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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승천 Aug 06. 2023

예외적인 고성과자 관리에 대해

첫 회사인 삼성SDS 재직 당시, 나는 상품기획 역량 및 성과를 인정받아 P급(Potential)인재 (미래 관리자 후보군)로 분류되어 회사로부터 별도의 관리를 받았다.


돌이켜보면 그 별도 관리의 내용이 특별했다기보다, 회사가 나를 "존중하고, 별도로 관리해 준다"는 느낌이 주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리해 보면, 1) 핵심인재 Credential이 주는 특별함과, 2) 삼성 MBA, 지역전문가 등 전략인재 파견 우선순위를 주는 기회적 측면, 그리고 3) 사업부장/부서장에 부여된 리텐션 목표로 공식/비공식적인 상사와 부정기적 교류를 통해 심리적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었던 것 정도가 큰 의미였던 것 같다.


당시 이러한 회사의 접근은 적어도 내게는 아주 유효했고, 이러한 회사의 접근을 통해 나는,

. 감성적 차원에서는 - 회사에 대한 심리적 애착이 강해졌고,

. 이성적 차원에서는 - 이전 대비 회사의 목표와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지지하게 되었으며,

. 동기적 차원에서는 - 보다 자발적으로 회사의 성과를 위한 노력을 하게 되었던 것 같은데, 이는 경영학에서 말하는 조직 구성원의 몰입 (Employee Engagement)의 개념 및 요소와 부합한다.


몰입(Engagement)은 기업 경쟁우위의 핵심 원천이 되는 무형자산의 하나로서 조직 구성원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의 성공을 위해 자발적으로 추가적인 노력과 에너(Discretionary Efforts)를 투입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조직원들이 조직성공을 위해 자발적으로 분발하게 하는 원천이며, 조직의 구성원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그들이 최대한의 성과를 내게 한다.


관리자가 되는 시점부터 나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역지사지해 고성과 직원관리에 대한 원칙을 세워 Talent management에 적용해 오고 있는데,  에서는 그 내용을 정리해 보려 한다.


Manager 관점


고성과자 관리를 위해 나는 아래의 네 가지 원칙을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1) 충분한 정보 제공


관리자와 팀원 간 정보의 비대칭은 관료제 조직 하에서는 일반적 현상이다. 이러한 보유 정보의 차이는, 일을 바라보는 안목의 차이를 초래하고, 결국 업무 성과나 산출물의 수준/품질과 직결된다. 고성과자는 더 좋은 성과에 대한 지향이 매우 강한 반면, 관리자의 간섭 없이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성향도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리자가 그 과정 단계 단계에 대해 개입하는 방법보다, 고성과 직원이 그 일을 수행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는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과, 사고의 수준을 높여주는 것은 매우 유효한 도움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가용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 - 가령 평시 임원회의에서 논의되는 내용이나 회사의 분위기, 특정사안에 대한 각 Function 부서장의 견해, CEO의 생각 등 - 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Context 개념으로 충분히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2) 일의 자유 보장


밀레니얼로 대변되는 요즘의 Workforce들에게 중요한 일에서의 가치는 1)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2) 본인의 생각을 담아 수행하고, 3)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모든 경험을 그들이 온전히 가져가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일을 통한 성장 지향"인데, 앞서 말했듯 고성과 직원들은 이러한 욕구가 매우 강하다.


그런 관점에서 일을 지시할 때 그 과정이나 수행 방법에 대한 상세한 지시보다는 결과와 기대 수준 정도를 설명하고 숲 관점을 조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을 충분히 설명하려 노력한다.


특히,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기존의 방법을 답습하기보다는 본인 스스로가 다양한 고민을 통해 창의력을 발휘하며 자유롭게 수행할 것을 권고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는 Peter Drucker가 주장한 Management by objective의 개념과 같다.


이러한 문화는 조직에 따라 처음부터 적용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대체적으로 관리자의 의지가 강력하고, 이러한 자율적 과정을 거친 고성과 직원의 의미 있는 성과를 적극적으로 주변에 홍보하고 전달하는 경우, 이를 조직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경험이다.



3) 인정 first, 솔직한 피드백 second


마음만 먹으면, 매니저는 직원의 성과 기여나 특성(일을 대하는 태도, 일의 처리속도, 일의 진행과정, 일의 결과/성과 등) 중 무엇이던 하나의 긍정적 요소를 잡아 그에 대해 인정을 해줄 수 있다고 본다.


나는 나의 인정이 직원 스스로 가장 노력한 부분을 적확하게 집어내었을 때, 그들이 심리적으로 고무되고, 피드백에 대해 마음을 여는 것을 이제까지 여러 번 목격해 왔다. 때문에, 피드백에 앞서 직원이 특정 사안을 고민하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주안을 두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직원들의 산출물 리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고, 경험 상 이러한 노력은 직원들과의 신뢰감 및 유대 형성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인정이 전달된 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 솔직한(Rapid Candor) 피드백이다. 말하자면, 인정은 "솔직한 피드백"이라는 Main Dish를 더욱 부각해 주기 위한 Appetizer의 기능을 한다. 솔직한 피드백이 결여되면 직원들의 역량과 우리 조직의 성과는 결국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고, 이는 자연스레 조직운영의 비효율과 만족도 및 몰입 저하로 연결된다.


세대별 특성을 정리한 여러 논문들과 실증적 경험들을 종합해 보면, 요즘 세대 Workforce는 역사상 그 어떤 세대들보다 적절하고 가치 있는 피드백을 갈구하며, 그들에게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피드백에 대해서는 이를 적극 수용하고 본인의 성장에 반영하고자 한다.


종종 요즘 세대들은 피드백을 듣지 않는다는 편견, 자기주장이 강한 요즘 세대들에게 과거 본인의 경험이나 원칙에 기반한 피드백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는 결여된 자신감 때문에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주저하는 중간 관리자들의 고민을 마주하곤 한다.


나는 이러한 고민이 중간관리자들의 자신감 결여와 책임감의 부재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1) 소통의 준비과정과 대화의 과정 자체도 피드백의 일부라는 믿음과, 2) 그 소통을 통해서 관리자가 해당 직원들의 성향이나 기대 등에 대해 더 알아볼 수 있다는 측면, 그리고 3) 이 과정에서 중간 관리자들 역시 리더로 성장한다는 관점에서 중간 관리자들에게 더 강하게 피드백을 제대로 준비해 진행할 것을 독려한다.


다시 말해, 좋은 관리자라면 이러한 상황들을 모두 감안한 상태에서 더 적절한 피드백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쏟아, 직원들이 산출물을 내기까지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꼼꼼히 피드백을 진행해 직원들로 하여금 기대하는 행동변화를 이루도록 도와야 한다고 믿는다.



4)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


마지막으로 "적절한 보상"이다. Budget 한계 상 보상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Cash compensation이나 Perquisite을 넘어선 다양한 보상의 수단, 예를 들어 잡 크래프팅, 경력개발계획, 시의적절한 인정 및 칭찬, 실현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의 보상 노력 및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유연 근무 프로그램 등은 매우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뿐만 아니라, 평소 매니저가 보여주는 철학과 태도 - 최대한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Delivering the deal)을 하고자 하는 - 그리고 일관된 행동 만으로도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고, 몰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부분 역시 직원의 입장이 잘 고려되어야 하는데, 가령 회사의 미래 경영진을 꿈꾸는 우수직원에게는 CDP에 대한 설계나 리더십 트레이닝 등이, 고성과 스타직원에게는 인정과 대외 홍보, 전문가 네트워킹 등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그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고성과 직원(부하) 관점


내가 주니어로 직장생활을 해오던 2000년대 대비 최근의 Workforce의 특성은 사뭇 다른 부분이 많다. 짧게 요약해 보면, 지금의 직원들은 보다 영리해졌고, 요구사항이 다양해졌다.


. 그들은 관리자의 개입 없이도 일의 방향을 설정하고 해결해 나가며

. 이직에 대해 (스카우트 제의 등) 관대하고, 그들에게 의미 있다고 고려되는 (다양한) 보상이 없다면 이직한다.

. 정보 습득과 활용에 빠르고, 상호 정보교류가 활발하며, 때문에 다양한 기업의 급여/문화/근무조건 등을 잘 안다.

.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준비, 즉 자급자족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실제로 이들은 직장을 쉽게 그만둔다. 특히 고성과 직원의 경우 과거 대비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훨씬 개방된 현재의 환경에서는 이직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펌 딜로이트가 발표한 ’19년 리포트에 따르면, 13,416명의 밀레니얼 직장인 중 49%가 2년 안에 현재 직장을 그만둘 것이라 응답했다.


이 수치는 ’17년 동일 리포트의 결과였던 38%에서 더욱 상승한 것인데, 한국 리포트에서도 역시 2년 내에 현 직장을 떠날 것이라고 답한 밀레니얼 직장인은 ’18년 42%에서 52%로 늘어났으며, 5년 뒤에도 잔류할 것이라고 답한 이들은 32%에 불과했다.


이 조사결과를 두고, 밀레니얼 세대는 역시 끈기가 없고 의지가 약하다라고 해석하면 곤란하다.


이들은 결코 일에 대한 욕심이 없다거나 이상주의자 이기 때문에 조직을 이탈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어떤 세대보다 오랫동안 커리어를 가꾸어가야 한다고 여기는 친구들이며, 때문에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자신이 성장할 수 없어서, 원하는 만큼 배우지 못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을 때,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지금의 환경에서 이를 막기 위한 완벽한 솔루션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서두에 기술한 x세대 고성과자로서의 경험과, 이에 기반에 y세대를 통솔하기 위해 세운 고성과자 관리원칙의 공통분모를 적용해 보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부분 있다고 믿는데, 이는 인재관리(Talent Management)의 출발점을 회사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직원의 입장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재정의 하는 것이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Individual Contributor로서의 성공적인 경력개발을 꿈꾸는 IT 직무 고성과 직원과, 미래 경영자로서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그려내고자 하는 전략 직무 고성과 직원의 커리어 Needs는 본원적으로 다르다.


이들 개개인의 Needs에 부합하는 개인맞춤형 인재관리 방법론을 조직 운영에 적용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이다. 향후 HR Digital Transformation이 보다 진전되면 언젠가는 구현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수준에서 가능한 방안은, 개인의 직무 특성, 성과 연속성, 개인 성향 등을 기반으로 고성과자 인재를 분류하는 Microsegementation 관점에서 다양한 회사의 인사 제도를 설계하고, 세그먼트에 니즈에 맞는 인사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해당 직원의 관리자와 연계하여 성과관리, 보상, 육성 및 코칭을 일관성 있게 진행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요즘 세대 고성과 직원에게 중요한 요소인 "성장 지향, 존중, 관심과 인정, 자율" 등의 가치들을 부분적이나마 전달할 수 있다면, 이들로 하여금 회사와 직무에 자발적, 또 지속적으로 몰입(Sustainable engagement)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성과 직원(부하) 소속 팀 관점


과거 회사의 P급 인재 제도는 그 선발이나 운영 전반이 사업부 인사 스탭이나 중간 관리자 선에서는 공유되지 않고, 전사 인사팀 담당자와 임원급 팀장 선에서만 비밀리에 공유되고 소통되었다. 당연히 회사의 규정과 제도를 공유하는 게시판이나 회사 생활 가이드 등에도 설명되지 않는 제도였다.


회사의 인사전략은 고성과자뿐 아니라, 전체 Workforce를 대상으로 하기에 인사 제도는 설계 단계부터 운영 단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조직 내 다양한 집(Micro-segment)에 미치는 영향력을 섬세하게 고려해야 한다.


고성과자 관리를 위한 P급 인재 제도가, 그 제도가 타깃 하는 segment가 아닌 다른 segment 들 - 일반 성과자나, 해당 고성과 직원의 중간 관리자들 - 에게 불필요한 영향력을 초래해 직원 간 위화감을 조성하게 한다거나, 관리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P급 인재제도는 비공개적 제도 운영을 통해 다수인 비대상 segment 직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소외감 및 심리적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배려와, 대상 segment에게는 회사로부터의 우대와 별도 관리를 받는 특별한 경험을 누리도록 하는 유인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제공했다.


이러한 경험에 기반해, 나는 각 segment를 정확하게 타깃해 소통하려고 노력하는데, 이 부분은 거창한 제도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실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다.


내가 가장 자주 활용하는 방법은 “이메일 참조”인데, 나는 종종 사장 또는 임원진과 주고받는 의미 있는 대화나, 주요 의사결정 등을 부서 내 고성과자들에게만 비밀참조(Blind carbon copy)하거나, 내부에 공개되는 시점 대비 1~2일 정도 빠른 시점에 전달(Forward)해 참조시킨다.


물론 Confidentiality는 별도로 엄중히 주지하고, 본인에게만 공유하는 성격임을 분명히 한다. 이러한 작은 실천의 효과는 유의미한데, 이러한 메일을 받는 고성과자들은 회사로부터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것은 물론, 내용의 가치를 떠나서 (이따금씩 메일 내용을 물어보면 자세히 읽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뭔가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 자체에서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15년 전 내가 그러했듯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인사 전략이나 제도 운영 역시 과거의 기성복 관점(One-size-fits-all)에서 벗어나 개인 맞춤화되는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 관점으로 진화되어야만 한다는 시대적, 세대적 절박함을 우리 모두 공감하는 것이고, 더불어 현장 관리자들 또한 이러한 변화의 방향과 관점을 이해하고 몸소 구현해 나가는 인재 관리(Talent Management)의 실천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以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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