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흐 - 콜 니드라이
Bruch - Kol Nidrei, op. 47
브루흐 - 콜 니드라이
얼마 전 함께 감상했던 스코틀랜드 환상곡이 기억나시나요? 그 작품의 작곡가 브루흐는 유대인으로 오해를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나치 정권 당시, 유대 종교 음악에 관련된 곡을 작곡했다는 이유에서 그의 음악이 10년 동안 독일에서 공식적으로 금지된 적도 있었죠.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더불어 자주 연주되고 있는 ‘콜 니드라이’를 소개해드립니다.
합창 지휘자로 활동했던 브루흐에게 합창 단원 한 명이 그에게 악보를 하나 건네줬습니다. 바로 유대교의 옛 성가였죠. 전통적인 선율과 여러 나라의 민속음악에 대해 관심이 가득했던 브루흐는 이 악보를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반 유대 정서를 갖고 있던 독일의 루터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브루흐는 유대교의 성가에도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죠.
유대인들에게 일 년에 딱 한 번, 가장 신성한 날이 찾아옵니다. 대제사장이 성전에 들어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이 날은 바로 '속죄의 날'이라 불렸던 '욤 키푸르'이죠. 속재와 회개를 위해 유대인들은 욤 키푸르에는 하루 종일 금식을 하고, 고백과 기도를 이어갑니다. 그리고 이 날 저녁 예배의식으로 성가 하나가 불려집니다. 바로 '모든 서약'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콜 니드라이'입니다. 브루흐는 이 성가를 바탕으로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 '콜 니드라이'를 작곡하였죠.
콜 니드라이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집니다. 장엄하고 비통한 분위기의 1부와 하프의 반주로 시작되는 2부는 장조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신 앞에서 자신의 고난을 내뱉듯 음악은 비통한 선율로 시작됩니다. 낮게 깔린 첼로의 긍엄한 선율은 점점 뜨거운 감정을 향해 나아가죠. 하프의 분산 화음 반주를 시작으로 음악은 분위기가 전환됩니다. 장조로 시작되는 2부는 아름다운 선율이 풍부한 감정을 통해 나타납니다. 자신의 온 힘을 다 쏟아낸 음악은 가녀린 한숨과 함께 끝을 맺게 되죠. 장중하고 경건한 음악에 눈을 감아보세요.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가 간절한 모습으로 고독한 독백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실 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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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출처 : Photo by Fabien Mauri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