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답기 어려운 세상에서 나 다움을 찾으려면

by 방승천

요즘 연말 모임 많으시죠?

저도 올해 특히 많은 분들을 뵙는데요.

사람들에게 요즘 어떤지 물으면 열에 아홉은


“바쁘죠.”

“정신없네요.”

“어떻게 시간이 지나가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하십니다.


매년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대답들에 공통점이 뭘까요?

‘나’에 대한 말은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늘 바쁘죠.

그런데, 그 바쁨이 나를 향해 있긴 한 건가요?

한 번 자문해 보았습니다.




나 답기 무척 어려운 세상


“나답게 살아라, Be Yourself”는 말은 듣기엔 참 좋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참 어렵습니다. 왜일까요?
‘정답이 많은 환경’에서 자기 판단을 잃기 쉽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비교는 부추기고, 실패할 기회는 빼앗는 사회를 살고 있죠.

전세계 유례를 찾기 힘든 빠른 성장 속에서 피어난 우리 조직들의 '8282' 문화

장유유서 관념에 사로잡혀 스스로 쫓기듯 집단 내 위치를 재확인하는 우리들

실패라도 했다치면 그것을 복기하고 나아가기는 커녕 숨기기 급급해 집니다.


회사에서는 실적과 수치로 나를 끊임 없이 평가하고,
SNS는 타인의 삶과 내 삶을 실시간으로 비교하게 만들고,
집단주의 색채가 강한 우리 사회는 어떤 세상의 기준을 자꾸 강요하죠.

이제는 AI까지 등장해서 우리의 존재 기반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나답게’ 보다 ‘남들보다 낫게’를
‘남다르게’ 보다 ‘튀지 않게’ 혹은 ‘틀리지 않게’를
선택하는 건 어쩌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였을 때
남들보다 한 발 혹은 여러 발 앞서고

세상의 기준에 더 부합해 질 수는 있겠죠.

하지만, 나 다움을 축적할 기회는 점점 더 상실됩니다.

좀 더 정확히는, 나 다움을 발견할 수 없게 되죠.




나무를 베느라 도끼를 갈지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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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나무꾼 이야기, 다들 알고 계시죠.


한 친구는 하루 여덟시간 쉬지 않고 하루 종일 도끼질을 하는 성실함을 보였고,
다른 한 친구는 매일 점심을 먹는다며 한 시간씩 사라져 일을 덜 했습니다.
그런데도 덜 일한 친구의 장작 더미가 훨씬 더 높았죠.


성실한 친구가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덜 일한 그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그 한 시간 동안 쉬고, 먹고, 도끼날을 갈았을 뿐(Sharpen the ax)이야."


이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쉼’의 부재가 아닙니다.

‘멈춰서 나를 점검하는 시간’의 부재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에 이르는 것을 가로막는 제약요인(constraints)에 집중합니다.


불안함에 휩쓸려 무작정 열심히만 하는 것은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육체노동에서 생산성은 신체의 에너지, 그리고 도구의 효과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잖아요.


저는 지식노동에서 생산성은 내재적 동기에 좌우된다고 믿습니다.


우리의 동기는

자율(Autonomy)적으로 할 수 있고,

숙련(Mastery)과 성장에 도움이 되고,

자신의 목적(Purpose)과 궤를 함께 하는 일에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잠시 멈춰 서, 나라는 도구의 '날'을 점검해 보는 것이 자기경영(Managing Oneself)의 핵심입니다.
이 질문을 건너뛰면, 우리는 계속 무딘 도끼로 나무를 베게 됩니다.


유독 오늘이 지친다면, 내 도끼가 무딘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합니다.




불안은 신호다, 경고가 아니라


올 해 연말 모임의 단골 주제는 바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입니다.

사실 그 전에도 중년 커리어를 이야기하다 보면 꼭 등장하는 감정이 있긴 했습니다.


불안

사실 우리가 요즘 시대에 불안할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AI, 은퇴, 건강, 자녀, 부모, 자산, 노후 …


하지만 불안을 느낀다는 건 이미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 위험의 징후를 인지하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있기에 불안한 겁니다.

불안을 없애려면 무언가 행해야 합니다.


환경의 변화를 모르거나, 그게 두렵지 않으면 아무것 안해도 불안하지 않죠.

불안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방향을 다시 보라는 시그널입니다.

방향을 다시 보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불안은 덜 해집니다.


지금 우리는 쉬지 않고 '쭉' '오~래' 일하는 시대가 아니라
여러 번 일의 방식을 바꾸며 '오~래 오~래' 일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끊임 없이 나와 세상을 관찰 하면서 걸어가는 게 맞는 접근입니다.


나 다움은 한 번 정해지거나 발견되면 끝나는 '엑스레이' 같은 게 아닙니다.

꾸준히 관찰하며 가야하는 '혈당 수치'나 '심박수' 같은 것에 가깝습니다.

명리학에서는 매 10년마다 사람의 운이 바뀌고, 그 운에 따라 사람이 변한다고 하죠.


즉, 나 라는 사람도 상수가 아닌 변수입니다.

세월에 세상이 변하듯, 나 역시 변합니다.

그러니 자꾸 궁금해 하는 게 맞습니다.


사람들은 의외로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인간의 뇌는 일관된 자아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실패는 환경 탓으로 설명하고 성공은 능력 덕분이라고 믿습니다


나 다움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내가 누군지를 몰라서가 아니라,

이미 너무 빨리 규정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나에 대한 이해는 스냅샷이 아니라 동영상으로 봐야 높아집니다.



AI 시대, 나 다움의 가치


AI는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합니다. 그리고 놀랍도록 잘합니다.

그럴수록 인간의 역할은 명확해집니다. 인간다움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죠.

AI 시대, 인간은 사고의 과정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습니다. 생각의 과정 자체를 AI에게 위탁하기 때문이죠.

끊임없이 사고하고 연결하고 창조하는 힘이 인간의 근원적 경쟁력입니다.

인간이라면, 나만의 뾰족함으로 승부해야만, AI와 더불어 살면서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질 겁니다.


AI 시대 인간의 #생애경쟁력 은

나만의 뾰족함을 시장에서 교환될 수 있는

#환금성 있는 가치로 치환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 가치는 나의 결핍이나 약점을 끌어올리는 시간이 아닌

나의 뾰족함을 유일무이함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현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은 오래 걸립니다. 축적된 서사가 필요합니다.


나 다움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기존과 다른 무언가를 자꾸 시도해봐야 그 안에서 나다움이 발견될 수 있습니다.

내가 가만이 있는데, 하던대로 하는데 숨어 있던 나 다움이 '나 여깄어' 하고 머리를 내밀진 않습니다.


나 다움은 천천히 쌓이는 복리의 결과로 발현됩니다.

커리어도 마찬가지죠. 쭉 뻗은 직선이 아닙니다. 대부분 커리어의 성공은 계획보다 우연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커리어에서 중요한 건 빠른 선택이 아니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나 다운 커리어의 선택입니다.


지식은 쌓일수록 힘이 되고

평판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이 되고

관계는 오래될 수록 깊어집니다.


나다움은

단기간에 증명되는 정체성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축적되는 서사로 증명해주는 복리의 결과입니다.



Slow & Diverse


나 다운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런 대답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나 다움을 궁금해 한 적 없었으니까요.

나 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본 적 없으니까요.


바쁨 중독의 사회에서 Slow(천천히)와 Diverse(다양하게)는 혼나기 딱 좋은 가치들이죠.

하지만 저는 그게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 다움을 나 대신 찾아주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나 다움은 다양한 시도 가운데 발견되고, 오래 축적되며 견고해 집니다.


게다가 그 과정은 원래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서두르면 지나쳐 버리기에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관찰하고 사유하고 연결하며 천천히 가야 나 다움이 보입니다.


모르는 상태로 시작해도 됩니다.

중요한 건 완벽하게 정의한 뒤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움직이면서 정의하는 것입니다.

나 다움은 생각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경험 속에서만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러니 다 괜찮습니다.

오늘 하루, 단 한가지라도 나 다운 방식으로, 남과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 보세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들을 정리하며 나 다움을 묻고, 발견해 보세요.


그 질문과 실천을 놓지 않는 한,

우리는 하루 한 걸음씩,

나 다움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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