 그들에게 작은 동기부여라도 심어줄 방법이 중요하죠.


나는 물었다. 그 방법이 무엇인가요?


삼성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삼성은 철저히 시스템 아래서 움직입니다. 물론 시스템 때문에 피곤한 잡무도 많지만 시스템 덕분에 그들은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일이 잘못되어도 시스템이 막아주죠. 그리고 그들이 일정기간 경험을 쌓고 부장 정도의 직급으로 퇴직하게 되면 다른 중소기업의 사장으로 취임하는 것은 굉장히 일반적인 상식이 되었습니다. 삼성은 그것까지 시스템화한 겁니다. 그래서 직원들은 귀찮은 일이 있어도 그것에 동기부여를 받고 끝까지 해내게 되죠. 그러다 보면 나는 이 조직에 속할 자격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어떤 사람이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3개월 동안 열심히 코딩했다고 칩시다. 그리고 결국엔 완성시켰어요. 완성시키는 순간 그들의 몸에는 도파민이 분비되겠죠. 그런데 그 도파민이 얼마나 갈 것 같아요? 3일도 지속되지 않아요.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몸에 도파민이 매일 조금씩 지속해서 나오게 해야 하고, 시스템 아래서 뭔지 모르겠지만, 팽팽한 느낌을 받도록 해야 하는 겁니다.


이 얘기를 듣는 순간 군주론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폭력은 단번에 실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백성들은 그 경험을 잊고 반감을 잊게 됩니다.
반면에 은혜는 조금씩 천천히 베풀어야 백성들이 그 기쁨을 더 오래 느낄 수 있습니다.


피터는 이어 말했다.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우리는 지식노동자입니다. 지식노동자를 관리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매니저의 머리가 빠지는 일이죠. 그렇다고 해서 아예 관리를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똑똑한 지식노동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지식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의 일을 정량화하기 힘들잖아요.
그러니까 보고서에 이 일이 이 날까지 된다고 써서 내놓아도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역시 피터 드러커가 말하길) "정량화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라고 했죠. 우리는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일이 안된다고 마구 보채면 관리자도 힘들고 직원들도 힘들어요. 그래서 조직 안에서 관계책임을 느끼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관계책임, 21세기 지식경영 by 피터 드러커

https://books.google.co.kr/books?id=YU5xDwAAQBAJ&pg=PT75&lpg=PT75&dq="관계책임"&source=bl&ots=PtSpfXt4K2&sig=ACfU3U1oPtUVTWOA7SHQzadvj2ea2Susbw&hl=en&sa=X&redir_esc=y#v=onepage&q&f=false


피터는 이어 말했다. 저는 우리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고 싶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가 일하는 방식을 그들에게 말하고 그 방식에 적응하도록 만듭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한 회사는 Daily record 라는 것을 씁니다. 저는 프로젝트 전체를 구상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일을 정량화하고 자신의 업무에 걸리는 시간을 잘 예측할 수 있도록  Daily record를 쓸 것을 요구했습니다. 직원들은 매일 아침 자신이 할 일을 적고 각각의 일마다 얼마나 걸릴지 예상 시간을 씁니다. 또한 그 업무를 완료하는 조건도 씁니다. 각 업무 앞에는 번호를 매기는데 우선순위가 높은 순서대로 적습니다.


예를 들어 "채용공고 올리기, 1시간 예상"이라는 업무 항목이 있다고 하면 "채용공고를 각기 다른 3개 사이트 올리기"라는 조건을 써서 목표한 바대로 완료되었는지 평가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Daily record를 전사에 공유합니다. 이로써 관계책임이 형성되게 됩니다.


그 날 업무를 마치면 업무를 마친 후 Daily record를 쓰는데 예상 시간과 실제 걸린 시간을 쓰고, 완료 조건 옆에는 완료 여부를 O, X로 표시하고 X의 경우에는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간단하게 씁니다. 이것이 우리가 관계책임을 유지하는 시스템입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모든 직원에게 말함으로써 그들은 다른 사람과 협동하여 성과를 올릴 수 있고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팽팽한 느낌을 줄 것이고, 자신과 다른 사람의 업무방식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나는 피터의 말을 들으면서 그의 이름을 피터 드러커에서 따온 것은 아닌지 잠깐 생각했다. 피터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당신이 첫 번째 직원을 뽑고 나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은 3순위가 될 겁니다. 그리고 두 번째 직원을 뽑으면 그것은 2순위가 될 수도 있고 1순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아직은 1순위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창업가의 가장 큰 역량 중에 하나가 제1 우선순위에 집착하는 것이니까요.


나는 오늘 이 말을 듣고 그의 말을 글로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두 번째 직원을 뽑을 때까지 잊을 것이다. 그리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제1 우선순위가 되는 순간 다시 이 글을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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