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초과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사람들은 이제, 과거보다 훨씬 더 오래 산다.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수명이 남성은 81.6세, 여성은 87.3세(2023년 기준)로 높아졌다.
한국인의 장수 이유는 어릴 때 영양상태가 좋고, 혈압이 낮으며, 담배 피우는 사람이 적고,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연구팀은 2030년에 태어나는 한국 여성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90.8세, 남성은 84.1세의 기대수명을 가질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문제는 고령인구 비중이 과대한 인구 비대칭의 상황이다. 이미 70대 이상 인구(663만 명)가 30대 인구(662만 명)보다 많아진 상황이다. 2070년에 고령인구 비중은 46.4%로 예측되는데, 전세계 평균인 20.1%를 크게 상회한다. 이런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2025년 기준 연령대별 인구 분포에서도 확인된다.
80대 이상 4.8%, 70대 8.4%, 60대 15.2%, 50대 15.8%, 40대 14.9%, 30대 13.5%, 20대 11.9%, 10대 8.8%, 10대 미만 5.4%로, 은퇴 연령인 60대와 70대 인구는 경제 주축인 40대와 30대 인구를 각각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2040년 56.8%에서 2070년 46.1%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서는 핵심 노동인구(25~54세)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이철희 교수님은 저서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에서 향후 20년은 실질 경제활동 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나라의 고령화는 타 선진국의 고령화와는 다른 양상을 가지기 때문이다. 빠른 시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빠른 성장으로 동시대를 살아도 세대 간 경험이 상이하다. 전형적인 나이(Age)의 특성 보다 집단(Cohort) 특성이 강해, 숫자로만 판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향후 20년간 고령 인구에 편입되는 세대는 대한민국이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한 시기에 사회생활을 했던 고학력 세대로, 이전 세대보다 높은 생산성과 더 좋은 건강 상태, 물질적 여건, 교육 수준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세대적 특성은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경제활동인구의 연령대가 변화하고 있다. 청년층의 경제활동 시작 시점이 늦어지고 있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또한 고령인구의 경제활동이 활발한데, 실제로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OECD 국가 중 1위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향후 20년, 우리가 노동인구의 관점에서 보다 주목할 것은 노동인구의 감소보다 더 오래 일하는 사회로의 변화로 보인다.
인구 구조 변화와 함께, 우리 사회는 '더 오래 일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70세 이상 고용률은 30%를 상회하며, 다른 연령대보다 취업자 수 증가세가 높게 나타났다. 즉, 70세 이상 10명 중 3명이 여전히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1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70~74세 고용률은 33.1%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한국의 경우 특히 베이비부머와 2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향후 20년간 고령인구에 편입되는데, 이들은 우리나라가 가장 비약적으로 경제 성장을 할 때 사회생활을 했던 이들로, 경험이 풍부하고 건강하며 교육 수준도 높다. 고령 인구는 아직 건강한 체력과,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노후 등으로 아직은 은퇴를 원치 않으며, 체력만 된다면 75세에도 일하고 싶어한다.
고숙련 전문가와 기업을 매칭하는 탤런트뱅크 플랫폼에는 평균 연령 48세 이상의 고경력 전문가들이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데, 요즘에도 은퇴를 앞둔 많은 전문가들이 일주일에 40~50명씩 지속적으로 플랫폼에 전문가로 등록하고 있는 추세이다.
나이가 들어도 다양한 형태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만의 특수성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다.
전세계 성숙 시장 공통적으로 고령 근로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고연령 숙련 인재들의 지혜와 노하우를 조직 내에서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 인재들의 멘토링과 코칭을 통해 조직 내 지식 전수와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구조조정에 열정적이다. 현재의 50대 노동인구는 X세대 중 아직 노동인구로 남아있는 마지막 세대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가파르게 경제가 성장하던 시절을 온 몸으로 경험한 가장 열심히 일한 세대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의 기업들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맞추어 고령 인재 활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퇴직 예정자들을 위한 '브릿지 프로그램'을 통해 제2의 경력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퇴직 이후에도 자문이나 멘토링 역할로 계속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퇴직 후 재고용이 일반적이다. 일본은 2012년부터 65세 고용확보 의무화가 시행되었으며, 2025년 4월에 법령을 강화하여 실질적으로는 법정 정년인 60세와 연금 수령 시점인 65세까지의 근로의 갭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고용주는 퇴직 후 재고용을 통해 고령 인력의 연봉을 기존 연봉의 70% 수준으로 재계약하며, 5년간의 추가 근로를 약정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더 오래 일하는 사회'는 단순히 노동 기간의 연장이 아니라 '의미 있게 일하는 사회'로 전환되어야 한다. 노년기에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래 일한다'는 것의 의미이다. 살다보니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그건 사람은 의미 있는 일을 할 때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기왕이면 그 일의 선택도 자기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
인생 100세 시대에 우리는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의미 있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의 중요한 부분은 자신만의 '업(業)'을 찾아 지속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며 개인의 성장과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도 '숙련된 고령 인재가 풍부한' 우리나라에서, 1)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유연한 일자리 생태계 구축 및 2) 자신의 뾰족한 강점을 살려 새로운 후반생을 시작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 구축은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보장하는 핵심 과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