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 교향곡 7번
Bruckner - Symphony No. 7 in E major
브루크너 - 교향곡 7번
어린 나이에 작곡가로 인정받았던 다른 음악가들과는 달리, 60대에 진정한 작곡가로 인정을 받은 이가 있습니다. 바로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입니다. 스스로 오스트리아의 시골사람이라 소개했던 브루크너는 굉장히 촌스럽고 순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빈의 음악계에서는 그를 꽤 냉정하게 바라보기도 하였죠. 하지만 브루크너는 다른 이들의 평가와 비난 속에서도 한 곡, 한 곡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1865년 뮌헨에서 열린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초연을 본 브루크너는 큰 감동을 받게 되었습니다. 바그너 음악극의 화려함과 거대한 구조, 서사가 있는 음악에 브루크너는 매료가 되었죠. 바그너에게 큰 영향을 받게 된 브루크너는 바그너의 열렬한 지지자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바그너를 만나게 된 브루크너는 무릎을 꿇어 그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바그너 선생님! 정말 존경합니다!’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었죠. 브루크너는 자신의 교향곡 3번을 바그너에게 헌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존경과는 달리, 아쉽게도 그 음악에서는 바그너주의 어법은 잘 나타나지 않았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브루크너가 활동했던 당시, 빈에서는 표제음악의 바그너 진영과 절대 음악의 브람스 진영이 서로 크게 대립을 하고 있었습니다. 빈의 음악계는 브람스 진영의 목소리가 조금 더 크게 작용하고 있었죠. 그들은 바그너주의자들의 음악에 대해 거침없는 비평을 남겼습니다. 바그너 협회까지 가입했던 브루크너의 음악에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남겼을까요? 맞습니다. 그들은 브루크너의 음악을 가만두지 못하고 거침없이 공격하였죠. 특히 당대 빈의 음악계를 주름잡던 음악평론가 ‘에두아르트 한슬리크’는 브루크너의 음악에 대해 ‘바그너를 닮은 그의 음악은 부풀려지고, 부자연스럽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언급했습니다. 이에 웃지 못할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기도 합니다. 하루는 황제가 브루크너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자, 브루크너는 ‘부디 한슬리크 선생이 저에 대한 끔찍한 글을 그만 좀 쓰라고 해주세요.’라는 일화도 있었죠.
어린 시절부터 오르간을 연주해왔기 때문일까요. 브루크너의 오케스트라는 오르간을 연상케 하는 음향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는 현악기와 목관악기, 금관악기의 악기 군을 각각 나누어 악기 그룹들의 대비와 결합을 통해 마치 합창처럼 다루었습니다. 금관악기는 낮은 음역, 목관악기는 중간 음역, 현악기는 높은 음역 이렇게 말이죠. 그의 오케스트라 음악에서는 대위법을 연주하는 오르간의 모습처럼, 하나에 다른 하나가 쌓여가는 음향 덩어리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대규모의 구조와 긴 길이의 음악, 화려한 화성 등 거대한 음향을 특징 또한 살펴볼 수 있죠.
브루크너는 초기에 작곡한 교향곡 <습작 교향곡>과 <교향곡 0>과 더불어 9개의 교향곡을 남겼습니다. 그는 41세가 되던 해인 1865년에 처음 교향곡을 쓰기 시작하였죠. 빈 음악계에서 외면을 받았던 그의 교향곡들 중, 7번은 그의 교향곡 중 최초로 초연 무대에서 극찬을 받았던 곡입니다. 이 곡으로 이전과는 다른 큰 주목과 인정을 받게 되었죠.
1883년 1월, 브루크너는 측근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머지않아 마스터가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그때 아다지오의 올림 다단조의 주제가 내 머릿속에 떠올랐어.”
브루크너의 마스터인 바그너는 바로 다음 달 2월 13일에 사망하였습니다. 슬픔에 빠진 브루크너는 바그너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담아 2악장을 써 내려갔습니다. 바그너가 음악극에 사용했던 ‘바그너 튜바’를 이용해 2악장을 연주할 수 있도록 악기를 배치하였죠. 사실 브루크너는 교향곡 작곡에 앞서 종교합창곡 <테테움>을 작곡하고 있었습니다. 브루크너는 2악장의 도입부와 <테테움> 선율을 연결해 주제 선율을 완성시켰습니다. 이때 사용된 <테테움>선율은 ‘주님 안에서 우리가 주님을 의지하오니, 영원토록 저희가 혼란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주님 저희가 당신을 믿사오니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가사를 담고 있었죠. 이에 우리는 신에게 기도를 드리며 바그너의 죽음을 애도하는 브루크너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1악장은 현악기의 잔잔한 트레몰로로 시작합니다. 서서히 떠오르는 음악은 독특한 음향으로 더욱 극적인 음악을 선보이죠. 20분이 넘는 2악장은 느리고 길지만, 매우 뛰어나고 아름다운 음악으로 많은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장조의 음악이지만 장조의 분위기는 엄숙하고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죠. 3악장의 스케르초는 독특한 리듬으로 느린 악장과 대조적인 모습을 선보입니다. 1악장의 주제를 가져온 마지막 악장은 활기찬 모습으로 마지막 종결을 향해 나아갑니다. 상승과 장대한 끝을 향하는 모습에서 '신'에 대한 경배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하죠.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이끄는 장중하고 화려한 화성들에 함께 귀를 기울여보아요. 하나하나 쌓여가는 이야기에는 거침없는 표현과 애도, 신에 대한 사랑이 우리의 마음을 가득히 채워줄 거예요.
https://youtu.be/x_IbwlSXHpQ?t=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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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출처 : Photo by Arindam Mahant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