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 교향곡 9번 '그레이트'
Schubert - Symphony No 9 in C major, D 944 'The Great'
슈베르트 - 교향곡 9번 '그레이트'
슈베르트가 사망한 지 10여 년이 지난 1838년의 어느 날, 슈만은 슈베르트의 형 ‘페르디난트’를 찾아갔습니다.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지녔지만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 동생의 재능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페르디난트. 그는 동생이 남긴 악보 덩어리들을 슈만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먼지와 함께 있던 악보들 중에서 슈만은 슈베르트의 대작 한 편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슈베르트의 ‘대’ 교향곡, 그레이트 교향곡이죠.
<그레이트>를 만나기 전부터 슈만은 자신이 직접 발견했던 음악 잡지 <음악 신보>에서 아직 출판되지 않은 슈베르트의 작품의 연주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올릴 정도로 슈베르트 음악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였습니다. 장인어른이자, 자신의 스승 ‘프리드리히 비크’에게 슈베르트에 대해 이런 설명을 남기기도 하였죠.
“저에게 슈베르트의 작품을 연주하는 것은 장 폴의 소설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 덧 없이 흘러가는 감정을 일기에 기록하듯, 슈베르트는 순간의 감정들을 그의 오선지에 그려 놓았습니다. 그의 영혼은 너무나 깊이 음악에 열중하고 있기에, 그는 마치 말하듯 음표들을 그려나갑니다.”
슈베르트가 생존했던 마지막 해인 1828년, 슈베르트의 <그레이트>는 빈 필하모닉 소사이어티에 의해 초연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긴 길이와 어려운 음악에 아쉽게도 공연이 취소가 되었죠.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약 10여 년 뒤인 1839년, 슈만에게 악보를 전달받은 멘델스존은 라이프치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슈베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두 음악가들에 의해 슈베르트의 ‘큰’ 음악은 더 큰 세상에 소개가 되었죠.
초연이 끝이 난 후, 슈만은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베토벤 이래로 우리에게 이렇게 큰 감동을 선사한 교향곡은 없었습니다. 독일에서 이 작품이 완전히 이해되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 겁니다. 하지만 절대로 무시되거나 잊힐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 곡은 영원한 젊음의 심장을 품고 있습니다.’
두 대의 호른이 목가적인 선율을 노래하며 음악은 시작됩니다. 이 주제들은 전 악장에 걸쳐 등장을 하게 되죠. 명량하고 밝은 분위기의 음악은 점차 힘을 얻어가며 장대한 피날레로 끝이 납니다. 느린 악장의 2악장은 단조와 장조의 빈번한 교대가 즐겁게 들려옵니다. 후반부에서는 첫 주제가 등장을 하죠. 베토벤처럼 3악장에 스케르초를 사용한 슈베르트. 하지만 베토벤과 다른 자신만의 스케르초를 작곡했습니다. 슈베르트 특유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들이 가득하죠. 마지막 악장은 부점 리듬의 반복으로 진행됩니다. 목관 악기가 단순한 주제를 연주할 때, 바이올린 파트는 8분 음표와 셋잇단 음의 리듬으로 연주를 진행합니다. 이 리듬의 패턴은 88번이나 반복이 되죠. 작곡가의 의도에 맞춰 연주를 하던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리듬 패턴에 웃음이 터져버려 리허설이 엉망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옵니다. 장대한 코다를 끝으로 음악은 멋진 피날레를 맞이하게 됩니다.
말러에 비하면 길이가 긴 편은 아니지만, 슈베르트의 <그레이트>는 긴 길이에 혹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슈만은 이 작품의 길이에 '천상의 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 곡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아끼지 않았죠. 31살 짧은 생애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음악을 장대하게 발전시킨 슈베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을 감상해보세요. 영원한 젊음의 심장이 느껴지시나요?
메인 출처 : Photo by Samuel Sianipar on Unsplash